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교육은 희망, 가르침은 기다림

글. 김용대 선생님 (구암중학교)

교육은 희망, 가르침은 기다림. 내 명함에 적혀 있는, 교사로서 항상 가슴에 두는 문구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복수교감을 둘 정도로 큰 학교다. 강원도 작은 학교에서 근무하다 돌아와보니 적응이 걱정도 됐지만 그것도 잠시, 서울이나 시골이나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의해 하루하루 교육이라는 희망이 만들어져 가고 있었다.

1년이 지나고 생활부장 역할이 나에게 왔다. 교직 33년 중 반 이상을 학생부에서 생활했기에 그 어려움과 부담감이 크다는 것을 알았지만, 시골 학교에서 배운 학생과의 관계를 통한 교육희망의 실천 기회라는 생각으로 역할을 맡게 됐다. 학생들은 교사의 말과 행동에 맞춰 반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먼저 부드럽고, 이해와 공감의 모습으로 다가가면 좋다는 것을 알지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그 어려운 실천을 기획해보기로 했다.

먼저 교장, 교감선생님께 함께 등교맞이를 해주실 것을 부탁드렸고, 지적과 꾸지람이 아니라 공감과 이해의 등교맞이를 실천해보기로 했다. 학생부에서 엄하게 아이들을 지도해서 규율을 잡아줄 것을 많은 선생님이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가르침도 학생이 공감을 못하면 잔소리일 뿐 진정한 교육이 안 되며, 엄한 지도는 잠깐의 효과는 있어도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아침마다 마주치는 복장 불량, 지각, 진한 화장, 찌푸린 얼굴, 인사도 없이 휴대전화를 보는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안녕!” , “즐거운 아침!” 등 인사를 나누고, 규정을 위반한 아이들에게 꾸지람 대신 사정을 물어보며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모습을 보이니 전에는 도망가거나 변명하기 바빴던 아이들이 6개월 정도 지나고는 조금씩 변화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3년의 실천,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도 당연한 것처럼 그동안 교문맞이는 매일 계속됐고, 함께해주시는 수석선생님, 부장선생님이 늘어나면서 가르침은 믿고 기다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여러 선생님의 이해 속에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다만 예전에는 도망가거나 숨었던 아이들이 이제는 당당히 와서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잘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선생님의 인사에 웃으며 화답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항상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믿고 기다린다는 메시지가 학생들에게 전달될 때 그들은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고들 말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자. 누가 여유가 없는지를.

오늘도 아침에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러 나간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오는 아이들이 너무도 고맙고 예쁘다. 규정을 자주 위반하는 아이들에게는 따끔하게 꾸지람도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꾸지람이 단순히 혼내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아이를 걱정하며 공감과 이해를 얻으려는 노력이라는 것을. 이런 마음이 생기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흐뭇하게, 그리고 자신 있게 생활하는 힘의 원동력은 철학을 담은 명함과 시골학교 경험이 아닐까 한다.

대부분 선생님은 명함이 없다. 있어도 소속과 이름, 연락처 정도다. 나는 선생님들이 명함을 만들기를 권한다. 거기에 자신의 교육철학을 깊이 새겨서. 만나는 사람들, 특히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명함을 주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아마도 교사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어느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항상 뭐가 그리 좋으세요?” 그래 좋다. 아이들을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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