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30년 후 학교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학부모가 꿈꾸는 미래의 교육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며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사회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홍수 속에서 네 명의 학부모가 30년 뒤 학교의 모습을 자유롭게 상상해본다. 학부모들은 미래 교육에 대해 어떤 희망을 품고 있는지, 또 어떤 점을 우려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인터뷰. 오순희(<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김다영 / 사진. 김동율

미래의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오순희 오늘은 30년 후 초등학교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국·영·수 같은 주요 교과목에만 초점을 맞췄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훨씬 다양한 방면에서 교육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교과 내용이나 자료 부분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30년 뒤 아이들은 무엇을 중심으로 배우게 될지 상상해볼까요?

조윤재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렸을 때와 지금 교과서 내용 자체는 비슷한 것 같아요. 누군가 큰 개혁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30년 뒤라고 해서 많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교과서 외 자료 활용 측면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요. 지금도 일부 학교에서는 선생님 권한으로 교과서 대신 외부 자료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앞으로 이런 사례가 점점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조선희 저는 교과서의 내용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미디어 기기를 교육 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텐데요. 예를 들어 역사 유물을 모두 직접 가서 볼 수는 없으니 VR로 생생하게 체험해보는 식으로요. 또 요즘 교과서에 나오는 안전 교육이나 인성 교육이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요. 이를 다양하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박순옥 어제는 아이가 실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 정육면체 부피 구하는 법이나 단소 부는 법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묻더라고요. 아이들도 배움의 근본적인 이유와 쓸모를 궁금해하고 있다는 거죠. 과거에는 아이들이 ‘교과서에 실린 내용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 학습 계획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세운 것일까’에 대해 따지기보다 그저 주어진 대로 따라가는 데 급급했다면, 요즘 아이들은 그에 비해 생각이 좀 더 깨어 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미래에는 무언가를 왜 배워야 하는지 학생 스스로가 잘 이해하고, 열린 정보를 쉽게 교환할 수 있는 환경에서 교육 자료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유미경 요즘에는 외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번역기를 이용하면 해외에서도 문제없이 다닐 수 있는데요. 이와 같이 암기 위주 지식이나 정보의 습득 자체보다는, 어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배울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컴퓨터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더 확실하게 구분될 텐데요. 문화·예술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 있는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조선희 현재도 코딩의 중요성이 높아져서 기초 코딩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데,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심층적으로, 더 많이 배우게 될 것 같아요. 3D 프린터 등 프로그램을 이용한 산업이 많아지다 보니, 아무래도 중요한 필수과목 중 하나로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들도 일정 수준을 갖출 수 있을 만큼이요.

암기 위주 지식이나 정보 습득 자체보다는, 어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배우게 될 것 같아요. 유미경

오순희 기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왔네요. 학업 외에도 생활이나 인성 지도 측면에서 미래 학교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혹은 새롭게 생길 것 같은 부분은 무엇일까요?

박순옥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고, 주변 친구들보다는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렇기에 최근 학교에서는 모둠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고 있죠. 서로 부딪히고 협동하며 함께 나아가는 법을 배우고, 도덕적 사고방식을 익힐 수 있게끔 말이에요. 미래 학교에서는 개인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을 익힐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활동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유미경 인성 교육과 더불어 안전 문제에 대한 내용도 강화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마을 단위에서 아이를 키우던 예전과는 달리, 사회가 점점 삭막해지다보니 나를 외부 상황으로부터 지키는 것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 같아요.

조선희 요즘엔 가정방문이라는 게 없어지는 추세잖아요. 제가 어릴 때는 선생님들께서 학생이 어떤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지, 부모님께는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신경을 써주셨던 것 같은데, 요즘엔 아이들이 그저 ‘학교에 등교한 학생’ 그 자체로만 여겨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선생님이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고, 개인에게 알맞은 교육을 적용하는 분위기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지금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어떤 건지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학생들의 탈선을 막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조윤재 한 부모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모든 아이가 평등하게 안정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모 교육에 대한 생각을 해봤어요. 지금도 예비부부학교나 아빠학교 같은 프로그램이 일부에서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조금 더 공식적이고 체계를 갖춘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 아무리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춰놓는다고 해도,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다면 별 의미가 없는 거니까요.

