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학생 주도 동아리 활동 소개

‘한 편의 연극처럼’ 우리는 무대 위에서 성장한다

명일중학교 연극반

명일중학교 최초의 연극반 ‘칸타빌레’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하다. 그 시작부터 정규 동아리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을 거듭한 학생들의 이야기가 어느 성장드라마 못지않다. 한 편의 연극과도 같은 명일중 연극반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 사진제공. 명일중학교

칸타빌레의 시작

연극이 끝나고 무대에 막이 내리자 객석에서 하나둘 박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대에 선 배우들의 얼굴에는 너나없이 눈물이 흘렀다. 배우뿐만 아니라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한 연출진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배우와 연출진은 극단에 소속된 프로들이 아닌 명일중학교(교장 양영주)의 학생들이었다. 한번 터져 나온 눈물은 좀처럼 그칠 줄 모르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우리가 정말 연극을 만들 수 있을까?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걱정이 ‘우리가 한 편의 연극을 완성했다. 우리가 해냈다’라는 뿌듯함과 자신감으로 뒤바뀌는 순간.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차올라 눈물로 터져 나왔다. 명일중 연극반 ‘칸타빌레’의 첫 공연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이광석 선생님을 찾아와 말했다. “선생님, 연극을 정말 해보고 싶은데 학교 동아리로 연극반을 만들 순 없을까요?” 이렇게 학생의 자발적인 요청과 바람이 담긴 한마디로부터 명일중 최초의 연극반 ‘칸타빌레’가 출발했다. 이미 동아리 편성이 모두 끝난 상태였지만, 이광석 선생님은 지도교사를 자청하며 연극반의 정규 동아리 편성을 목표로 아이들과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연극이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라 실제로 잘 운영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어요. 연극을 하고 싶다는 몇몇 아이들의 바람만으로 연극반을 만들기는 했지만, 다른 아이들도 좋아할까, 남 앞에 선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 가능할까 싶었죠. 하지만 저도 놀랄 만큼 연극반에 들어오고 싶다고 모인 아이들이 많았어요.”

연극부 창설을 위해 하나둘 자발적으로 모인 학생들은 학교 곳곳을 뛰어다니며 직접 만든 홍보물을 붙이고 부원을 모집했다. 체계도, 준비도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 없는 부족함투성이였지만, 학생들은 어느 때보다 열심이었고, 열정적이었다. 이광석 선생님 역시 외부에서 강사를 초빙해 발성 훈련을 받게 하는 등 학생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조금씩 연극반의 틀을 갖춰나가면서 마침 연말에 있을 학교 축제인 ‘늘빛제’에 연극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기존에 있던 연극을 각색하자는 선생님의 제안에도 학생들은 창작 연극을 고집했다. 그만큼 연극반 활동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진지했다. 그렇게 기본 훈련을 거쳐 연기와 연출을 학생들이 직접 도맡아 제작한 ‘칸타빌레’의 첫 작품이 학교 축제를 통해 성공적으로 공연된 것이다.

연극반 활동이 가지는 의미

학생들이 직접 발로 뛰며 땀으로 만든 연극반 ‘칸타빌레’는 지난해 드디어 학교의 정규 동아리로 편성됐다. 정규 동아리 편성과 동시에 모집한 부원은 첫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 역시 부득이하게 인원에 제한을 둘 만큼 많은 학생이 연극반 가입을 희망했다.

명일중 연극반은 매년 연말 마을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여는 청소년 참여 콘서트와 학교 축제 ‘늘빛제’에서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매년 새로운 창작 연극을 기획하고 만든다. 주제 선정부터 대본 쓰기, 연출진 구성, 자체 배우 오디션을 통한 배역 선정까지 모든 과정이 학생들의 손에서 이루어진다. 일 년 동안 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 진로를 고민하고 선택하는 보다 직접적인 경험이 된다. “많은 노력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의 교육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에요. 그런 점에서 학생 주도 동아리 활동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과정이에요. 이런 동아리 활동은 스스로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시행착오도 겪으며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해보는 기회가 돼요. 이게 정말 나의 꿈일까? 이걸 진로로 정해도 괜찮은 걸까? 고민하며 자기 자신을 투여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어요.”

현재 ‘칸타빌레’의 반장을 맡고 있는 김지율 학생은 연극반 활동을 거치며 진로에 대해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직접 연극을 연출해보고 싶었어요. 아직 진로로 확정한 건 아니지만, 더 흥미를 갖게 된 건 확실해요. 이전에는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었지만, 연극반 활동이 이쪽으로 진로를 정하면 어떨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차장을 맡고 있는 김다인 학생 역시 연극반 활동이 진로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됐다. “예전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는데, 연극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연출부와 연기자가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뤄 공연을 완성하는지 궁금했어요. 발성 연습을 하면서 저에게 부족했던 것들을 채워나갈 수 있었고, 연극반 활동을 바탕으로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하고 있어요.”

올해 명일중 연극반의 또 다른 목표는 연극을 통한 봉사활동이다. 이 역시 학생들이 먼저 제안했다. 이처럼 연극반 활동을 통해 완성되는 것은 한 편의 연극만이 아니다. 연극을 완성해나가는 일련의 과정과 활동을 거치며 학생들은 올바른 인성을 함양하고 인격을 형성해나간다. “아이들이 만드는 연극의 주제는 왕따, 학교 밖 청소년 등 주로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연극을 만들면서 주위를 돌아보게 된 거죠. 특히 올해는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연극반 활동이 아이들이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데에도 보탬이 된 거죠.”

학생들의 자발적 모임에서 학교 최초의 연극반으로 자리 잡기까지 겨우 3년. 우여곡절 끝에 선보였던 첫 공연을 시작으로 이제는 학교와 마을에서 정기 공연을 펼치는 동아리로 성장했다. 연극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동아리가 자리를 잡아나가면서 학생들 역시 한 사람의 ‘시민’으로 성장했다. 이런 ‘칸타빌레’의 연극이 어찌 멋지지 않을 수 있을까? 명일중의 연극반, 그리고 학생들이 만들어나가는 성장스토리가 바로 한 편의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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