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공동체를 살리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능력과 학력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험 성적을 올리는 것,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교육의 최고 목표인 것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다. 앞으로는 혁신교육이 추구하는 자아 존중감, 자기주도학습능력, 소통능력, 시민성 향상 등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교육 과정과 내용은 물론, 평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김지영(<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채의병 / 사진. 박종민

문제해결능력을 높이는 교육

김명희 최근 국정감사에서 혁신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그 논란을 보면서 학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물론 기초학력은 중요하고, 그 기초학력이 토대가 되어야만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받아들이고 융합해서 새것을 창조해낼 수 있죠. 그러나 기초학력을 평가하는 그 기준이 지금 시대에 적합한지, 모든 학생에게 필요하고 맞는 것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이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더욱 새롭고 다양한 학력의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데요. 학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임희숙 학력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이나 기술 등의 능력으로 교과내용을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라고 나와 있는데요. 단순히 교과과목의 시험 점수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시대가 바뀐 만큼 교육방식도, 평가방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이루어졌던 주입식 교육은 이제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제 대부분 정보는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시대가 됐잖아요. 그러니 학생들에게 정보를 주입하는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훨씬 중요해졌어요.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많은 학부모가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교육방향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다양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으니까요.

이현숙 우리가 지금까지 받아왔던 기존 교육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이 부족했어요. 살다 보면 시험 점수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잖아요. 생활에 밀착한 교육, 삶과 결합한 교육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을 간과한 기초학력 평가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평균수명이 더 길어질 텐데, 그런 상황에서 교육은 평생 교육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거예요.

김명희 혁신학교가 기초학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하려면 대안을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론몰이하듯이 발표해서 시선을 끌고, 흥미 위주의 뉴스로 취급하면서 교육정책에 혼란을 가져오면 결국 그 피해는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거예요.

교육을 바꾸고 싶으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회를 바꾸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토론으로 의견을 도출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해요. 김명희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능력

김명희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학력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현숙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하면 첨단과학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오히려 인간성 존중, 감성, 자급자족 능력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미래에는 많은 것이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생태나 환경 같은 기본적인 것이 더 중요해지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로 주목받을 거예요.

임희숙 인공지능이 많은 것을 대체할 거라고 예상하잖아요. 이제는 심지어 의료행위도 인공지능이 할 수 있게 됐죠. 인공지능이 방대한 자료를 입력해서 처리하는 능력은 뛰어나겠지만, 결국 복잡한 상황에서 최종 판단을 하는 건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봐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일자리를 뺏기는 사람이 늘어날 거라고 걱정하는데, 일자리를 뺏기는 게 아니라 일을 덜 하고 더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됐으면 해요. 그렇게 되려면 사회구조 전반을 개편하고, 복지정책을 준비해야 할 거예요. 결국 사람이 그런 일을 해야 하니까 교육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겠죠.

김명희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뺏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성,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지고 활용돼야 하겠죠. 재난 구조와 같은 영역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거예요. 인간이 로봇과 구별되는 가장 큰 지점은 창의성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 교육은 그런 부분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어서 무척 안타까워요. 제가 아이에게 가장 바라는 학력은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자기 생각을 글과 말로 제대로 표현하는 거예요.

임희숙 아이와 같이 뉴스를 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게 돼요. 저는 식량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은데, 아이와 환경문제나 먹거리에 대해서도 늘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먹거리에 표시되는 식품성분도 같이 따져보게 돼요.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지만, 그런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이현숙 식품성분표시를 읽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교과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교과과정에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느껴요.

김명희 공공성, 도덕, 윤리를 더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익보다는 공익적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해요. 이전 정부에서 고위직에 올랐다가 지금 재판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껴요. 분명히 기초학력이 높았을 그 사람들이 사익을 추구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끼친 악행을 보면 우리 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어왔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리더가 되었지만 리더의 자질이 없었던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 사회 전체가 너무 큰 어려움을 겪었어요.

