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함께 공부하고 공유하는 교사

함께 교육의 미래를 그리는 교사들의 모임

학교 간 교원학습공동체 ‘솔개’

집단지성, 개인이 아닌 다수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말한다. 요는 함께 모여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는 것이다. 교원학습공동체는 이러한 집단지성을 반으로 한다. 더 나은 서울교육, 나아가 대한민국의 교육을 위한 집단지성. 학교 간 교원학습공동체 ‘솔개’의 정기모임 현장에서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을 만났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선생님이 대학로 카페에 모인 이유

낮게 내리쬐는 봄볕이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지던 5월 오후의 대학로. 연인과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닐거나, 홀로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여유를 만끽하는 등 사람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봄을 만끽한다. 한가로운 모습의 대학로 한쪽에 자리 잡은 한 커피숍으로 선생님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여 앉은 몇몇 선생님들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때로는 진지한 눈빛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 시간 대학로에 선생님들이 모인 까닭은 무엇일까? 이 자리에 모인 선생님들은 바로 학교 간 교원학습공동체 ‘솔개’에서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이다. 이날의 자리도 ‘수다’가 아닌 ‘공부’가 목적이다.

‘솔개’는 학교 내 민주주의 구현을 통한 평화로운 학교, 미래로 가는 학교 방안과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통해 본 한국의 민주시민교육, 그리고 그 적용방안과 방법론을 탐구하고 모색하는 학교 간 교원학습공동체다. 소속 학교가 다른 10명 내외의 선생님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월 1회 정기모임과 비정기 ‘번개’ 모임을 통해 배움의 시간을 갖는다.

토론과 경청, 타협과 합의가 일어나는 곳에서는 집단의 힘이 생길 뿐 아니라 미래를 열어나갈 창의성이 나온다. 토론이 없는 교무실, 토론이 일어나지 않는 교실을 극복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솔개’는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부족한 학교 내 문화와 제도적 문제를 탐색하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학교 내 민주주의와 민주시민교육’을 모임의 대주제로 다룬다.

‘솔개’의 선생님들은 사회에서 논쟁이 되는 정치적 사안을 다루지 못하는 학교에서 어떻게 진정으로 살아 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논쟁이 일어나는 주제일수록 토론이 일어나게 하고, 그 논쟁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교육하는 것이 바로 민주시민교육이라는 것이다. 시끄럽다고 피하는 것은 민주시민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의미에서 ‘솔개’는 강제성의 금지, 논쟁성의 유지,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를 수업가치로 타협해내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치교육을 실행에 옮긴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주목한다. 먼저 실행한 독일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며 우리의 실정에 맞는 방안은 무엇인가, 나아가 교사의 정치 중립성과 민주시민교육 간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탐색과 연구가 ‘솔개’ 선생님들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 간 공동체의 효과와 의미

같은 학교의 선생님들이 아닌 서로 다른 학교의 선생님들이 모이는 ‘솔개’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교원학습공동체 본연의 목표 외에도 많은 긍정적 효과가 있다. 노일중 박지혜 선생님은 다른 학교의 선생님과 만나 고민과 문제를 공유하며 접하는 다양한 사례에서 얻는 정보들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학교에 문제가 있더라도 자신이 그 학교의 구성원일 때는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여러 선생님과 만나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돼요. 시야가 넓어지는 거죠. 학교, 교사마다 문제를 대처하는 방식이 각각 다르기 마련인데, 다른 학교와 선생님들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나갔는지 실제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학생들에게 공부하라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이런 자리를 통해 스스로 공부하면서 그 기쁨을 학생들에게도 이야기해줄 수 있고요.”

창덕여중 박의현 선생님 역시 다양한 선생님들이 한데 모여 공부하는 게 결국 학교를 민주적인 모습으로 바꿔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박의현 선생님은 이러한 만남을 통해 실천적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교사의 업무를 매뉴얼로 만들기는 어려워요. 교사로서 성장하려면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죠. 오랜 교사 생활을 통해 축적된 실천적 지식과 노하우가 후배 교사들에게 공유되지 않고 휘발되는 건 사회적 낭비라고 생각해요.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건 거인의 어깨 위에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실천적 지식이 축적되면 후배 교사들이 그 위에서 더 나은 교육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이렇듯 선생님들은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교사에 대한 편견, 공부하는 교사를 바라보는 그릇된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신도봉중 최은석 선생님은 교사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책을 읽으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있어요. 일이 없고 한가해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거죠.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고, 가르치는 사람은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게 맞는데도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책을 읽으면 교사 업무에서 벗어나는 행동이라는 시선이 있어요. 교사가 학교에서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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