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내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과정

국사봉중학교의 생활 속 학생자치

국사봉중학교의 학급회의 시간에는 색다른 모습이 연출된다. 몇몇 학급 임원이 앞에 나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모둠별로 안건을 상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급의 의견을 도출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사소해 보이는 문제 하나도 직접 의견을 내고 결정에 참여한다.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는 생활 속 학교자치 현장, 국사봉중의 이야기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 사진제공. 국사봉중학교

학부모 재능 기부로 퍼실리테이션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지킨다

‘참여’는 학생자치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자발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학생들이 능동적인 주체, 즉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함양하는 기회가 된다. ‘경험’이 최고의 교육이라는 말이 있듯이,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치를 경험할 때 비로소 학생자치는 꽃을 피운다.

국사봉중학교(교장 최화섭)는 지난 2011년 학생, 학부모, 교사가 각각 회의를 거쳐 3주체 생활협약을 만든 이래, 매년 학교의 여건과 학생의 의견을 반영해 보완·개정해나가고 있다. 일방적인 지시나 강요를 규칙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주체가 되어 생활문화를 직접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이다. 스스로 결정하고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기르며 민주시민으로서 한 걸음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다.

국사봉중은 생활협약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학급별 토론회를 열고 생활협약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어 학년별 원탁회의, 전체 학생으로 그 범위를 점차 늘리면서 보다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교사, 학부모 역시 학생들이 제안한 항목에 대해 전체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학생, 교사, 학부모 간에 의견 차이를 보이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해 폭을 좁히고 소통할 수 있도록 교육 3주체가 모두 참석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휴대전화 사용, 두발의 자유화 등 서로의 입장이 강하게 충돌하는 일부 내용은 그 허용 범위를 합의하는 데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입장의 교육주체들이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왜 그렇게 우려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학생의 의견이 전부 반영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는 일련의 과정과 학교의 노력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직접 학생 중심의 생활문화를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게 했다.

생활협약 준수 캠페인을 하고 있는 생활협약지킴이 동아리

작은 것 하나도 우리가 결정한다

국사봉중에서 학생자치가 얼마나 잘 정착되어 있고 활성화되어 있는지는 학급회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국사봉중의 학급회의는 더욱 많은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모둠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네다섯 명의 학생이 한 모둠이 되어 토론 후 모둠 대표가 각 모둠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급회의에 발표하면, 학급 전체 회의에서는 모둠별 의견을 바탕으로 학급 의견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이나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모둠 대표부터 학교 임원까지 학생자치를 위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퍼실리테이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이 퍼실리테이션 교육이 학생들이 학생자치에 참여하고 학교와 소통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국사봉중의 학생자치는 작은 것 하나라도 학교생활과 관련이 있다면 안건이 된다. 매점(학교협동조합에서 운영)에서 아이스크림을 언제부터, 어떤 종류로, 언제까지, 얼마에 판매할지 등 어른의 눈에는 시시콜콜해 보이는 문제도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문제라 하더라도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현재 자신의 삶에서 가장 가까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경험은 큰 배움이 된다. 국사봉중의 학생자치가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기에 거창한 것만이 반드시 의미 있는 결과물은 아니다. 학생자치 역시 그렇다. 비록 ‘아이스크림’일지라도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해결하면서 성취감을 느낀다면, 그 과정은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값진 경험이 된다. 이렇게 국사봉중 학생들은 생활 속에서 학생자치를 경험하며 자기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소옥 선생님

최소옥 선생님은 국사봉중학교 학생자치의 진정한 의미는 거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학생들이 그 과정을 충실히 밟아가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이루어지는 생활협약 개정도 학생들이 학교 규칙을 합의하는 과정 그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다.

“선배나 선생님이 이미 만들어놓은 규칙을 따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규칙을 만들면서 우리가 만든 거니까 지켜야겠다는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돼요. 민주주의는 나와 상관없는 어른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생활 속 문제를 소재로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기 삶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국사봉중의 학생자치는 학생들을 한 뼘 더 성장시켰다. 최소옥 선생님 역시 학생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옆에서 직접 지켜봤다.

“친구와 충돌이 잦고 자신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던 아이가 다양한 학생자치를 경험하면서 나중에는 학생회 부회장까지 맡게 된 사례가 있었어요. 자기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큰 동기부여가 된 거죠. 이렇게 향상된 자존감은 학습이나 진로 탐색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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