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함께 공부하고 공유하는 교사

배움에 배움을 더하다

공부하는 교사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기만 하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다. 교사도 공부한다. 오늘날 교사들은 전문성 신장, 아이들의 행복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교육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서로 공감하고, 수업 아이디어와 교육자료를 나누며 함께 성장한다. 교실의 벽을 허문 ‘공부하는 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변춘희(시민기자단) / 사진. 김동율

학교 밖 교사학습공동체

변춘희 안녕하세요. 오늘은 ‘공부하는 교사’를 대표하는 선생님 네 분을 모셨습니다. 흔히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운다고 생각하는데,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실천한 성과와 자료를 다른 선생님들과 나누고 계신 선생님들입니다. 먼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윤상혁 한성여자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환경동아리를 운영하면서 교사학습공동체 모임을 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에서 발간하는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을 하면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과 ‘삶을 위한 수학교육’에 대해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선생님들,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가들과 함께 고민해왔고요. 올해 3월부터는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세용 초등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서 운영진을 맡고 있어요. 운영진 중에서 서울에 계신 선생님이 많지 않아서 제가 대표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인디스쿨은 인터넷이 막 활성화되기 시작하던 2001년에 만들어졌어요. 초등교사들은 같은 학년을 가르쳐도 서로 수업에 대한 교류가 거의 없었어요. 처음에는 공유와 나눔의 정신을 가진 선생님 몇 분이 홈페이지를 만들어 수업자료를 나누는 걸로 시작했어요.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회원 수가 20만 명을 넘었다가 지금은 초등교사로 회원을 한정하고 수업에 대한 고민, 학생에 대한 고민, 학부모와의 문제, 관리자와의 문제 등 학교생활의 모든 영역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서울, 지방, 도시, 농어촌, 섬마을까지 전국 어디에서나 양질의 교육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거죠.

최은주 서울송화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인디스쿨에서 연구모임을 하고 있어요. 인디스쿨은 사용자가 아주 많은데, 아주 느슨한 커뮤니티이기도 하고 일부 사람에게는 빡빡한 커뮤니티죠. 자발적 후원금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서버가 다운돼서 문을 닫을 것인지, 회비를 거둘 것인지 고민할 때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했는데, 순식간에 일억 원이 모인 적도 있었다고 해요. 초기에 앞장서서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이 자신이 마련한 자료를 공유하면서 연구하는 교사문화를 만들었죠. 선생님들이 자료를 가져가면서 고맙다거나 유용하다는 피드백을 남기는데, 학생들의 피드백과는 또 다른 보람이 있어서 지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어요. 모여보자는 선생님들도 늘었고요. 최근 초등을 중심으로 연구모임을 하거나 책을 쓰는 모임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런 자생적 모임이 만들어지는 데 인디스쿨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최향임 누원고등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고 있고, ‘교실밖교사커뮤니티’ 공동대표입니다. 교실밖교사커뮤니티는 1998년에 만들어졌고, 저는 2002년부터 활동을 했어요. 장학 대신 컨설팅이라는 개념으로 시작했는데, 선생님들이 서로 컨설팅해주는 공부하는 교사모임이에요. 교수학습지도 방법을 공유하면서 서로 성장을 돕는 거죠. 지금은 교과가 다른 선생님들이 모여 수업이 분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교사모임도 갖고 있어요. 학교에서도 공부모임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 50여 명 중에 자발적으로 모인 분이 15명이나 돼요.

학교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공간이 되어야 해요. 이제 교사들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질문이 있다는 건 교육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는 것이고, 잘 가르치는 것을 넘어 무엇을, 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는 거죠. - 윤상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교사의 질문이 교육을 바꾼다

변춘희 공부하는 교사모임의 사례를 좀 소개해주세요.

최은주 참교육을 위한 실천 모임이라는 게 있어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선생님들이 지역, 교육청, 학교 단위로 모여서 공부하고 실천하는 모임이에요. 방학에는 2박 3일 동안 전국에서 모여서 그동안 공부한 것들을 공유하는 참교육실천대회를 하고 있어요. 저는 중증장애 아동을 키우면서 휴직 기간에 신경학을 공부했는데요. 학교에 오니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예요. 제가 공부한 것이 선생님들에게 유용한 지식이지만, 저는 학위도 없고 일개 교사일 뿐이었죠. 어떤 연수기관에서도 저를 강사로 부르지 않았는데, 저희 학교 선생님께서 참교육실천대회에서 발표를 해달라고 하셨어요. 발표를 하고 나니까 선생님들이 요청하셔서 교사 경력이 5년이 채 안 됐고, 전교조 조합원이 아니었는데도 새학기준비연수에서 강의를 했어요. 이걸 계기로 이 부분에 관심 있는 선생님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모임을 꾸렸고 이후 직무연수까지 하게 됐어요. 그때는 교사들이 공부하는 열린 공간이 참교육실천대회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커뮤니티가 다양해져서 참교육실천대회가 예전만큼 관심을 받지는 못해요.

윤상혁 저도 1999년에 교사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전교조 분회, 지회 활동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우리교육>에 실리는 글들과 교사연수도 큰 영감을 주었죠. 2011년부터는 학교에서 ‘헤다고지’라는 교사학습공동체에 참여해 공부해왔어요. 매년 한 가지 주제를 정해 함께 공부하는데, 그동안 배움의 공동체, 구성주의 심리학, 프로젝트 학습 등을 공부해왔어요. 연말에는 공부한 걸 바탕으로 공개수업을 진행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죠. 작년에는 ‘헤다고지’ 회장을 맡아 과정 중심의 수행평가를 주제로 토론회와 교사 연수 등을 진행했어요.

