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조기에 정말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조기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생각

조기교육에는 학교 성적이나 상급학교 진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이의 흥미와 적성을 찾아주는 모든 활동이 포함된다. 학부모들은 조기교육에 대해서 매우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취학 전 아동에서 고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거친 학부모들이 만나 조기교육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눴다.

인터뷰. 전은영(<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김다영 / 사진. 김동율

넓은 의미의 조기교육

전은영 조기교육은 학교 커리큘럼을 선행하는 사교육뿐만 아니라 스포츠,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할 수 있는데요. 조기교육의 범위를 폭넓게 열어두고 이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과 경험을 나눠볼까요?

임선명 부모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선행학습만을 목표로 삼으면 부모는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길 바라고, 그 다급함이 아이를 재촉하면서 아이의 마음보다는 교육에만 집중하게 만들더라고요. 제 경우에는 교육 틈틈이 저와 아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어요. 아이가 중도에 포기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 대화를 통해 이유를 밝히고 격려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너무 힘들다고 한다면 그만둬야겠죠. 엄마가 주도하는 교육은 결국 아이의 흥미만 잃게 할 뿐이니까요.

김은미 아이가 의지를 가지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정도라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야에 소질이 있거나 본인이 하고자 하는 욕구가 조금 빨리 찾아온다면 조기교육을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소질과 욕구를 드러내는 그 시기가 적기인 거죠. 하지만 아이의 발달과정이나 정서와 맞지 않을 경우에는 부작용도 있었어요.

이윤희 학교 교육과정을 너무 어릴 때 학습하는 조기교육은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넓은 범위로 생각한다면 저는 아이가 예의 바르고 정신적으로 튼튼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시해요. 또 아이가 못하는 부분에 대해 혼내거나 억지로 시키지 않고, 좋아하는 걸 하라고 해요. 아이들은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사고방식을 배우기 때문에 당장 받아쓰기나 수학 성적 같은 것에 전전긍긍하면서 불안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엄마에게도 자녀의 발달과정에 따른 지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교육을 받았어요. 아이를 부모 아래로 두고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한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이윤희

전은영 그렇다면 부모님들이 조기교육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허윤선 조기교육 열풍이 부는 이유는 재능과 가능성을 미리 발견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특정 분야에 재능을 보인다면 집중 교육을 해서 진로로 선택하기 위함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회적 공감력인 것 같아요. 특정 분야에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실력을 갖춘 사람이 많다면, 이제는 ‘어떤 아젠다를 가지고 어떤 프로젝트를 누구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이윤희 우리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어디에서든 잘 적응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거예요. 아이가 겪게 될 새로운 환경에 엄마들은 언제나 불안해하니까요

송윤희 부모가 시간과 비용을 감수하며 조기교육을 하는 건 모두 애정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분은 본인이 받은 조기교육 덕에 무난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을 수 있었고, 스스로 이런 삶을 안정적이고 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기 아이에게도 조기교육을 시킨다고 말해요. 아이가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고, 돈도 많이 벌고,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거죠.

김은미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조금 슬픈 건 무언가를 배우는 이유가 경쟁이라는 외부 조건, 즉 남보다 낫기 위해서라는 점이 안타까워요. 배우는 만큼 성장하는 나 자신 자체가 목적이 되는, 배움의 이유가 내 안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가 아무리 잘나도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자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 사랑, 존중 같은 가치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도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시민의 태도는 하루아침에 배울 수 없는 거니까요. 허윤선

조기교육의 명암

전은영 부모님들께서 조기교육을 하며 느꼈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반면에 지나친 선행학습과 너무 이른 조기교육에 따른 단점과 부작용 또한 사회적으로 자주 거론되기도 합니다. 장단점 모두 이야기해 볼까요?

임선명 제 경우에는 아이가 글자를 모를 때부터 매일 밤 책을 읽어줬어요. 글자를 알아도 스스로 읽는 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죠. 아이가 글자를 배운 후에 네가 아는 부분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스스로 읽어보라고 했는데, 단 한 달 만에 스스로 책을 읽는 거예요. 또 어렸을 때 엄마가 읽어줬던 책을 혼자 읽어보니까 느낌이 색다르다고 아이가 말하기도 해요. 글을 이해하는 논리와 감성 두 부분 모두에 도움이 됐어요.

김은미 아이가 어렸을 때 운동을 놀이로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관심이 없어서 지금도 자전거를 못 타는데, 얼마 전에는 아이가 ‘엄마,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타봐’라며 제게 가르쳐주더라고요. 미래를 위해 체력을 다진다는 면에서도 중요할 것 같아요.

