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교육

수십억 년이 지나 다다른 별빛처럼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땐뽀걸즈>

글. 이중기

여기 빛나는 아이들이 있다. 구김이 있는 삶 속에서도 완전히 접히지 않은 아이들.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기에 누구보다도 빛나는 아이들. 거제여상 스포츠댄스 동아리, ‘땐뽀걸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긴장감이 한층 고조된 리허설 무대에서 시작한다. 전국 대회에 출전한 아이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에 상기된 얼굴과 그간의 연습이 가져다준 자신감이 반반씩 섞여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영화는 다시 테이프를 감는다. 땐뽀걸즈가 지금까지 거쳐온 과정을 복기하기 위해서다.

땐뽀걸즈는 흔한 ‘춤꾼’들이 모인 동아리가 아니다. 춤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많다. 실력의 차이는 쉽게 갈등을 만들고는 한다. 여기서 흔한 일본 영화식 성장기와는 다른 땐뽀걸즈만의 ‘리얼한’ 성장기가 시작된다.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연습을 자주 빠질 수밖에 없는 현빈이. 부족한 연습은 단체 안무를 맞춰야 하는 팀에 걸림돌이 되기 쉽다. 아이들은 갈등한다. 연습에 자주 나오지 못하는 현빈이의 향후 거취를 두고 날카로운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그 과정은 매끈하게 갈등이 봉합되어 괄목할 성장을 이루는 일본 영화식 성장기와는 달리 <땐뽀걸즈> 속 아이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상처받고, 갈등을 완벽하게 봉합하지도 못하며, 놀라울 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동아리 담당 이규호 선생님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도드라진다. 한 걸음 더 다가가면 쉽게 봉합될 수 있는 문제도 선생님은 끈질기게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며 아이들을 바라본다. 멀어지지도 않고, 더 가까워지지도 않는다.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골디락스’한 거리처럼 아이들은 선생님과의 적절한 거리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해답을 찾아낸다. 연습에 자주 참여하지 못한 현빈이의 문제도 나름 괜찮은 해답을 내리며 연습에 다시 임하는 땐뽀걸즈 아이들. 입맛에 맞게 현실을 적당히 재단하고 그럴싸한 ‘예쁜 결말’은 <땐뽀걸즈>에는 없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대회가 끝나도 영화는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흔히 성장 영화들은 목표 이벤트가 끝나면 서사도 끝을 내고는 한다. 갈등과 성장 속에서 좋은 성적을 냄과 동시에 끝나는 엔딩은 뒷맛이 깔끔하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땐뽀걸즈>는 사족 같아 보이는 이후의 이야기들을 담는다. 왜일까?

삶은 영화와 달라서 대회가 끝나도 계속 이어진다. 아이들은 대회를 통해 드라마틱한 성장을 겪지 않는다. 오늘의 경험이 앞으로 10년 후 차이를 만들겠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땐뽀걸즈>는 이 점을 명확히 한다. 변화는 큰 폭으로 찾아오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야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땐뽀걸즈 아이들이 빛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수억만 년의 시간을 지나 우리에게 도달하는 별빛같이 땐뽀걸즈의 오늘의 작은 성장은 수십 년이 지난 후에 오롯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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