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함께 공부하고 공유하는 교사

교사학습공동체와 집단전문성

교사 학습을 넘어 교사 전문성에 대한 혁신으로

교사의 학습이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 과거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서 자유로운 교류와 공유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학습공동체는 전통적 교사 학습에 대한 혁신이다. 나아가 교사 학습뿐만 아니라 전문성에 대한 혁신을 추구한다. 교사 개인을 넘어 학교 전체에 걸친 혁신, 교사학습공동체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글. 서경혜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사 개인의 전문성과 교사 집단의 전문성

전통적으로 교사의 학습은 주로 현직연수를 통해 이루어졌다. 현직연수는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기획, 개발되어 교사들에게 부족한 지식을 보충해주는 보정적 성격을 띠었다. 예컨대, 교사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진단, 프로그램을 설계한 후, 특정 장소에 모아놓고 전문가가 지식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교사들은 교실로 돌아가 습득한 지식을 적용, 교육실천을 개선하리라 기대됐다. 이 같은 전통적 방식의 교사연수에는 다음과 같은 가정이 깔려 있다.

첫째, 교사의 전문성을 규정하는 지식이 있고, 이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의 학습은 교직의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학교교육에서 학습이란 교사가 전수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의미하듯, 전통적인 교사연수에서 교사의 학습은 전문가가 전수한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사의 학습을 지식 습득으로 볼 때, 교직의 전문지식을 더 많이 습득할수록 교사의 전문성은 신장된다.

둘째, 교사연수를 통해 습득한 전문지식은 교육현장에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 전통적인 교사연수는 교사들이 연수에서 전수받은 지식을 습득한 후, 그들의 학교로 돌아가서 이 지식을 적용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수행된다. 이러한 기대는 교직의 전문지식은 교육상황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넘어서서 어디에나 적용 가능하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이것이 바로 전문지식의 힘이고, 교사들에게 교직의 전문지식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라 주장한다.

셋째, 교사의 교육실천은 교직의 전문지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사연수는 교육실천을 전문지식의 적용으로 보는 관점에 기초한다. 적용 관점에서 교사의 학습은 실천과 확연히 분리된다. 학습은 교직의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이고, 실천은 이를 적용하는 것이다. 학습의 장과 실천의 장도 완전히 분리된다. 교사의 학습은 실천의 장을 떠나 교실 밖에서 연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학습과 실천의 분리는 교사의 학습을 일상으로부터 단절시킨다. 교사에게 학습은 방과 후나 방학에 하는 특별한 것이 된다.

그러나 교실로 돌아온 교사들은 연수에서 습득한 지식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목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다양한 가치가 갈등을 빚는 곳,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한 곳,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유일무이의 존재들이 사는 곳, 그 같은 교육현장에서 탈맥락적이고 일반화된 지식은 힘을 잃는다. 결국 교사들은 연수를 형식적인 것으로 여기게 되고, 혼자 알아서 배우고 공부하거나 적당히 안주하게 된다.

사실 교육현장의 많은 교사가 혼자 알아서 자신의 전문성을 개발해왔다. 혼자 공부하고 시행과 착오를 되풀이하면서 자신의 교육실천을 개선했고 전문지식을 쌓았다. 그러나 이렇게 쌓은 전문성은 동료 교사들과 공유되거나 후배 교사들에게 전수되지 못한 채 교육현장을 떠나면서 함께 교육현장에서 사라졌다. 그리하여 교사 개개인의 전문성은 향상됐으나, 교사 집단의 전문성은 그렇지 못했다.

교사 전문성의 새 지평을 연다

교사 학습에 대한 전통적 접근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최근 교사학습공동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교사학습공동체는 전통적인 교사 학습에 대한 혁신이다. 교사 혼자 분투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고립적 학습에 대한 혁신이자 현직연수를 통해 이루어져 왔던 제도화된 학습에 대한 혁신이다. 그 대안으로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 학습에 대한 공동체적 접근을 추구한다. 교사학습공동체에서 교사의 학습은 일방적인 전수가 아니라 자유로운 교류와 공유를 통해 이루어진다.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갖춘 교사들이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그들의 전문성을 자유롭게 교류 공유하며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전문성을 개발한다. 또한 교사학습공동체에서 교사의 학습은 비판적 탐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자신의 교육실천에 대한 비판적 탐구, 그리고 그 기저에 깔린 지식, 가정, 신념 등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서 교사의 학습이 시작된다. 나아가서 서로의 교육실천에 대해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지금까지 당연시 받아들여졌던 교육실천에 도전한다. 이 같은 비판적 공동탐구를 통해 내 교육실천뿐 아니라 우리의 교육실천을, 내 교실뿐 아니라 우리 학교를 혁신한다. 그리하여 교사 개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혁신의 한계를 넘어 학교 전체에 걸친 혁신이 이루어진다.

교사학습공동체의 교사 학습에 대한 혁신은 새로운 교사 전문성을 제시한다. 교사학습공동체에서 길러지고 발휘되는 교사 전문성은 기존의 것과 분명 다르다. ‘나’의 전문성뿐 아니라, ‘우리’의 전문성, 즉 집단전문성을 추구한다. 교사학습공동체의 집단전문성은 개인전문성의 개별성, 자율성, 다양성의 토대 위에 세워진다. 교사 개개인의 자율적 전문성을 존중하고, 교사 개개인의 전문성이 최대한 개발, 발휘될 수 있도록 서로 돕고, 교사 개개인의 전문성이 조화롭게 발휘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고 조율한다. 요컨대 교사학습공동체의 집단전문성은 자율적 성격의 전문성이자 협업적 성격의 전문성이다.

이처럼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 학습에 대한 혁신을 넘어 교사 전문성에 대한 혁신을 추구한다. 교사학습공동체는 소수 특정집단에 의해 교사 전문성이 규정, 관리되어온 인습과 교사 전문성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제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교사들이 그들의 전문성, 지향하는 전문성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고 탐구하고자 한다. 교사학습공동체는 연구소에서 생산되고 현장에서 소비되는 전문성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다양한 경력, 경험, 역량을 가진 교사들이 서로의 전문성을 교류 공유하며 집단전문성을 생성 발전시키고자 한다. 교육행정가, 교사교육자, 대학교수,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새로운 교사 전문성을 함께 탐구, 창출하고자 한다. 나아가서 학생, 학부모, 그 외 학교교육에 관계된 여러 사람들과 교사 전문성에 대해 논의하고, 그 의미를 공유해나가며 사회적 합의에 이르고자 한다.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 전문성의 새 지평을 열고자 한다. 의사나 법조인과 비교되는 전문성, 그리하여 교직을 ‘준’전문직이라 규정하는 전문성이 아니라, 교육실천의 특유성을 온전히 담아내는 전문성. ‘할 수 있는 자는 하고 할 수 없는 자는 가르친다’는 속언, 작가가 되지 못해 국어교사로 전향하는 드라마의 주인공 등 가르치는 일을 이류로 보는 전문성이 아니라, 가르치는 일의 자존성을 온전히 담아내는 전문성. 학업성취도검사 점수로, 교장의 근무 평점 점수로, 학부모 만족도 설문조사 점수로 평가하는 수량화된 전문성이 아니라 교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는 전문성. 자율적, 협업적 전문성을 넘어 교육의 공공성을 다시 세우는 전문성. 교사 전문성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이 길에 보다 많은 교사가 동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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