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

모두가 함께 하는 놀이터 디자인

상상했던 공간이 현실이 된다

“놀이터를 바꿔야 학교가 바뀌고 교육이 바뀝니다.”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이 유치원과 학교 놀이터의 혁신에 나서고 있다. 놀이터를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은 ‘놀이터 재구성 TF’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기적의 놀이터 총괄 계획을 맡고 있는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는 놀이터 재구성 TF의 위원장을 맡아 지난 몇 달 동안 서울장월초등학교와 서울신현초등학교에서 놀이터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물을 발표·공유하고, 실제 공사를 시작하기 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공유하기 위한 자리에 다녀왔다.

글. 채의병

장월초 어린이 놀이터 디자인 워크숍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워크숍

12월 4일 서울장월초등학교와 서울신현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특별한 모임이 있었다. 학생, 교사, 학부모, 놀이터 디자이너, 어린이 공간 디자이너, 연구자,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서울시교육청이 함께하는 학교 놀이터 ‘컬래버레이션 디자인’ 경과와 기본설계 드로잉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였다.

행사는 서울장월초에서 먼저 진행됐다. 최윤재 서울장월초 교감선생님은 “아이들 의견이 방영된 놀이터는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참여해 놀이터를 디자인하게 됐다”며, “이번 작업이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이자 설레는 작업이었다”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편해문 위원장이 슬라이드를 보며 그동안 서울장월초에서 진행된 워크숍의 내용과 그 내용이 반영된 놀이터 디자인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장월초 유치원 밧줄놀이 드로잉(편해문 디자인/박보영 그림)

“서울장월초에는 매력적인 공간이 많이 있는데, 지금보다 아이들이 더 잘 놀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슬라이드를 보시고 여러분의 의견이 잘 반영됐는지 의견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먼저 서울장월초의 기존 공간을 살펴봤다. 공간의 흐름을 끊는 담장과 문이 있었고, 제한된 공간이 많았다. 올라가고, 부딪치고, 탐색하고 싶은 어린이들의 욕구를 제대로 풀어낼 수 없는 공간 구성이 아쉽게 느껴졌다.

몇 차례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놀이터 디자인이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함께 공간을 둘러보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디자인 작업을 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상상했다. 학부모와 선생님들도 학교 공간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놀이터를 재구성하면 좋을지 그림으로 그리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나갔다.

편해문 위원장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놀이터 디자인을 공개했다. 학교 뒤편 활용하지 않는 정자에는 그물망이 만들어지게 된다. 학교 뒤 건물 벽에는 암벽등반 시설이 생기고, 평소 아이들이 올라가기를 좋아하는 정글짐 옆에는 건너갈 수 있는 밧줄놀이 기구가 설치된다. 모래 놀이터는 질 좋은 모래로 교체되고, 방치되고 있는 병설유치원 뒤쪽 공터는 유아용 밧줄놀이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막히고 닫혀있던 공간들이 자연스레 연결되어 유기적인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자신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새롭게 바뀌게 될 놀이터의 모습을 보며 학생들은 연신 “와!”하고 탄성을 지르며 기뻐했고, 함께 자리한 학부모와 선생님들도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었다.

신현초 어린이 놀이터 디자인 워크숍

도전과 모험정신을 배울 수 있는 놀이터

서울신현초에서도 같은 행사가 열렸다. 진행 과정은 비슷했지만, 공간과 구성원이 다른 만큼 결과물 역시 다를 수밖에 없었다. 유정원 서울신현초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함께 즐겁게 놀며 도전과 모험정신을 배울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부탁했다.

편해문 위원장은 “워크숍을 통해 서울신현초의 놀이터에는 어린이들이 나무 위로 올라가고 나무 사이를 건너고 싶은 마음을 많이 표현했다”며 어린이들의 꿈을 실현해줄 놀이터 디자인을 소개했다.

“학교에 있던 도담도담 놀이터 주변에 있는 네 개의 나무를 연결해서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트리하우스를 설계했습니다.”

편해문 위원장이 슬라이드를 보며 설명하자 “반대합니다”라고 외치며 거침없이 의견을 이야기하는 학생이 있었다.

“트리하우스라고 했는데, 지붕이 없잖아요. 지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해문 위원장은 좋은 날카로운 질문이라고 이야기하며 지붕을 만드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신현초 트리하우스 드로잉(편해문 디자인/박보영 그림)

또한, 사방치기와 오징어 놀이를 할 수 있는 바닥을 조성하고, 기존의 바닥 분수 주변을 물이 흐르는 냇가로 바꾸는 계획도 소개됐다. 편해문 위원장이 “운동장 한쪽에 작은 언덕과 터널을 만들어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아이들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자신만의 놀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미겠다”고 하자 가장 큰 호응이 터져 나왔고, 아이들은 “정말 재미있겠다”며 새로운 공간에 대해 설렘을 드러냈다.

“트리하우스가 너무 높으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트리하우스를 연결하는 부분에 출렁거리는 다리가 있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기존 놀이터는 그대로 두는 건가요?”

학생과 학부모의 질문과 아이디어가 계속 쏟아져 나왔고, 편해문 위원장을 비롯해 신진경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정책 자문위원, 동네건축가 이용선 씨, 박보영 놀이터 만화가 등 놀이터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이야기하며 의견을 나눴다.

그동안의 워크숍을 거치며 모두가 깨달은 점은 놀이터를 새로 만든다는 건 단지 새로운 놀이기구로 교체하는 게 아니라, 학교 전체가 하나의 놀이터로 이용될 수 있도록 공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또한,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창의력의 원천을 제공하는 곳이자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며 도전할 수 있게 북돋아 주는 곳으로 놀이터가 바뀌어 한다는 것을 함께 알게 되었다.

편해문 위원장은 “단순한 놀이터 디자인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통해 학교 놀이환경을 다시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놀이터라는 구획된 공간이 아니라 학교의 모든 공간에서 놀 수 있습니다. 학교 전체를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놀이터 혁신’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서울장월초와 서울신현초 아이들은 봄이 되면 자신들이 상상했던 놀이터에서 놀게 된다. 그곳은 ‘놀이터가 바뀌면 교육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생생한 현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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