최은주 지금은 공부하는 모임이 특별하진 않아요. 특히 서울과 경기도는 학교 안 교사모임이 학교마다 있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공부모임을 꾸리려고 해도 인원이 부족하니까 온라인에서 모였는데, 지금은 학교마다 공부하는 교사모임이 보편화되어 있어요.

교사들은 모이면 교육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요. TV를 보다가도 ‘저거 수업에 갖다 써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모든 교사가 동시에 바뀌지는 않아요. 먼저 고민하고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제도를 바꾸는 거죠. - 최은주 서울송화초등학교 교사

최향임 저는 지난해 연구부로 가서 연구수업을 없애고 공개수업으로 바꿨어요. A4 용지 한 장에 간략하게 작성한 공개수업 내용을 인쇄해서 선생님들께 나눠드리고, 수업을 들은 선생님들이 피드백을 해주시면 담당 선생님께 전해드려요. 참관을 세 번 하면 수업을 한 번 한 걸로 해요. 보는 것도 배우는 거니까요. 이렇게 하면서 수업연구 자체를 바꾸고 수업연구실도 만들어서 선생님들의 만남의 공간을 만들었어요. 교장, 교감선생님도 수요일에는 가능한 한 회의를 안 잡고 선생님들이 온전히 공부하는 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계세요.

김세용 저희 교실에서도 서울, 경기지역 교사들이 2주에 한 번씩 모여 공부하고 있어요. 주말에는 세종시 같은 곳에서 전국 단위로 모여서 공부하는 선생님들도 있고요. 인디스쿨 연수장이 합정에 있는데, 선생님들이 저녁 시간에 매일 이곳에서 모임을 해요. 주말을 반납하고 합숙하면서 공부하는 선생님들도 있고요. 심지어 매우 큰 비용을 내고 공부하는 선생님들도 있고, 내용도 미술, 음악, 교육마술, 심리학 등 다양해요. 교육마술 같은 경우는 학생들이 학습에 관심을 갖도록 동기유발 차원에서 접근했는데, 가르치는 내용과 연결된 마술을 만들어서 수업에 활용하고, 다른 선생님들께도 소개하고 있어요.

최은주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도 ‘저거 수업에 갖다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교사거든요. 그러다 보니 보드게임을 하시는 선생님들은 아예 ‘타임라인 한국사’라는 보드게임을 직접 제작하시기도 했어요. 교사들은 동호회든 뭐든 모이기만 하면 교육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요. 한두 사례를 소개하기 어려울 만큼 모임이 많아요. 이렇게 활동하다 보면 사회 비판적인 것도 나오는데, 일제고사 반대처럼 당시에는 소수의 의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서는 상식이 되는 것들도 많아요. 그게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에 일제고사가 있을 때만 해도 1급수에 사는 물고기를 묻는 것과 같은 암기문제를 냈어요. 성적을 매기려면 관습 때문에 이런 문제를 내거든요. 많은 교사가 이런 교육에 질문을 던지니까 사회적 검토를 거쳐 지금 초등학교는 일제고사가 없어지고 수행평가가 들어오면서 교육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수업이 다양화되고 과정 중심의 평가가 들어왔죠. 모든 교사가 동시에 바뀌지는 않아요. 먼저 고민하고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제도를 바꾸는 거죠. 초등의 경우 전에는 차시마다 목표가 있었다면 지금은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대강화되고 있어서 교사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을 만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요. 물론, 싫어하는 분도 계시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좋은 모델을 만드는 분들도 계시죠.

연구시간 확보를 위해 업무경감 등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교사들이 체감하기에는 미미해요. ‘뭘 지원해줄까?’라고 하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편 가르고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 최향임 누원고등학교 교사

변춘희 선생님들은 모이기만 하면 그 안에서 교육과 관련한 무언가를 창조해내시는군요. 시간과 공간만 넉넉하면 될 것 같습니다. 공부하는 교사들을 위해 행정적으로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할까요?

최향임 교육청에서는 선생님들이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업무경감 등 애를 쓰고 있는데, 실제 교사들이 체감하기에는 미미해요. 지금 노력하고 시도하는 선생님들을 그냥 지켜봐주고, 그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주면 좋겠어요. ‘뭘 지원해줄까?’라고 하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편 가르고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최은주 교사들이 연구하는 시간을 연수 등으로 인정해주면 좋겠어요. 전문적인 학습공동체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연수시간으로 인정해주는 직무연수가 있는데, 이게 학교마다 운영에 차이가 커서 올해는 계획서 신청이 엄청나게 까다로워졌더라고요.

윤상혁 학교가 가르침과 배움이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의 정체성을 ‘가르치는 자’로 규정하는 건 교사를 단순한 국가교육과정의 전달자로 제한하는 것일 수 있어요. 이제 교사들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질문이 있다는 건 교육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는 것이고, 단순히 잘 가르치는 것을 넘어 무엇을, 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김세용 핀란드 교육과정에 비어 있는 시간표를 보면서 굉장히 부러웠어요. 왜 비어 있는지 알 것 같아요. 무엇을 가르칠지 어떻게 가르칠지 교사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교육, 텍스트도 직접 고르고 교사가 설계하는 교육을 하고 싶어 하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를 교육하는 교사를 신뢰해야 교육이 좋아질 수 있어요. 교육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어요. 함께 공부하면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고 행복하게 교사를 할 수 있어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하고 싶은 게 더 늘어나요.

교사를 신뢰해야 교육이 좋아질 수 있어요. 교육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어요. 함께 공부하면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고 행복하게 교사를 할 수 있어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하고 싶은 게 더 늘어나요. - 김세용 서울경복초등학교 교사

변춘희 오늘 자리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교육에 대한 믿음이 더 높아졌습니다. 삶을 위한 교육을 기대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