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우리 동네 운동회

글. 맹희진 교무행정지원사(서울삼릉초등학교)

지난가을, 운동회가 있던 날이다. 전날 비가 왔고, 당일도 일기예보에서는 비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니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운동회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전 교직원들이 운동회 준비로 땀을 흘린 덕분에 다행히 운동회가 원활하게 진행됐다.

“이번 3학년 게임은 청팀의 승리! 다음 게임은 학부모님의 줄다리기 경기를 진행하겠습니다. 참가하실 학부모님들은 모두 나와주세요!”

교무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학생들의 밝은 모습과 그런 자녀들을 바라보는 학부모님의 표정을 보니 예전 나의 학창시절 운동회 장면이 떠올라 흐뭇했다. 그런데 운동회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교무실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오늘 뭐 하는데 이렇게 시끄러워요! 너무 시끄러워서 살 수가 있어야죠! 소리 좀 줄여주세요.” , “요즘 들어 학교가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연습에, 행사에 하루 이틀이 아니잖아요. 빨리 좀 끝내주세요!” , “도대체 언제 끝나요? 노이로제 걸리겠어요.”

운동회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살 수가 없다는 몇몇 주민들의 항의로 학교 전화에 불이 난다. 학교 행사가 있는 날이면 항상 있는 일이다. 주민 항의를 받으면 교직원들은 갑자기 ‘을’이 된 기분이 든다.

“많이 시끄러우시죠? 2년에 한 번 있는 대운동회 날입니다. 학생들의 소중한 추억을 위해 양해 부탁드립니다. 볼륨은 낮추라고 이야기해놓을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전화기를 붙잡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고 말씀드리게 된다.

교직원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항상 학생들에게 “복도에서는 조용히! 교무실에서는 쉿!”을 외치며 조심스럽고 정숙하게 지낼 것을 이야기했었는데, 오늘 같은 운동회 날에는 시끄럽게 소리치며 놀게 해주었다는 것에 조금의 만족감을 느껴본다.

다행히 운동회가 아무 사고 없이 끝나가고, 민원전화도 점점 줄어들 무렵 한 어르신에게 전화가 왔다. 손주 녀석이 커가면서 왕래할 일이 줄었는데, 녀석이 신이 나서는 ‘운동회가 있으니 할아버지도 꼭 오세요!’라는 말에 운동회에 오셨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 끝나고 학원에 다니느라 뛰노는 시간이 별로 없는데, 이렇게 온 학생들이 밝게 웃으며 뛰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으셨단다. 또 학생이란 자고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넘어지기도 하고, 흙도 만지면서 자라야 건강한 성인이 되는데 요즘 너무 걱정된다고 하시며, 학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참가할 수 있는 코너가 있어서 소중한 추억을 쌓으셨다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교장선생님과 그 외 교직원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씀해주셨다.

“매일매일 운동회 했으면 좋겠습니다. 허허.”

우리들은 고마움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뿐 아니라, 이웃들도 관심과 애정으로 함께 보살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를 가르치고 돌보는 일은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지역사회 등 많은 사람의 협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모두가 자라는 학생들을 위해 불편하더라도 웃으며 이해하는 미덕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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