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아지트

교실로 이어지는 교사들의 여가생활

남부 교사 아지트 ‘수.요.수.다’

교육현장 최일선에서 더 나은 우리 교육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교사들. 학교 밖 개인의 삶의 영역에서 그들의 여가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교사들에게 여가생활은 어떤 의미일까? 남부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수.요.수.다’*에 참석한 초등학교 교사들의 자유로운 수다를 통해 들어본다.

글. 신병철 / 사진. 이승준

남부교육지원청이 함께 성장하는 교사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만든 초등학교 교사들만의 ‘아지트’다. 관내 3개 구에 각 1곳의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해 10월부터 두 달 여 동안 다양한 주제로 교사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운영됐다.

여가생활과 교육의 관계

황세원 남부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수.요.수.다’는 관내 초등학교 교사들이 함께 만나 자유롭게 소통하는 자리입니다. 이번이 네 번째이자 올해의 마지막 자리로서 오늘의 주제는 교사들의 여가생활입니다. 학교가 끝나고 나면 학교 밖에서 교사가 아닌 각자 개인의 삶을 사는데요. 먼저, 어떤 여가생활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영선 저희 학교는 교사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있어요. 음악만 하더라도 아카펠라, 리코더 연주, 첼로 연주 등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가 있는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아카펠라 동아리에서 2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어요. 가끔 알음알음 공연섭외도 들어와서 지역 행사 때 공연도 해요. 개인적으로 보람도 느끼지만, 합창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화음, 조성, 악보 보는 법 등을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어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교사의 여가생활이 교육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더라고요.

문병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캠핑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요. 주말이 되면 아내와 함께 캠핑을 떠나 스트레스를 풀고, 월요일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근해 학교업무를 보는 거죠.

김정아 저는 어릴 때부터 뛰어노는 걸 좋아해서 운동을 많이 했어요. 격렬한 운동을 좋아해서 그런지 헬스장만 다니는 건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대학 때는 복싱도 했었어요. 이런저런 운동을 해오다가 몇 년 전 체육연수를 통해서 배드민턴을 접하게 됐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학교에도 예전부터 배드민턴을 치셨던 선생님이 많이 계셨어요. 학교 동아리에서 쭉 활동해오다가 욕심이 생겨서 따로 동네 배드민턴 클럽에도 다니고 있어요.

초등학교 교사는 만능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여가생활 경험이 결국 아이들에게도 돌아가니 여가생활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하는 게 교사의 의무라는 생각도 드네요. 개인적인 여가생활뿐만 아니라 학교나 교육청에서도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요. 서울금나래초 교감 문병화

김미진 저는 여행은 여행인데, 주로 마음의 여행을 떠나요. 교사로서 일하기 전에는 제가 이렇게 화를 잘 내는 사람인 줄 몰랐어요. 은근히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요. 그래서 여행을 떠나 해외 현지의 치유센터나 명상원에 가요. 한국에서는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예술치료 워크숍에 가서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으며 마음을 치유해요.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고, 공부를 잘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밝고 즐거운 에너지를 주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걸 느꼈어요. 이제는 전보다 아이들에게 화를 덜 내는, 더 너그러운 선생님이 된 것 같아서 여행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황세원 예술치료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지 궁금하네요.

김미진 사람들이 춤추는 걸 싫어하는 이유가 대개 자신이 춤추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거나 평가받는 게 싫어서잖아요. 그래서 조명을 어둡게 하고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데, 이 움직임을 통해서 슬픔, 기쁨, 외로움 등 감정이 표현돼요. 그러고 나면 내면이 단단해지고 확장되면서 여유를 갖고 아이들을 볼 수 있게 돼요. 저는 시선이 의식돼서 몸을 움직이는 게 힘들었는데, 아이들은 특히 저학년일수록 분위기에 맞춰 음악만 틀어주면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춤을 추고 싶다고 할 때도 있어요.

문병화 여가생활을 통해 배운 걸 아이들과 나누면서 교육에까지 적용하신 거네요.

김미진 워크숍에서 배웠던 것 중에서 특히 좋았던 것들은 아이들과도 함께 했어요. 화 나는 일이 있다고 하면 종이에 써서 찢어보기도 하고, 분노조절이 잘 안 되는 아이를 조용히 불러 이야기 나누면서 분노를 표현해보게 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감정을 풀어내고 난 다음에는 대화가 되거든요. 여가생활을 통해 배웠던 걸 나누면서 아이들과도 더 가까워졌어요.

교사의 행복이 학생의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교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여가생활도 하는 거고, 오늘처럼 함께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며 교사의 행복을 찾는 게 곧 행복한 교육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서울신흥초 교사 조영선

김정아 제가 운동을 배우는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6학년 교과서를 보면 네트형 운동이 나오잖아요. 배드민턴을 몇 년 동안 배운 터라 먼저 직접 근사한 시범을 보이거나 레슨을 받으며 강사에게 배운 팁을 알려주면서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요. 물론 교과서의 내용도 좋지만, 교과서대로만 하면 아이들은 빨리 경기를 하자고 조르면서 금세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든요.

