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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담긴 13가지 교육 이야기

유성상, <배움의 조건>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무엇인가를 배우게 된다. 먹고살기 위해서, 누군가의 강요 때문에, 우연히 등 배움의 이유는 다양하다. 반면, 가난해서, 글자를 몰라서, 여자라서 등을 이유로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배움이란 무엇인가? <배움의 조건>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해 배움의 의미와 가치를 13가지 영화를 통해 이야기한다.

글. 이윤미(흥사단 교육운동본부 부장)

영화와 책의 컬래버레이션

누군가 ‘영화 보는 것 좋아해요?’라고 묻는다면, 그 질문을 받은 대부분은 ‘좋아하죠. 영화 안 좋아하는 사람 있나요?’라고 대답한다. 이렇듯 영화는 대중의 사랑을 한껏 받는 대중매체다. 카우치 포테이터든, 킬링타임용이든, 어쨌든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를 통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위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가볍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책을 통해 사고의 틀을 형성하고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영화를 통해서도 마음의 양식을, 삶의 지혜를, 사고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영화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필자는 영화를 통한 민주시민교육 ‘민주피아’(민주주의와 유토피아의 합성어)를 기획하여 2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하기 위해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교육학자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즐기는데, 이러한 와중에 만난 책이 13가지 영화를 교육학자의 눈으로 재해석한 유성상 교수(서울대 교육학과)의 <배움의 조건>이다.

저자는 교육개발협력 관련 연구와 교육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글로벌교육협력을 주전공하는 교육학자다. 즉, 교육 ODA(Offical Development Assistance)가 전공이다 보니 그가 선택한 13가지 영화는 양지의 교육을 논하기 이전에 교육이라는 시스템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양지의 교육을 이야기하더라도 교육체제 이면에 있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교육을 이야기하는 키워드

이 책은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1은 ‘교육, 운명에 맞서다’로, 영화 <쿵푸팬더>, <빌리 엘리어트>, <천상의 소녀>를 통해 숙명이란 존재하는지, 숙명을 대하는 교육의 입장을 다루고 있다. 1984년 영국의 산업이 재구조화되는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광부의 아들이 발레 고수가 되고자 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주인공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발레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근대적인 계급의 틀 속에 갇힌 구조적 한계를 초월할 수 있는 교육 가능성의 상징을 찾고, 계급 편견과 성 편견에 사로잡힌 그의 삶이 어느 순간 계급과 성적 모습을 초월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교육은 특정한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이에 충실히 기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 참여하는 각 개개인의 관심, 흥미, 호기심, 저항, 반항, 개입, 질문, 대답, 비판, 그리고 창조적 변화로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파트 2는 ‘삶의 조건으로서의 교육’을 영화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여자>, <채피>, <불을 찾아서>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여자>에서 비문해자인 주인공 한나를 통해서 글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문해자와 비문해자의 차이, 세상과 만나는 통로가 되고 목숨과 맞바꾼 자존심으로서 문해력이 주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문해는 최소한의 기초적인 능력이지만, 그것을 통해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된다. 브라질의 교육학자였던 파울러 프레이리(Paulo Freire)의 ‘글자를 읽는 것은 곧 세계를 읽는 것(Reading the Word and the World)'이라는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파트 3은 영화 <디 벨레>, <솔저>, <죽은 시인의 사회>, <패치 아담스>를 통해 ‘절망에 갇힌 학교’를 이야기하고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카르페 디엠, 즉 현재를 즐기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영화다. 학생은 사회적 지위로서 모든 현실적 감각과 느낌을 유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사색적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교육을 잘 받는다는 것이 덫에 걸린 배움이 아닌지 의문을 던진다. 또한 영화 <패치 아담스>를 통해 제도로서 의학, 의학 교육, 그리고 제도로 인하여 사상되는 인간성을 이야기하면서 이를 통해 교육이 무엇이고, 교육은 개인의 구체적인 삶에서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마지막 파트4에서는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고독한 스승>, <퍼스트 그레이더>를 통해 ‘희망을 향한 배움’을 이야기한다. <고독한 스승>과 <퍼스트 그레이더>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영화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저자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를 통해서 교육은 사회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상당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도구이지만, 동시에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사회 변화는 사회가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사실 원래 책 제목을 ‘교육의 이름으로: 희망과 절망의 교차점’으로 하려고 했다고 한다. 저자가 선택한 13가지 영화를 통해 교육학자의 관점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수많은 긴장과 갈등을 그려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희망과 절망의 교차점에 있는 교육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필자가 진행한 ‘저자와의 Q&A - 유상성과 함께하는 배움의 조건’에서 저자는 13가지 영화에서 교육에 대한 생존, 숙명, 자존심, 두려움, 즐거움, 통제, 제도, 차별, 변화, 덫 등 10가지 키워드를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생존을 위해 교육이 시작됐고, 교육은 숙명이며, 자존심이며, 때로는 두려움, 즐거움이며, 통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제도, 차별의 덫에 걸리기도 하지만 변화를 위한 토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유성상 교수의 13가지 영화를 교육학적으로 풀어낸 ‘배움의 조건’을 통해 교육의 제도와 정책 이전에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또한 영화와 책을 통한 컬래버레이션의 묘미를 맛볼 수 있었다.

<배움의 조건>

유성상 저 | 지식의날개 펴냄

이 책은 ‘배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얼핏 영화 평론서처럼 보일 수 있지만,영화를 소재로 한 배움에 관한 이야기다. 교육적이면서도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13편의 영화와 13가지 배움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을 통해 배움의 진짜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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