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교육

인공지능, 그 한계는 어디일까?

기술의 존재 이유는 인간

인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간만의 고유영역이라고 간주하던 창의성, 종합적 분석 능력, 협동과 협상의 기술 등이 인공지능에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정말 새로운 인류가 등장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는 우려처럼 급격하지 않고, 인간의 노력으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자동차가 인간의 외연을 확장한 것처럼 인공지능 역시 인간을 향해야 한다.

글. 김재호(과학평론가) / 그림. 이철민

서로 가르치는 로봇

지난 9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로보월드’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축제였다. 국제로봇콘퍼런스와 로봇경진대회는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2017 로보월드의 핵심은 ‘협동로봇’이었다. 산업용로봇은 자동화의 물결을 타고 연간 20% 정도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로봇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협동로봇들이 등장하고 있다. 협동로봇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전체를 총괄하는 제어시스템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MIT에서는 이미 2016년 10대 혁신 기술로 ‘서로 가르치는 로봇’을 선정한 바 있다. 리싱크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박스터는 100만 개 정보습득 프로젝트를 통해 먼 거리에 있는 로봇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자가 학습 능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데이터를 계산하는 것이야 당연히 컴퓨터가 인간보다 훨씬 낫다. 이 때문에 데이터에 숨어 있는 행간을 읽는 능력은 인간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반반씩 섞었을 때 인간은 66%, 인공지능은 80% 이상까지 판별 가능했다고 한다. 9월 13일 열린 2017 가을 카오스강연 ‘미래 과학’ 1강에 따르면, 정보화시대 원재료는 ‘데이터’다. 이 데이터는 데이터로서만 머물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빅데이터로 나아간다. 물론 인간을 위한 데이터와 네트워크여야 하지만, 만약 이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소유하면 어떨까. 영화에서나 보던 디스토피아가 도래하는 건 순식간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인간은 너무나 많이 데이터 시스템과 네트워크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공유하며 서로 가르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협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협상의 기술까지 넘보고 있다. 협상은 예술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매우 까다롭고 변칙적이며 때로는 우연성에 기댄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상대방의 의중을 모르면 난관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협상을 배우고 있다. 예를 들면, 이베이에는 입찰에 참여하고 온라인 광고 게재를 흥정하는 소프트웨어 로봇들이 있다. 인공지능의 또 다른 이름인 소프트웨어 로봇은 인간을 도와 윈-윈 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한다.

인간은 협상 결과를 끌어내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감수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협상을 끝낼 수 있다. 일정을 조율하는 것만 해도 여러 사람이 모이는 회의 시간 결정을 신속히 해낼 수 있다. 나의 스케줄을 등록해두기만 하면 말이다. 완벽한 협상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상상해보자. 정말 협상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통일할 때 인공지능이 통일세를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 요소를 고려하여 협상에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협상을 자동화하는 기술은 없다. 외교 협상에서 타협의 지점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은 이 단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어려운 점은 많다. 사용자 각각의 취향과 선호도를 제외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인사와 채용 관련해서는 그 영역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하며, 조언해줘야 하는 경우의 수를 체크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을 알아야 하고, 심지어 모르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같은 사람 혹은 다양한 상대와 여러 차례 협상해야 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예를 들면, 과연 언제 누가 먼저 좋은 자리에 타야 하는지를 선택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협상 인공지능은 공평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구진들은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두고자 한다.

인공지능의 협상 기술, 공평과 투명성이 중요

1997년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 게리 카스파로프가 인공지능 딥블루에 패배했다. 단순 계산능력만 가진 것으로 생각했던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과 같은 직관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알파고에 이세돌이 패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체스 선수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경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와 겨루기 위해 다른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다면 경기 결과는 어땠을까. 인공지능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만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건 아니다. 하드웨어적인 요소도 기술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 휴스턴대 연구팀은 신축성 있는 인공피부를 개발해 로봇에게 감각 기능을 더할 수 있게 했다. 고무 소재의 인공피부는 인간의 피부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변형과 압력, 온도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길이가 50%까지 늘어날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 기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신기술 대부분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는 둘째 치고 우리는 우선 인공지능이란 무엇인지부터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하드웨어를 갖춘 어엿한 실체이다. 인공지능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로봇화하고, 로봇은 소프트웨어화하며 점점 수렴된다. 알파고의 능력을 협동로봇이 전수받아서 실제로 걸어 다니며 활용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런 미래가 성큼성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1950년대에 인공지능이란 말이 만들어진 이후에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상상하는 것만큼 급격히 변하지 않았다. 서서히 상승곡선을 탄다는 의미이고, 인간의 노력으로 제어할 수 있다. 말을 대체한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키고 때로는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지만 인간의 외연을 확장했다. 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위험한 일을 대체할 테지만, 거기서 파생되는 그 결과는 인간을 향해야 할 것이다. 좋은 기술은 인간을 향한다. 기술의 존재 이유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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