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알찬 휴식

양정중학교의 전환기 교육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상급학교 진학만을 앞둔 학교급 전환기는 자칫 학생들이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공백기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양정중학교는 마을과 함께 진로체험 전환기 교육을 진행하며 전환기를 내일을 준비하는 알찬 휴식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휴식 이후를 활기차게 맞이하는 새로운 활력이 되는 전환기 교육 현장, 양정중을 찾았다.

글. 신병철 사진. 이승준 사진제공. 내일그림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공백기 없는 교육과정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다”는 헨리 포드의 말처럼 휴식은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휴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어떻게 쉬느냐이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기말시험 이후 찾아오는 학교급 전환기는 공백기이자 휴식기이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마음이 흐트러져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고, 학교에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그러나 양정중학교(교장 윤일수)에서는 학생들이 더욱 의미있고 알차게 전환기를 보낼 수 있도록 색다른 전환기 교육을 하고 있다.

전환기에 학생들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지쳐 있기 마련이다. 이정훈 선생님은 이 시기를 ‘마라톤 코스를 쉼 없이 달리다 이제 반환점에 도착한 학생들이 잠시 목을 축이며 쉴 수 있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이제 막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시험을 끝냈는데 또다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은 힘겨워해요. 시험에 대한 압박이 없으니까 부모님들도 이 시기에는 좀 놀아도 된다고 인식하는 경향도 있고요.”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들마저 학생들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아무런 교육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 탓에 이 시기의 학생들이 지속해서 흥미를 느낄 만한 내용으로 수업을 꾸려나가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고전 읽기를 하거나 영화를 보며 회화 수업을 하는 등 많은 선생님이 노력은 하고 있지만, 몇 주 동안 이어지는 수업의 콘텐츠를 직접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학생들도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다가 며칠 지나면 금세 흥미를 잃곤 하죠.”

또 하나의 교육목표, 새로운 경험 제공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욱 의미 있는 전환기를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학교는 마을과 함께하며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갔다. 양정중은 3년 전부터 마을의 내일그림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와 함께 전환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직업의 정의 및 배경, 세부 직업 및 환경, 직업인이 되는 길, 직무체험을 공통내용으로 하여 로봇공학자, 드론 조종사, 증강현실 전문가 등 학생들이 평소 관심을 두고 있지만 쉽게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진로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처음에는 마을교사의 수업 지원이 부담되기도 했다. 외부의 마을교사들이 수업을 하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학생들이 교육 내용에 얼마나 흥미를 보일지 그 수준도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일 뿐이었다. “콘텐츠가 비전문적이지는 않을까, 형식적으로 시간만 보내는 건 아닐까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마을교사분들이 콘텐츠를 짜임새 있게 굉장히 열심히 준비해주셨고, 열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해주셔서 그동안 마을교사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큰 관심과 호응에 오히려 선생님들이 의아해할 정도였다고. 수업이 끝난 뒤에도 자진해서 남아 드론을 날려보거나, 직접 만든 로봇을 리모컨으로 움직여보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마을과 함께한 후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전환기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지만, 더 나은 교육을 위한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교육적 평가에 얽매인 지식 전달에 대한 강박을 없애는 것이다. 이정훈 선생님은 전환기라는 시기의 특성을 고려해 교육에도 여유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환기를 과도기나 공백기로 여길 수 있지만, 사실 학생들에게 아주 좋은 시기예요.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무엇이든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결과가 어땠는지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더 새로운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옥죄고 있어요. 무언가를 배워서 머릿속에 지식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지 않더라도 새로운 경험을 했고, 그게 즐거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교육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진정으로 의미 있는 휴식은 단순히 오랜 기간을 쉬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면서 휴식 이후를 활기차게 맞이할 새로운 활력을 찾는 것이다. 양정중의 전환기 교육이 그렇다. 학생들에게 필요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양정중의 전환기 교육은 상급학교 진학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밟아나갈 삶의 과정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데 주춧돌이 될 것이다.

이정훈 선생님

양정중학교의 이정훈 선생님은 그동안 전환기 교육이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바로 3학년뿐만 아니라 다른 학년에서도 마을의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마을의 진로 교육 프로그램이 처음 걱정과는 달리 너무 좋아서 원래는 3학년만 진행하던 것을 1학년도 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일정 등 현실적인 여건이 맞지 않아서 그러지는 못했죠. 1학년도 학년이 바뀌는 과정이 있으니 충분히 전환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음에는 꼭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진행하고 싶어요.”

학생들의 관심과 호응을 지켜보며 교육내용과 기간에도 더욱 욕심이 생겼다. 학생들이 다양한 관심사와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콘텐츠의 폭을 더욱 확대하고, 교육기간도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싶다고 한다.

“현재의 콘텐츠는 대부분이 글을 중심으로 공학적이거나 인문학적인 내용이에요. 그림이나 비언어적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도 많이 있는 만큼 콘텐츠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또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팀을 이뤄서 장기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해가는 방식이면 교육 효과도 더 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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