박순옥 직업 체험 교육도 보다 탄탄하게 자리 잡았으면 해요. 지금은 중·고등학생 위주로 특정 부분에서만 시행되고 있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미리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직업들이 새로 생겨나고 사라질 텐데,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직접 느끼고 배우며 자기 재능을 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주로 현장학습을 통해 체험해보는 식이지만, 미래에는 기술도 발전하고 학생 한 명당 사용할 수 있는 학교 공간이 넓어지면서 교내에 시설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래에는 무언가를 왜 배워야 하는지 학생 스스로가 잘 이해하고, 열린 정보를 쉽게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으면 해요. 박순옥

미래의 교육 환경

오순희 우리는 기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며 모든 게 급격하게 변할 테니까요. 교육 환경에 있어 우려하시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조선희 4차 산업혁명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현재도 아이들은 스마트폰 중독이나 공동체 의식 결여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어요. 이런 것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서의 학교 교육이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기술 발전에 따른 실생활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우리가 놓친 부분들을 다시 생각하며 천천히 흘러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미경 얼마 전에 중국 경찰이 스마트 안경을 통해 범인을 찾았다는 뉴스 기사를 봤는데요. 사람들의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와 안경을 연결해서 개인의 신상을 바로바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해요. ‘만약 이런 기술이 학교에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가정형편이나 학습능력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쉽게 등급을 매겨버리는 거예요. 지금도 많은 부분들이 전산화, 간편화되는 추세다보니 학교 공동체가 비인간적으로 변할까봐 걱정돼요.

조윤재 가정이 아닌 외부 기관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상황이 더 많아질 것 같기도 해요. 지금도 밤 9시까지 아이들을 맡아주는 기관이 있을 정도잖아요. 이렇게 우리 자녀 세대는 가족과 공동체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본적인 정서가 결핍된 상태에서 자란 아이들이 과연 30년 후 부모가 됐을 때 올바른 공동체 의식을 물려줄 수 있을까요?

박순옥 학교 안에서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큰 행사가 점점 없어지고 있잖아요. 작은 그룹별로 하는 활동 말고, 운동회처럼 학교 전체가 들썩일 만큼 신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힘들 것 같아요.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분위기가 점점 삭막해져간다는 거죠. 시간이 흐른 뒤 아이들이 ‘친구들이랑 그런 걸 함께 했었지’ 하고 되새겨볼 수 있는 문화를 잘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든 올바르고 안정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평등하게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윤재

오순희 마지막으로 공간적인 측면에서 미래의 학교는 어떻게 변해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유미경 제가 초등학생이었던 때를 떠올려보면 운동장에서 노는 시간이나 행사 등이 굉장히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미세먼지나 안전 문제 때문에 아이들이 대부분 실내에서만 생활하고 있는데, 미래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조선희 30년쯤 지난 후에는 기술 발전이나 정부 정책 등을 통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 속에서 공부하는 학교가 많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학령기 아이들의 수도 더 줄어들 텐데, 그러면 학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도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요? 도시가 점점 삭막해져가는 상황 속에서 학교는 더 자연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담장을 넝쿨장미나 수선화로 대신하고, 텃밭을 교실 삼아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모습을 꿈꿔보았습니다.

박순옥 말씀하신 것처럼 학령기 학생 수가 줄어든다면 학년별로 나뉜 교실이 아닌, 하나의 큰 공간에서 수업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강당 같은 곳에 다 같이 모여 팀을 꾸리고, 한쪽에서는 토론 수업을 하고 한쪽에서는 만들기 수업을 하는 식으로요. 그러면 아이들이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주제별로 공부할 수 있겠지요. 또 선생님이 칠판에 판서만 하시던 옛날과 비교하면 지금도 교실 환경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각 교실마다 TV가 있고, 노래를 부를 때는 컴퓨터로 영상을 틀어놓고요. 교과서도 종이가 아니라 전자책 형태로 변하겠지요.

조선희 책상의 구조나 배치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해외에서 둥그렇게 둘러앉아 토론을 하는 것처럼, 학생들이 수평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의 사회화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거예요.

조윤재 저는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책가방이 없어지면 미래의 학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상상해봤어요. 교실에 들어가면 책상에는 학생마다 하나씩 지급된 개인별 모니터가 있고, 수업시간에는 선생님들이 개인 모니터에 자료를 띄워주시는 거죠. 이와 같이 기술의 발전과 적용이 빨라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미래의 아이들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나 자연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을 놓칠까봐 우려돼요. 학교 안에 친환경적인 공간을 잘 갖춰서 다양한 부분들을 함께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넝쿨장미가 담장이 되고, 텃밭을 교실 삼아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미래의 학교 모습을 상상해봤어요. 조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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