임희숙 맞아요. 학교가 아이들을 제대로 된 어른으로 키우지 못해왔어요. 물론 학부모들도 책임이 있어요. 지금 30대에 들어선 사람들의 부모가 헬리콥터 엄마라고 처음 불리기 시작한 세대예요. 아이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챙기면서 결국 주관이나 주체성이 없는 사람으로 키우지 않았나 싶어요. 아이가 30대가 됐는데도 ‘아직도 챙겨줘야 하냐’며 한탄하는데, 그런 상황을 자초한 거죠. 엄마들이 아이들을 계속 챙겨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불안한 이유는 결국 안정적인 직업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귀착되는 것 같아요.

이현숙 지금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얻는 것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엄마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대학을 나와도 비전이 없으니까 다른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죠. 새로운 시도가 많아지는 건 반가운 일인 것 같아요.

시대가 바뀐 만큼 교육방식도, 평가방식도 바뀌어야 해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해요. 아이들의 문제해결능력을 높이는 것이 미래 준비를 돕는 진정한 교육이에요. 임희숙

사회변화와 교육의 선순환 구조

김명희 엄마들이, 또 아이들이 왜 그렇게 불안해하나 생각해봤는데요. 결국 이 사회에서 하나의 부속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제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해요.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완성하는 관계가 된다면 결국 자신이 뜻한 바대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임희숙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제일 좋겠죠. 저는 아이가 뭐가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런데도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건 우리 사회가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안전망이 충분하게 잘되어 있다면 탐색하고, 시도하고 그러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을 텐데요.

김명희 결국 우리 사회가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야만 교육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육을 바꾸려면 보편적 복지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서 정치, 사회 전반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이현숙 선거권 연령도 낮춰야 해요. 많은 나라에서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을 주고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19세가 돼야 투표권이 주어지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나라가 18세에 투표권을 주고, 심지어 17세, 16세에 투표권을 주는 나라들도 상당히 많아요.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학생을 시민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어요. 학생들이 투표권을 가질 때 학생들을 위한 좋은 정책들도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임희숙 10대가 스스로 정당을 만드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는 너무 뒤처져 있다고 생각해요. 민주주의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만큼 중요한 교육이 어디 있겠어요. 사회과목을 책으로 배우고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직접 경험을 통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교육이죠.

김명희 교육을 바꾸고 싶으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회를 바꾸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토론으로 의견을 도출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해요.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어려운 일이에요. 스스로 생각하고, 함께 토론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회에 참여하는 과정이 교육 전반에서 이루어져야 해요.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청소년 참여에 관한 정보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걸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현숙 얼마 전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론화 과정이 있었잖아요. 앞으로 사회적으로 토론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일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바람직한 현상이죠.

임희숙 교실에서부터 그런 일이 이루어져야 해요. 혁신학교는 그런 과정을 중시하고, 교육이 상호존중과 합의를 토대로 실현된다고 느끼게 되니까 학생이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학부모 역시 만족스러워해요. 학생자치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학교문화가 형성되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봐요.

김명희 선생님들도 자신의 영역을 열어서 함께 논의해 어려운 점들을 해결하고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혁신학교의 장점 중 하나는 문턱이 낮다는 거예요. 혁신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마음을 열고 목소리를 들어주려고 하시니까요.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고 계시고 함께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시죠.

이현숙 지진 때문에 사상 최초로 수능이 연기됐는데, 잘 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포항 학생들이 1%가 안된다고 알고 있는데, 시험을 강행하지 않고 안전을 챙기고, 소수를 배려하는 걸 보면서 이전보다 사회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는 걸 느껴요. 작지만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돼요.

김명희 교육은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담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봐요. 선순환 구조를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퍼즐들을 하나씩 맞춰나가야 해요. 엄마들 역시 일희일비하지 말고, 혁신교육이 추구하는 가치가 지속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해나갔으면 해요. 부모가 더 많이 알고 교육정책에 참여해서 교육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고, 부모의 역량을 키우는 게 결국 아이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된다고 믿어요.

선거권 연령도 낮춰야 해요. 많은 나라에서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을 주고 있잖아요. 하루빨리 학생을 시민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어요. 학생들이 투표권을 가질 때 학생들을 위한 좋은 정책들도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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