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교육

관계역량, 미래를 살아갈 힘

관계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의 변화 방향

기술 발달에 따른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역량 중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바로 ‘관계역량’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핵심역량 중 하나인 공동체 역량 역시 이 관계역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관계역량 함양을 위해 우리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글. 이인화(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교육은 미래를 향한 기획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고 인재를 길러내는 공동체의 기획이다. 그 기획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진전된 변화’와 ‘현재와 연속성’이라는, 어쩌면 모순된다고 여겨지는 두 가지 조건을 함께 만족시켜야 한다. 바로 여기에서 교육 논의의 어려움이 시작된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재의 사회 구조뿐만 아니라 지식의 체계와 위계 역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가 선호하는 직업이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고, 과거 학교에서 금과옥조로 가르치던 지식이 쓸모없어지리라는 예측은 이제 익숙한 담론이 됐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새삼 깊어지는 이 시점에서, 교육은 우리 아이들이 미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는 능력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길러내야 하는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하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힘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되는 지능 정보화 사회에서는 단순 기능의 숙련자나 단편적 지식의 집적 능력이 탁월한 사람보다는 창발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요청된다. 역량은 이러한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개인의 능력과 관련된 개념이다. 다양한 요소가 총체적으로 결합해 구성되는 역량은 복합적인 맥락 속에서 실제적인 수행을 통해 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과 맞닿는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많은 역량 중 현재 한국 사회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교육적 대응을 해야 할 역량 중 하나는 ‘관계역량’이다. 관계역량은 공동체 구성원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고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나 영국과 비교하면 한국 학생들의 시민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과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혼자서 수행하는 업무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협업에 능숙한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은 한국 학생들이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인다는 사실에 가려져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도의 기술 발달이 이루어질 미래 사회에는 심층적 의미 파악 능력이나 컴퓨팅 사고력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의 집단 구성과 협업 능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까지도 증대할 것이라는 예측은, 한국 사회에서 학생들의 관계역량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방증한다.

협력적 의사소통이 관계역량을 키운다

관계역량 교육과 관련한 여러 가지 모색은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으나 그 본격적인 교육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시행을 통해 중요한 계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길러야 할 역량을 선별해 교육과정 총론에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자기관리 역량, 정보 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 감성 역량 등 6개의 핵심역량을 제시했다. 그중 공동체 역량은 ‘지역·국가·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가지고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량’인 바, 관계역량과 친연성이 가장 높다. 많은 교과에서 공동체 역량에 해당하는 교과역량을 설정한 만큼 교과교육을 통해서 관계역량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되나, 현재는 교육과정 시행 초기인 만큼 보다 구체적인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구안될 필요가 있다.

역량은 맥락 속에서 수행을 통해 학습, 발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때문에 관계역량을 발휘하고 조정해볼 수 있는 학습 상황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관계역량은 공동체 구성원들과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그 문제해결의 과정은 원활한 의사소통에서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관계역량의 습득과 발달을 위해 학생과 학생 간 의사소통, 학생과 교사 간 의사소통, 학생과 여러 층위의 사회(지역, 국가, 국제 등) 간에 이루어지는 협력적 의사소통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모색해볼 만하다.

먼저, 관계역량의 하위 요소들을 추출·개발해 교육과정 성취기준과의 매핑(mapping)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관계역량과 교과 성취기준 간 관련성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를 구분해 교육내용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지, 교육방법화해 시도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각각의 경우에 따라 관계역량과 연관성이 큰 성취기준과 교육내용을 발굴하고 교육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 구성원과의 협력적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는 경험을 확보하기 위해 교실수업에서도 실제적 과제를 제공해 관계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의사소통 역량과 공동체 역량 신장을 위한 수업과 평가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식, 기능, 태도의 통합적 운영과 투입을 요구하는 구체적이고도 복합적인 과제를 통한 수업과 평가가 학생들의 역량 함양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역량 역시 수업과 평가 과정에서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 간 의사소통과 협업이 필요한 상황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거나 수업과 평가 내용이 여러 교과와 연관성을 지니도록 학교 교육과정과 연결 지음으로써 맥락성을 확충하는 일이 중요하다. 학급 내 의사결정 사안이나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해보는 과정은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을 경험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관계역량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학교교육 내에서의 정교한 설계를 통해 관계역량 증진을 위한 수업과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 학교 밖의 삶에서도 타자 및 사회와 유연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이 키운 역량을 활용케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학교교육이 지역사회와의 인적, 물적 연계를 강화한다면 협력적 의사소통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학생들의 삶과 더욱 밀착된 관계역량 함양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