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소통하고 협력하며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학교

선사고등학교의 학생자치문화

학생들이 모든 권리를 가진 존재로서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곳, 민주시민의식 함양이 강조되는 오늘날 학교의 모습이다. 선사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참여, 학생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학생자치활동이 활발하다. 소통과 협력으로 모두가 주인공인 학교, 선사고등학교를 찾았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 사진제공. 선사고등학교

민주시민의 역량을 쌓는 학생자치

“학생자치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집과 거리가 먼데도 선사고등학교에 지원했어요.”

인근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질 정도로 선사고등학교(교장 김동성)는 학생자치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교내 뉴스 제작 및 방영, 투표를 거쳐 열리는 구기대회, 각종 봉사활동, 학교축제인 ‘선빛제’ 등 학교의 굵직한 행사부터 주제가 있는 등굣길맞이, 교가 뮤직비디오 제작, 학급단체사진 찍기 콘테스트, 마음을 전하는 꽃 배달 서비스 등 행사별 세부활동까지 그 숫자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선사고의 학생자치활동이 뜻깊은 이유는 학생들의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이를 이끌어내는 학교의 학생자치문화다.

학생자치는 7년 전 혁신학교로 개교할 당시부터 선사고 운영방향의 핵심이었다. 징계 중심의 생활지도, 권위적인 교문지도, 상벌점제가 없는 학교로 출발해 학교 운영이 학생들의 자율성과 자발성에 기초한다. 학교규정 역시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지킨다. 이를 위해 매년 학교의 세 주체가 한데 모여 ‘3주체 공동체 생활협약 포럼’을 열고, 현 생활협약의 문제점이나 모순점을 쟁점으로 선정해 생활수칙을 함께 논의한다. 이렇게 한 해 두 해 흐를수록 선생님들의 노력과 학생들의 참여가 시너지효과를 내며 학생자치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안착하면서 활발한 학생자치는 선사고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학생자치를 꽃피우는 소통의 문화

선사고의 학생자치를 꽃 피우게 만든 자양분은 구성원 간의 수평적인 관계와 소통이다. 학생들이 아무리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낸다고 하더라도 학교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학생자치는 꽃 필 수 없다. 하지만 선사고에서는 교장·교감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 행정실 등 모든 부서가 언제나 수용적인 자세로 학생들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만약 예산이나 시설 등 현실적인 여건 탓에 건의사항을 개선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일방적인 무시가 되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분명히 설명한다.

선사고의 소통과 공감의 학생자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1학기에 열렸던 ‘교사-학생 간담회’다. 형식적으로 마련된 자리가 아니라 수업방식이나 학급운영에 관해 제기한 학생들의 의견을 공론화시킨 소통의 장이었다. 뒤에서 수군대고 불만을 쌓아두지 말고 소통, 참여, 협력이라는 학교의 방향성에 맞게 한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이야기 나누자는 것이다. 이렇듯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받아들이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은 선사고의 학생자치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11월 3일 열린 ‘학생독립운동기념일’ 행사에도 선사고의 학생자치문화가 잘 나타났다. 학생들은 이날을 단순히 즐겁게 축하하는 자리를 넘어서 일제강점기 항일학생운동을 기념하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학생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행사로 기획했다. 선생님들 역시 학생들을 위해 한복을 갖춰 입고 떡메치기를 해서 학생들에게 떡을 나눠주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남자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제 간 축구경기는 한일전으로 각색해 열렸다. 학생들은 독립군, 선생님은 일제경찰로 분해 일제의 탄압과 독립군의 모습을 표현하며 경기의 결과를 떠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학교는 사회의 일부이자 그 자체가 사회다. 학교가 사회라면, 그 구성원인 학생은 시민이다. 학생을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대우해야 하는 이유는 학생이 학교라는 사회의 시민, 이 사회의 예비 시민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스승은 경험’이라는 말처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민주적인 학생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은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이다. 단순히 책 속의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을 겪는 곳, 바로 선사고등학교다.

학생회장 2학년 김은서 학생

선사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2학년 김은서 학생은 학교에서 경험한 학생자치활동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진로를 결정하는 등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한다. 전에 없던 경험은 미래를 위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중학교 때처럼 고등학교에서도 3년 동안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전까지는 제 생각을 말하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선생님들도 제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세요. 행사 하나하나 진행하면서 배울 점이 너무 많아 감사한 마음으로 했어요.”

학생회 활동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민주시민으로서 성장을 위해 학생자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은서 학생 역시 학교라는 사회에서 시민으로 성장했다.

“학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학생자치를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돼요. 학생자치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저도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학교는 작은 사회라고 생각해요.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 학교에서 학생자치활동을 먼저 경험해보는 게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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