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우리들의 봄은 이렇게 시작된다

글. 이수정 선생님(서울장곡초등학교병설유치원)

“엄마~” , “안 갈래~ 집에 가! 으앙~” 아침부터 울음소리가 진동한다. 작은 몸에서 어쩜 이렇게 강렬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는지, 어쩜 이렇게 강력한 버둥거림을 할 수 있는지…. 유치원의 현관은 아이들의 눈물과 콧물, 부모님들의 불안, 그런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안심시키고 이해하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다.

겨우겨우 달래서 교실로 들어가면 교실 안은 그야말로 총천연 빛깔의 개성들이 넘쳐난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다시 한번 우렁차게 우는 아이, 교실이 운동장인 양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이, 선생님을 경계하며 째려보는 아이, 놀잇감을 들고 정신없이 놀이하는 아이, 그냥 하릴없이 둘러보는 아이. 그중에서도 “응!” , “아니!” , “싫어!”라며 일관성 있게 반말하는 아이.

처음 유치원 교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3월은 정말 감당하기 힘든 달이었다. 유치원이 낯설어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품어주기도 해야 하지만, 책상 위에 올라가 앉고, 바닥에 누워 굴러다니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르침도 주어야 했다.

몇 해 전 만 3세 학급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우유 간식을 먹는데, 유난히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나를 쳐다보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에게 다가가 웃으며 이름을 불러주었더니, 아이가 하는 말. “난 선생님 웃는 거 너무 보기 싫어!!” 순간 말문이 막히고 표정이 턱부터 굳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차분히 아이의 눈을 다시 한 번 보니, 그 아이의 말은 진심이었다. 이 말을 들리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너무나 속상하고, 하루하루 일분일초를 정성 들여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의 기운을 남김없이 빼놓았을 것이다.

초임 시절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를 만났다면 ‘흥칫뿡’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보인다. 그 말 속에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막연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음을, 두려운 만큼 호기심이 있음을. 그리고 이제는 안다. ‘너와 선생님은 정말 꿍짝이 잘 맞겠구나!!’

경력이 쌓여가면서 더더욱 느낀다. 3월의 중요성을. 3월은 따뜻하기도 하고, 춥기도 한 초봄의 날씨처럼 반가움과 설렘이 있지만, 그만큼의 두려움과 긴장감이 함께하는 달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우리 반 아이들과의 일 년, 학부모님들과의 일 년, 교사로서 나의 일 년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와 떨어뜨린 나쁜 사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아이들에게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다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의 눈이 동글동글해진다. 울음소리는 점점 웃음소리로 바뀌고 “응” , “싫어” 하던 아이들도 “네” ,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를 찾아간다. 이렇게 봄여름가을겨울, 소소한 일상을 함께 보내고 나면, 떠올리면 웃음이 나고 돌아보면 행복했던 ‘우리 반만의 추억’이 만개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성장해나갈 것이다.

어김없이 찾아온 2018년의 3월도 유치원의 현관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다. 이 현관은 곧 선생님과 아이들, 학부모님들이 만나는 반가운 만남의 장소가 될 것이고, 선생님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선생님’이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울부짖었던 아이들의 절절함은 훗날 즐거운 추억담이 될 것이고, 부모님들의 걱정스러움은 다행스러움으로 바뀌어 있으리라는 것을. 또한 이 모든 시간이 훗날 보람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마음에 자리하리라는 것을.

자, 다시 시작이다. 이번에는 어떤 개성 넘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어떤 모습이든, 어떻게 말하든, 나는 아이들에게 웃으며 말한다. “어서 와 반가워.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어!” 우리들의 봄은 이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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