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서울교육

학생 스스로가 지키는 학생 인권

2017년 학생참여단 교육감과의 대화

인간의 권리에 대해 역사와 시대는 각각 다른 답을 주었고, 인간의 권리가 조금씩이나마 나아질 수 있었던 것은 투쟁한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나이가 어리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학생인권을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을 때 학생들 스스로가 나선 자리에서 학생참여단과 교육감의 대화는 수평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글. 채의병 / 사진. 이승준

서로를 존중하는 수평적 대화

지난 11월 10일 서울 정동에 위치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제6기 학생참여단과 교육감의 대화 ‘우리의 권리 어디까지 왔나요’가 열렸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참여단이 주관하고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학생참여단 48명을 비롯해 조희연 교육감과 교육지원청 교육장 등 8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학생참여단과 교육감 및 각 교육지원청 교육장과의 의사소통 기회를 마련하고, 학생참여단의 의견 제시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학생 의견을 서울교육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개최됐다.

조희연 교육감은 인사말을 통해 교육감, 교육장들과 학생들이 수평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에 맞춰 학교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고 학생인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을 교복 입은 시민으로 대우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학생 여러분의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토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인권과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파악해 친구들에게도 잘 설명해줄 수 있었으면 한다”며, “오늘 참석하신 학생참여단 여러분이 학생인권의 전문가로 앞으로 학생인권 발전과 확산에 지도적 역할을 해나가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학생인권을 위한 다양한 의견 제시와 자유발언

제6기 학생참여단이 실시한 서울 학생인권실태 설문조사의 결과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근거가 됐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로 나누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중 70%가 학생인권조례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학생자치와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것에서부터 선도부, 종교학교, 방과 후 야간자율학습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학생인권실태를 파악했고, 이날 이를 토대로 4개 권역별로 선도부 폐지, 학생자치, 차별, 두발 자유 등 주제를 맡아 발표했다.

1권역은 동부, 성동광진,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 속해 있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됐다. 발표자는 선도부 선발의 모호한 기준, 남용되는 선도부 권력 등을 이야기하고 선도부로 인해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며, 선도부 폐지와 자발적인 학생자치 활동을 제안했다.

북부, 중부, 성북강북교육지원청으로 구성된 2권역은 학생자치에 관한 주제를 다뤘다. 학생자치 운영 사례를 통해 학생회 임원 선출이 제한되는 점, 학생회가 전체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 등을 문제 제기하며, 학생회 임원 선출을 전체 학생들에 의한 직선제로 바꿀 것, 학생회 임원 선출 기준을 상벌점제 등으로 제한하지 말 것 등을 주장했다.

서부와 강서, 양천교육지원청의 3권역은 차별을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자는 학생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학생에 대한 여성 혐오적인 발언, 성적에 따른 차별은 물론, 종교수업을 거부할 시 불이익을 받는 등 다양한 차별이 만연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대한 희망적인 대안으로 11월 3일 ‘학생인권종합계획(2018~2020)’을 발표하여 차별방지를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 지침 등의 연구개발과 가이드북 보급, 교직원 대상 인권교육 등을 제시했다.

남부, 강남서초, 동작관악교육지원청으로 이루어진 4권역은 두발 자유를 비롯한 복장과 용모에 관한 주제를 다뤘다. 발표자는 “학생인권조례 12조에 따르면 학생은 용모에 있어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가 있다”며, “학생인권조례의 강력한 집행이 있다면 두발 자유화와 관련한 인권침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역별 주제발표 후에는 학생 인권 발전을 위한 학생들의 질의와 의견 제시,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조희연 교육감과 각 교육지원청 교육장들은 학생들의 질의에 진지하게 답변하고 의견을 경청하면서 제안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눴다.

이날 행사에서는 ‘선거권 연령 하향 성명서 발표’도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선거권 연령 하향의 방향은 선거권을 단순히 나이로 제한하는 목적이 아닌, 근본적으로 최대한 많은 아동, 청소년에게 보다 더 다양한 정치 참여 기회를 주는 목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희 학생참여단은 청소년을 비롯한 가능한 한 많은 국민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법안을 개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학생들은 성명서를 당당하게 함께 읽어나갔고, “선거권 연령 하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조희연 교육감에게 의견서를 전달했다.

학생들은 직접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발표하며 소통에 앞장섰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생인권에 대해 고민하고, 함께 모여 토론하며 정리해 제안한 내용은 어른들도 모두 귀담아들어야 할 만큼 알차고 유익했다. 이런 학생들의 모습은 학생인권을 신장시키고, 혁신미래교육을 실현해나갈 수 있는 토대가 바로 학생 스스로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학생 역시 시민으로서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며 모두가 수평적 대화를 나누었던 이 자리에서 학생참여단 학생들은 모두 ‘교복 입은 시민’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학생참여단과 교육감의 대화는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하고 체험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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