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비전을 공유하는 학교 공동체 만들기

글. 임유원 교장선생님(상봉중학교)

길고 버겁게 느껴지는 새 학년 3월이 지나고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봄비와 함께 4월이 시작됐다. 우리 학교의 이번 학년도는 예년과는 좀 다르게 시작됐다. 2월 셋째 주에 신학년도를 준비하는 자체 워크숍으로 전체 교사들이 참여하는 15시간 직무연수를 사흘 동안 운영했다. 개인 일정을 포기해야 하는 일부 교사들의 다소 불만스러운 기색과 발언이 있기도 했지만, 간곡한(?) 부탁에 모두 참여했다. 교무부장과 연구부장의 교육과정-수업-평가 연계 혁신에 대한 집중 안내와 함께, 다른 학교들의 우수사례 강의도 듣고, 학년별, 교과군별로 열띤 토론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교사들이 실제로 교육과정과 성취기준을 분석하면서 그에 따른 수업의 설계와 평가 계획까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짜보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나는 교장으로서 미래교육의 방향과 2018학년도 학교운영 방향을 주제로 강의했다. ‘모두 함께 성장하며 미래를 열어가는 행복한 배움터’라는 학교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다음과 같이 그려보았다. ‘자율과 책임의 민주적 교육공동체-함께 성장하는 배움공동체-소통하며 참여하는 생활공동체’ 즉,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이루는 교육공동체이며 배움공동체, 생활공동체로서 학교가 가지는 공동체성의 의미를 풍부히 하고자 했다.

그러나 강의를 통해서 학교 구성원들이 이러한 비전을 공감하고 그에 걸맞은 공동체성이 형성되리라고 쉽게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작년 가을 학기에 학교 자체평가를 위한 소규모, 중규모의 단계적 토론과 워크숍을 지속해서 다양하게 실시해왔던 경험을 통해서 우리 학교의 공동체성이 다져졌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번 2월 자체 연수에서도 집중적인 토론을 통해 학교교육 혁신의 방향을 함께 나누며 수업과 평가 방법을 바꾸어보는 성과를 얻게 된 것이라 본다. 프로젝트와 발표 등 다양한 학생 참여형 수업을 설계하면서 수행평가가 실질적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어, 거의 모든 과목에서 정기고사의 횟수가 학기당 1회로 줄어들었고 6개 과목은 아예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산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런데 3월 학부모총회에서 학교의 교육 방향과 평가 계획을 개괄적으로 안내했더니, 학부모들은 그 취지에 대해 의아해하며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정기고사 횟수가 줄어들면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게 될 것이다’ 등 질문이 총회가 끝난 후 이어졌다. 그래서 교과별 수업과 평가 계획에 대해 다시 한번 학부모들에게 상세히 안내하는 별도의 설명회를 하기로 하고 초청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학부모들이 묻고 싶어 하는 질문들도 미리 모아 교과부장들과 공유하면서 다음 주에 학부모 대상 평가 계획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학부모들 차례다. 학부모들에게 학교교육의 방향과 의미를 공감하게 하고 신뢰감을 주며 그들을 학교공동체로 끌어안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설명회가 교사들에게는 전문적 자율성으로 결정한 수업과 평가 개선의 실천적 책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스스로를 가다듬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는 올해 ‘학부모 아카데미’를 10회에 걸쳐 운영하고 지속해서 참석한 분들에게 이수증도 발급하기로 하면서 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놓았다. 그런데 나는 학교가 벌여놓은 행사에 학부모가 참석만 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부모회에서 직접 주관하면서 행사를 운영해달라고 부탁했다. 학부모 아카데미가 교사들에게 가중되는 업무가 되지 않고 학부모회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랬더니 새로 구성된 학부모회에서 활동 계획을 논의했는데, 아카데미를 저녁 시간대에 운영하겠다는 결정이 나왔다.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거나 퇴근 후에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상봉 학부모 아카데미’를 통해 학교공동체가 새롭게 넓혀지고 단단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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