황세원 저는 미술관에 관심이 많은데요. 해외를 여행하면서 현지의 미술관을 방문하고 사진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요. 같은 여행 콘셉트를 가진 선생님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사진을 남기고, 그 사진을 정리해서 책처럼 앨범을 만드는 거죠. 방학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과 방학 이야기를 나누잖아요. 그때도 이 앨범을 보여줘요. 이렇게 세계 각국의 미술관을 방문했던 경험을 학교에서 아이들의 여러 미술활동에 응용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김정아 특히 여행은 해줄 이야기도 많고,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게 더 많을 것 같아요.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작품 앞에 선생님이 나온 사진을 보여주면 동기유발도 더 잘되겠네요.

문병화 그런 걸 보면 초등학교 교사는 만능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여가생활에서의 경험이 결국 아이들에게도 돌아가니 여가생활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하는 게 교사의 의무라는 생각도 드네요.

해외를 여행하면서 현지의 미술관을 방문하고 사진으로 정리해서 앨범을 만들어요. 아이들과 방학 이야기를 나누며 보여주기도 하고요. 여가생활 경험을 학교에서 아이들의 여러 미술활동에 응용하면서 많은 도움이 돼요. 서울금나래초 교사 황세원

소통을 통한 치유

문병화 흔히 진이 빠진다는 표현을 하잖아요. 예전에 교육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요.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해도 그런 느낌을 받지는 않았어요. 근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는 아이들을 보내놓고 두세 시쯤 되면 녹초가 돼요. 그때 교사라는 직업이 노동강도가 높다는 걸 느꼈어요. 그 정도로 선생님들이 너무나 힘든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김미진 주변 곳곳에 예술치료센터가 있어요. 비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표출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요. 그러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요. 예를 들어 사이코드라마를 배워서 아이들이 싸우면 역할극을 하고 화해시키는 거죠.

문병화 그런 치유 프로그램은 교육청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학교에서 상처받는 선생님들이 꽤 많거든요.

김미진 이미 여러 프로그램이 있지만, 학교와 이름을 제출해야 하니까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서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한 이야기가 그 순간의 감정일 수도 있고, 나중에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요.

김정아 일종의 힐링연수 같은 것들이 있는데 엄청 빨리 접수가 마감된다고 하더라고요.

황세원 그만큼 교사들에게 마음의 치유가 필요하다는 거겠죠. 이런 ‘수.요.수.다’처럼 교사로서 힘든 점을 가볍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여가생활을 통해 배웠던 것 중에서 특히 좋았던 것들은 아이들과도 함께 했어요. 화 나는 일이 있으면 종이에 써서 찢어보기도 했는데, 이렇게 감정을 풀고 나면 대화가 되거든요. 여가생활이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도 됐어요. 서울문성초 교사 김미진

김미진 이렇게 힘든 걸 함께 나누고,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돼요.

문병화 연수라고 해서 딱딱한 분위기로 하면 참가하기가 꺼려지기도 하는데, 오늘은 처음 만난 분들이지만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네요.

김미진 그래서 ‘수.요.수.다’가 앞으로도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너무 아쉽네요.

황세원 학교를 옮기고 나면 이전 동료 선생님들과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자리가 있으면 다른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과도 만나고, 서로 다른 사정의 학교 이야기도 듣는 소통의 장이 되는 것 같아요.

조영선 교사의 행복이 학생의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교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여가생활도 하는 거고,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며 교사의 행복을 찾는 게 곧 행복한 교육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문병화 교감의 행복도 선생님의 행복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학교에서 민원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전화를 몇 번 받고 나면 많이 지치거든요. 여가생활을 통해서 힐링을 하고 나면 선생님들에게도 더 친절하게 대할 수 있죠. 머리가 복잡하면 미소도 안 나오잖아요.

6학년 교과서를 보면 네트형 운동이 나오잖아요. 배드민턴을 몇 년 동안 배운 터라 먼저 직접 근사한 시범을 보이거나 레슨을 받으며 강사에게 배운 팁을 알려주면서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요. 서울금동초 교사 김정아

황세원 교사들은 모이면 자연스럽게 학교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들이 다 도움이 돼요. 저는 교사 한 명 한 명이 모두 하나의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하나씩만 풀어놔도 도움이 되는 연수가 되지 않을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한 분씩 이 자리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오늘 ‘수.요.수.다’를 마치겠습니다.

문병화 교사가 곧 교육과정이라는 말씀에 공감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경험해야겠죠. 다양한 경험은 개인적인 여가생활을 통해서도 할 수 있지만, 학교나 교육청에서도 더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어요.

김정아 오늘 많은 선생님과 함께해서 너무 즐거웠어요. 아이들의 다양한 개성에 맞춰 교육해야 하는 시대이지만, 저도 교사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이잖아요. 경험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 점이 항상 걱정인데, 오늘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정보도 얻고 동기유발도 돼서 더 발전하는 교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노력하는 교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됐어요.

김미진 선생님들과의 만남 그 자체가 너무 좋았고 기뻤어요.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친 마음을 힐링하는 오늘 만남을 통해서 내일은 아이들에게 한 번 더 웃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영선 그동안 제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어요. 여유가 있어야 아이들과 관계도 잘 맺을 수 있는 건데, 여유가 없으면 받아줄 수 있는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러면 그걸로 인해서 학교생활도 하나씩 꼬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지금 학교생활은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아요. 잠깐 멈춰 서서 차도 한잔 마시고 이야기 나누며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해요.

황세원 자리가 마련되고 시간에 여유만 생긴다면 얼마든지 이런 자리를 통해 서로 이야기 나누며 교사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자리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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