허윤선 저는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아이에게 직접 악기를 가르쳤어요. 바이올린 같은 경우에는 무게를 본인이 지탱하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짚어내면서 예민한 음을 만들어내야 하는 악기예요. 이렇게 어려운 것을 너무 어릴 때 시작하니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잠깐 중단했다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뒤에 다시 시작했는데, 예전 같았으면 1년에 걸쳐 배웠을 것을 단 보름 만에 끝내버리는 거예요. 배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찾는 게 중요한 거죠. 그래야 아이도 더 재밌어하면서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실패를 회복하는 힘, 회복 탄력에 대한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상에만 있었던 아이들 경우에는 뒤처진 친구의 마음을 몰라요. 항상 1등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언젠가는 고꾸라질 수 있는데, 그때 다시 일어설 힘을 길러야 하는 거죠. 송윤희

김은미 학년에 맞는 교과과정을 사교육으로 이미 다 배우고 온 아이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지루해한다고 해요.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좌절감을 느끼고요. 우리 아이가 이런 좌절감을 경험하지 않게 하려고 너무 이른 준비를 하고, 학교에서 만나게 될 도전들을 엄마가 사전에 대신 해결해줌으로써 문제를 중간에 차단하는 거죠. 어릴 때부터 이런 경험에 익숙한 아이들은 자기가 못하는 것에 대해 견디질 못하는 것 같아요.

임선명 저는 아이를 공연이나 문화시설에 자주 데려가 다양한 체험을 시켜주는데, 종종 단체로 온 아이들이 매뉴얼에 나온 이야기만 듣고 빨리빨리 지나치더라고요. 또 공연장에 아이들만 들여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문화생활을 통한 엄마와의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질 수 없는 거죠. 학습이라는 것은 단순히 ‘그걸 봤다’는 것을 넘어, 삶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윤희 아이가 어릴 때 또래 사촌들 사이에서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는 것이나 밥을 빨리 먹는 것에서 1등을 못했다고 울음을 터뜨리더라고요. 1등을 못하면 엄마한테 혼나는 것,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 뒤로 ‘지는 법도 배워야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이 건강하면 나쁜 상황이 와도 무너지지 않고, 어떤 경쟁에 노출되어도 건강한 분별과 판단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송윤희 우리 아이가 예전에 운동을 했었는데, 경기를 관람하러 현장에 가면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아이를 프로 선수로 키우려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선수 스카우트와 관련되는 것이다 보니 예민해지는 거죠. 물론 모두가 그러신 것은 아니지만, 팀워크나 의리라는 개념보다는 동료보다 수비를 잘한다든지 골을 잘 넣는다든지 해야만 하는 거예요. 운동을 통해 정말로 배워야 할 것을 놓치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최대한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우리 아이만의 특별함을 찾아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이를 위해서 아이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고요. 임선명

전은영 당장 교과과정이나 성적보다는 아이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네요. 아이들에게 조기교육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송윤희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실패를 회복하는 힘, 회복 탄력에 대한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상에만 있었던 아이들 경우에는 뒤처진 친구의 마음을 몰라요. 하지만 항상 1등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언젠가는 고꾸라질 수 있는데, 그때 다시 일어설 힘을 길러야 하는 거죠.

임선명 우리 아이는 숲속유치원, 영어유치원, 국제학교를 거쳐 지금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다양한 과정을 겪었지만 이건 1등만 하는 최고를 만들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통해 우리 아이만의 특별함을 찾아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이를 위해서 아이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고요.

김은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자기 선택에 책임지는 법을 가르치고 있어요. 본인이 하지 못한 일에 대해 엄마나 친구 탓을 하며 억울해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해요. 예를 들어 서점에 가서 만화책을 사달라고 조르면, ‘지금 당장 한 권만 살 건지, 주말까지 기다렸다가 중고서점에서 두 권을 살 건지’ 같은 상황이요. 본인의 선택으로 비롯된 불이익과 슬픔을 감당하는 연습인 거죠. 예전 같으면 아이가 화났을 때 제가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는데, 요즘은 혼자 풀릴 때까지 그냥 둬요.

이윤희 아이들이 몇 만 번 넘어져야 스스로 걸음마를 하는 것처럼, 뒤에서 격려하며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아요. 아이가 어렸을 때 숫자 2를 배우는데 자꾸만 반대로 쓰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그 시기쯤에는 왼쪽과 오른쪽에 대한 감각이 덜 발달해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서야 아이가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고 있는지 이해가 됐죠. 엄마에게도 자녀의 발달과정에 따른 지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부모교육을 받았어요. 아이를 부모 아래로 두고 ‘내가 시키는데 왜 안 해’라고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한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허윤선 우리 아이가 아무리 잘나도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사회의 일원으로서 서로 도와가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딜 가서도 잘 융화할 수 있는 능력이요. 조금 뒤처지는 아이들도 먼저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주위를 돌아보고 배려하며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 사랑, 존중 같은 가치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도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시민의 태도는 하루아침에 배울 수 없는 거니까요.

부모님들이 조기교육에 관심을 갖는 건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 거예요. 배우는 만큼 성장하는 나 자신 자체가 목적이 되는, 배움의 이유가 내 안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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