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교육

내용으로서의 인문학, 방법으로서의 독서토론

왜, 어떻게 독서토론을 해야 하는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 강화를 중점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인문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독서토론이다. 인문소양 함양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갖추게 한다. 지금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독서토론을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글. 윤상철 수석교사(경희여자고등학교)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

“철학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 방법을 배워야 한다.” - 임마누엘 칸트

최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문제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입학제도의 변화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신문기사를 살펴보면, 고등학교가 존립하는 이유와 목표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중·고등학교를 대학입시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육은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게 진로를 개척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고등학교 교육 목표다. 현실적인 편익과 자신의 유불리에 근거해 평가와 대학입시 방법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고등학교의 교육 목표에 대해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 본질을 염두에 두지 않는 이들에게 ‘진로’는 ‘대학입시’일 뿐이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 함양’은 포장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고등학교가 대학의 선발 방식에 종속된 현실이 안타깝다. “현실이 그렇다”,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 편승해 중·고등학교는 언제까지 방관자 또는 암묵적인 동조자가 되어야 하는가? 엄밀하게 따지면 대학에서 어떤 학생을 우수한 학생으로 판단해 선발할지는 대학의 몫일 뿐이다.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주체들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교육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조벽 교수는 <인재혁명>에서 “이제는 머리에 담긴 많은 내용이 아니라 체험에 의해 몸에 녹아내린, 즉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21세기가 요구하고 인정하는 인재는 현실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분별할 수 있고 정보를 결합할 수 있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학생들의 역량 강화다. 학생들의 역량 강화에 동의한다면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째, 어떤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을 제시했다. 둘째, ‘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답해야 한다. 학교급, 학년, 교과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 여기서는 인문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독서토론을 방법으로 제안하고 싶다.

진정한 교육을 이루는 독서토론

인문소양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자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인문소양을 ‘문·사·철’만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문·사·철’을 제대로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에 대한 앎이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인문과정과 자연과정의 구분을 없애려는 의도가 여기에 있다.

인문소양을 함양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문소양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낯설게 뽑고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시선을 높여 지평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즉 과거와 현재의 삶을 통해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출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세부적으로 다루는 역량을 포괄한 의미에서의 통찰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통찰력을 함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독서토론이라 생각한다. 독서토론은 독서와 다르다. 독서는 개인적인 행위로써 축적된 지식의 전달이라는 ‘소극적 지식 수용’이라면, 도석에 기반을 둔 토론은 함께 책을 읽고 같이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으로써 지식의 처리 및 활용 능력을 갖춰가는 ‘적극적 지식 수용’이라 할 수 있다. 독서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독서와 독서토론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독서의 방법에는 저자의 주장과 정당화 논리를 파악하며 책을 분석하는 ‘책 안에 책읽기’와 책의 내용을 평가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책 밖에서 책읽기’가 있다. 독서토론은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방법이며 자신의 책읽기가 정확한지, 이것이 우리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더 폭넓게 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독서토론은 개인적 차원의 독서활동을 토대로 토론의 과정이란 집단적 의사소통을 통해 책에 대한 이해와 평가를 심화하는 교육방법이다.

학교 현장에서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토론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독서토론을 위한 책으로 교과서에서 언급하는 책, 교과서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책, 심지어 교과서 자체도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독서토론은 교과수업의 연장선상에서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독서토론 방식은 책이 문학과 비문학, 인문·사회·자연 중 어떤 영역의 것인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해당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교육적 효과가 무엇인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저자와 유사한 경험이나 생각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자의 누적된 경험과 지식이 담겨 있는 책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질문은?’,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과 논의하고 싶었던 것은?’ 등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이 스스로 답하도록 유도하며, 이를 바탕으로 함께 토론하도록 지도하면 좋다. 독서토론을 통해 학생들이 책을 읽고 스스로 ‘저자는 ~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은 ~하다’는 말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이 책을 읽고 더 찾아보고 싶은 것은?’이라는 질문을 통해 독서에서 탐구까지 확장될 수 있다면 독서토론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군중심리학>의 저자인 귀스타프 르 봉이 축적된 지식을 전달하고 배우는 ‘훈련(instruction)’과 바른 품성과 사고하는 법을 알려주는 ‘진정한 교육(education)’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독서토론은 그가 말한 진정한 교육을 이룰 수 있는 한 방법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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