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공감으로 성장하는 교실이야기

글. 박진선 선생님(서울돈암초등학교)

“사랑합니다. 저는 김동수입니다.” “반갑구나. 동수야, 오늘도 잘 지내보자.” 매일 아침 우리 반 학생들은 공수인사를 하고 나와 악수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와 집이 멀어서 한 시간 이상 걸려 학교로 달려와 벌써 지친 순간에 손을 맞잡고 온기를 나누며 하는 아침인사가 어느새 에너지를 충전시켜준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마주 보며 건강과 기분을 확인하고, 학습과 생활을 통해 성장의 작은 만족감과 희열을 느끼는 건강한 하루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올해는 3학년을 맡게 됐다. 루비콘강을 건너는 시기라는 이때의 아이들은 자의식이 성장하고 세상과 자신을 분리하는 단계로, 현실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과 기술의 습득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특히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좋을 때다. ‘오늘의 책 읽어주는 선생님’ 시간에 고른 책은 <오늘이>라는 책이다. 자기 이름도 모르고 부모도 없이 혼자 자라서 만나는 사람들이 오늘 만난 아이라 해서 ‘오늘이’라고 이름 붙여진 오늘이가 부모님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아이들은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그리고 느낌을 한 줄로 적어서 책의 한 페이지를 그렸다.

‘오늘이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오늘이처럼 약속을 잘 지켜야 멋진 일이 일어난다’등 아이들이 인물의 마음에 몰입하여 저마다 개성 넘치는 느낌을 진지하게 잘도 쓴다. 24명이 각자 완성한 감상지를 한 장씩 붙이고,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표지를 완성하여 우리 반 책 1호, <오늘이>가 완성됐다. 선생님 도서관에 22번째 책으로 등록된, 우리 반 학생들이 직접 만든 책 <오늘이>가 제일 인기가 많은 건 아마도 서툴지만 감성 넘치는 아이들의 그림과 한 줄 평이 재미있어서일 테다.

오늘은 유독 밥을 안 먹는 건영이를 점심시간에 내 앞자리로 초대해서 함께 식사했다. 건영이는 내 눈치를 보며 밥을 떴다 덜었다 반복한다. “밥 잘 먹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야. 단짝인 찬희는 식사 예절이 좋아서 밥을 남김없이 잘 먹으니까 수영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거야”라는 말로 구슬리면 역시 아이는 아이다. 밥을 한 숟가락씩 퍼서 입안으로 가져간다. 몇 번 씹지도 않고 맛있다며 삼키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식사 후에 “우리 반 3월의 시 회양목 꽃을 화단에 나가서 직접 보고 들어오세요”라고 하니 아이들이 “와, 회양목 꽃 보러 가자” 하며 우르르 나간다. 어떤 아이는 “꽃 같지는 않은데 노랗게 생긴 작은 게 꽃이에요?”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저는 못 봤어요. 꽃은 안 피었던데요?” 하며 꽃처럼 생기지 않은 회양목 꽃을 보고도 지나친다. 회양목 꽃을 보러 나가 사진으로 찍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와, 신기하다. 회양목 꽃이 이렇게 생겼구나. 작고 귀엽네. 히히” 하며 연신 신기해하며 방실거린다. 아이들은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마음을 지녔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정신없이 하루를 달려 하교시간이 왔다. 2학년 때보다 많아진 교과서와 학습량으로 지칠 법도 한데 아이들은 오히려 “오늘은 하교 미션이 뭐예요?” 하고 여전히 신나한다. 아이들은 집에 가는 것도 하나의 미션으로 생각하고 즐거워하는 것 같다. “오늘은 하이파이브 인사 말고 ET 인사해요”라는 말에 아이들은 손가락을 들고 뒷문에서 올망졸망 기다린다. 선생님과 자기 손가락이 행여 맞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고 연습까지 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마침내 손가락 인사를 마치면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행복한 발걸음을 옮긴다. 만족감을 안고 즐겁게 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오늘 하루도 탈 없이 잘 지나갔구나’ 하는 안도감에 맑게 갠 날과 같은 행복을 잠시나마 느끼고 내일의 행복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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