교육칼럼

놀 줄 아는 아이가 성공한다!

학교의 공간, 시간, 수업을 놀이 중심으로 새롭게 디자인하자!

글. 고승은 교장선생님(서울문교초등학교)

‘호모 루덴스’란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모든 문화현상의 기원은 놀이에 있고 놀이를 통해 문화가 생겨나고 발달했다는 이론으로, 놀이는 비단 문화의 문제가 아닌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평생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놀이 연구의 선구자 스튜어트 브라운은 범죄자의 심리를 연구하면서 그들이 성장과정과 생활환경에서 놀이가 매우 부족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놀이의 부재와 놀이에 대한 점진적인 억압이 이러한 충동적인 범죄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프랭크 윌슨의 저서 <The Hand>에 따르면 나사, 보잉 등의 회사에서 연구 개발 인력을 채용할 때 일류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고 해도 차를 고쳐보지 않았거나, 어린 시절 손으로 놀아본 경험이 없다면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우리가 어린 시절 즐겼던 소꿉놀이, 구슬치기, 비석치기 등 사회적 놀이가 생존, 인간관계 등 전인적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놀면서 자라게 설계되어 있는데 놀지 못한 아이들은 쉽게 우울증에 걸리고, 부적응 학생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자들의 연구결과처럼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은 놀이 부재로 인한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다음의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 아동을 조사한 결과 아버지와 노는 시간보다 사교육에 보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사교육 스트레스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흔한 증상이 우울증인데, 이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학생은 2만 550명이었다. 서울시에서는 미성년자 우울증 환자의 38%가 학원이 밀집한 5개 구(區)에서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스트레스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직장 부적응, 낮은 자존감, 우울 증상 등으로 정신과를 찾은 30대 김모 씨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A 씨는 “김 씨는 과거 축적된 사교육 스트레스가 뒤늦게 ‘펑’하고 터진 것”이라며, “남들과 비교당하며 유년을 보낸 사람은 자존감이 낮고, 성인이 돼서도 부모와 불화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동아일보).

최근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이후 학교 급별 학교폭력은 급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교육부, 2016). 하지만 꾸준한 감소세를 이어오던 학교 급별 학교폭력은 지난해 들어 초등학교에서만 상승세로 전환,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했던 초등학교(2.1)의 학교폭력은 중학교(0.5)의 4배, 고등학교(0.3)의 7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보다 큰 문제는 초등학교 학교폭력조사가 초등학교 고학년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YTN).

과도한 사교육 몰입 교육으로 놀지 못한 아이들은 우울증에 빠지고, 그로 인한 부적응 행동이 학교폭력으로 분출되어서 초등학교의 학교폭력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 초등교육의 현실이다. 비단 놀이 부재의 피해는 초등학교 시기뿐만 아니라 성인에 이르기까지 평생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아동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활동, 문화예술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UN 아동권리협약 31조의 내용이다. 이는 인성과 지능 발달이 활발히 일어나는 초등학교 시기에 놀이는 중요한 교육의 발달과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 다수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부터 충분히 놀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놀 줄 아는 아이로 길러낼 수 있을까?

놀이교육 전문가들은 아이의 놀이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과 지역사회 등 전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교육청과 지역사회가 합심해 교육과정 중 아동의 놀이시간을 늘리고, 안전하게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단위 학교에서 실천할 방법으로 학교의 공간, 시간, 수업을 놀이 중심으로 새롭게 디자인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학교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해 ‘놀이 학습 터’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주자. 이를 위해 빈 여유교실, 복도 끝 여유공간, 중앙현관, 교실 내 여유공간 등 아이들이 자유롭게 쉬면서 책을 읽고, 친구들과 게임 등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실내공간을 발굴하자. 또한 건물과 건물 사이 공터, 운동장 여유공간 등 실외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기, 소리 지르기, 다양한 신체활동 체험하기 등 아이들 특유의 행동을 하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을 찾자.

둘째,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뛰어놀 수 있게 일과시간을 놀이 중심으로 새롭게 디자인하자. 아침활동시간, 중간놀이시간, 점심시간을 최대한 놀이시간으로 확보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교실에서 학습하는 수업시간에도 다양한 놀이학습 방법을 활용해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함께 문제를 풀고, 자기 주도적으로 짬짬이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자.

셋째, 수업을 ‘놀이학습’으로 새롭게 디자인하자. 교실수업을 개선해 아이들이 즐겁고 흥미롭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놀이 요소를 수업에 반영한 놀이학습으로 수업혁신을 이루어내자. 기존의 ‘질문이 있는 교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놀 거리를 반영한 놀이학습 프로그램을 최대한 많이 개발해 제공하자.

미래학자들은 통섭형 인재, 협업형 인재, 네트워크형 인재를 미래 인재상으로 손꼽는다. 이러한 미래 인재들을 길러내는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은 놀이다. 즉, 놀 줄 아는 아이가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학교부터 공간, 시간, 수업을 새롭게 놀이 중심으로 디자인하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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