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교육기본법 다시 보기

글. 강민정(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우리나라 헌법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가치지향을 담는 조문의 대강화가 특징이다. 따라서 국민 생활과 관련된 각 분야의 보다 구체화된 법률사항은 ○○기본법의 형식으로 규율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교육기본법은 사실상 교육에 관한 헌법인 셈이다.

나는 작년 2월 명퇴를 하여 25년 가까운 교직생활을 정리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왔다. 교사로서 나의 시간을 마무리하면서 아쉬움이 남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가장 큰 아쉬움 중 하나가 교육기본법을 교직을 시작하는 입직단계가 아니라 교직을 그만둘 때쯤에서야 제대로 보게 됐다는 사실이다.

교육기본법은 적어도 우리나라 공교육의 기본에 대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제2조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학교라는 공교육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출발선이자 지향점을 밝히는 조항이다. 교육기본법 제2조에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우리나라 교육 목적을 정리하고 있다.

역사교사나 사회교사로 아이들을 만나면서 교과를 통해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 길러내야 한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교과를 떠나 공교육 전체의 기본 목적으로 민주시민 양성을 보다 분명하게 자각했다면 나의 지난 교직생활과 내가 근무했던 학교는 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지금 교직에 있는 동료교사나 후배들은 어떨까? 온전한 한 개체로서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자주적 생활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교육 목적이라 생각하는 교사는 많지만, 사회적 존재로서 ‘민주시민’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목적이라고 명료하게 인식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교사들은 때때로, 아니 너무 자주 교과서 떼기나 입시 준비시키기라는 또 다른 목적에 휘둘리는 현실을 맞닥뜨리곤 한다. 특히 교과가 명료하게 나뉘어 있는 중·고등학교 교사의 경우에는 자기정체성을 교과교육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교육전문가로서 교사 입지를 스스로 좁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교과교육 내용과 교과교육방법론에서 전문성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교과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자 목적이 되는 순간 학교교육이 학원강의와 비교될 여지를 열어놓는 것이다. 더구나 초중고 교육은 학문적·기술적 전문성을 키우는 게 아닌 기본소양교육 단계 교육이다. 다시 말해 교과전문성이 아니라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성’을 기르는 게 중심이어야 한다.

교육기본법에 의하면 사회나 역사교사 외에 국어교사도, 영어교사도, 수학교사도, 체육교사도 모두 우리 아이들이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것에 복무해야 한다. 이것을 하기 위해 국가는 공적자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고, 교사의 제1책무 역시 이것이어야 한다. 법이란 강제성을 띠는 것이다. 법은커녕 시행령이나 규칙 하나도 어긋나면 큰일이 날 것처럼 하는 교육현장에서 교육헌법인 교육기본법 이행에 이리 둔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학교는 모두 스스로 교육기본법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교사는 모두 자신이 교육기본법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사회는 학교와 교사에게 교육기본법 이행을 점검하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법이 법전 속에 파묻혀 있는 게 아니라 현실 적용의 생명을 얻게 된다. 이제는 옛 동료와 후배가 된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교육기본법 제2조를 다시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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