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학생자치 문화

여의도여자고등학교의 학생자치활동

진정한 민주주의는 소통에서 시작하고, 참여로 발현된다. 학생들이 민주시민의 역량을 함양하는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학생자치활동도 구성원 간의 소통과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을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의 주체가 되어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생자치를 만들어가는 곳, 여의도여고를 찾았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 사진제공. 여의도여고

리본 대형을 만들어 세월호 희생자를 기렸던 추모 캠페인

모두가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학교

오늘날 학교는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민주시민으로서 초석을 다지는 곳이다. 학생들이 주인의식과 민주시민의식을 함양하는 학생자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학생자치가 교육현장에서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시간, 공간, 예산의 확보 및 선생님들의 지원과 격려 등 몇 가지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에 진정한 학생자치를 위해 필요한 한 가지가 바로 ‘참여’다.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는 ‘자치’는 알맹이 없는 허울에 불과할 뿐이다.

여의도여자고등학교(교장 길산석, 교감 심지영)의 학생자치는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많은 학교에서 학생자치를 장려하고 실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의도여고의 학생자치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의도여고의 학생자치활동은 학생회만의 행사로 그치지 않는다. 박명철 선생님은 학생회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자치는 여의도여고의 문화이자 전통이라고 설명한다.

“오랜 교직생활 동안 여러 학교를 거쳤지만, 여의도여고의 아이들은 참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치활동을 기획하고, 앞장서서 분위기를 조성하면 거의 전 학급의 학생들이 참여해요. 교사들이 시키지 않아도 어느 한 반 빼놓지 않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걸 보면서 학생 참여 문화가 이전부터 조성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이전 학교에서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죠.”

자발적 모금 활동을 통해 건립한 소녀상

깊게 뿌리 내린 학생자치문화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학생자치가 학교의 문화이자 전통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학교의 역할도 컸다. 여의도여고는 학생자치 활성화를 위해 학생회실을 리모델링하고 활동에 필요한 컴퓨터, 프린터, 기타 집기를 갖추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와 함께 학생회와 교장선생님과의 만남의 자리를 통해 소통하는 계기를 갖고, 학급회의, 대의원회, 학생회 게시판 등을 활용해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 및 건의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렴한다. 이를 바탕으로 체육대회, 음악제, 축제뿐만 아니라 세월호 추모, 잔반 줄이기, 독도사랑 등 매월 시류에 어울리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교사 주도의 평가받는 행사가 아닌 학생 중심의 즐거운 학생자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의도여고의 학생자치활동은 학생회가 독점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학생회 게시판을 캠페인 홍보 및 행사 결과 공유, 일반학생이 의견을 개진하는 장으로 활용해 학생회와 일반학생 간 유대를 강화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행사 진행 도우미 학생을 신청받는다. 지난해 진행한 소녀상 건립 및 모금 활동은 모든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여의도여고의 학생자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활동이었다. 지난해 여의도여고 학생회는 일본의 그릇된 역사 인식에 대처하고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전교생과 교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진행했다. 과연 원활한 모금이 될지 선생님들도 반신반의했지만,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모금액이 모였다. 모금활동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여 공감을 끌어내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학생들은 이 모금액으로 작은 소녀상을 제작해 학교에 비치하고 남은 금액은 ‘나눔의 집’에 전액 기부하며 따뜻한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자발적인 학생자치는 따로 자치법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평상시 학생 간 갈등 조정에도 큰 역할을 한다. “여의도여고가 생활지도 부분에서만큼은 전국 최고라고 자신해요. 따돌림이나 학교폭력 관련 문제는 물론이고, 일 년 내내 학생사안이 발생하지 않아요. 모든 학생이 함께 학생자치활동에 참여하면서 누군가를 따돌리는 일 없이 다 같이 하나 되어 어울리는 문화가 형성된 거죠.”

여의도여고는 학생자치를 통해 상호 존중과 협력, 자율과 참여, 격려와 감사가 살아 숨 쉬는 교육현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감 표창을 받으며 학생자치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원, 무엇보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거둘 수 있었던 성과다. 오랜 전통으로 여의도여고에 굳건히 뿌리내린 학생자치문화가 앞으로 더 많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학생회장 3학년 이예빈 학생

지난해 학생회장을 맡았던 이예빈 학생은 여의도여고의 학생자치활동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 바탕에는 선생님들의 열렬한 지지와 응원이 있었다.

“중학교에서도 학생자치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어요.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유롭고 억압적이지 않은 학교 분위기 덕분에 주인의식을 갖고 학생자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어요. 여의도여고에서 3년 동안 경험한 학생자치가 여성으로서 리더십, 적극성, 주인의식을 키우는 계기가 됐어요.”

이예빈 학생은 한 해 동안 학생회장으로서 진행한 여러 학생자치활동 중 소녀상 건립을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꼽았다. 그 이유 역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적인 지지였다.

“역사의식 고취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서 눈으로 직접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동상을 세웠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 있는 활동이었어요.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저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 후배들이 리더가 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이렇게 내가 만든 학교, 내가 속한 학생회가 친구들을 리더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큰 보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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