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우리 학교의 주인은 바로 나!

서울송파초등학교의 주도성 함양 교육

학생은 어리기 때문에 주도적이지 못하고, 그저 수동적인 존재이기만 한 걸까. 흔히 이러한 편견으로 초등학교에서의 학생자치는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서울송파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학교 운영 참여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주도성과 주인의식을 싹틔우고 있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 되는 곳, 서울송파초를 찾았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

“선생님께 꽃을 드리며 꼭 안아드리고 감사하다고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복도에서 뛰지 말자는 내용의 포스터를 만들어 반마다 붙이고 친구들에게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송파초등학교(교장 오명환) 장학지원실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목소리다. 취재를 위해 학교를 방문한 날은 올해 다섯 번째 전교 학생자치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안건은 다가올 스승의 날에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지와 복도 질서를 위한 복도 도우미 운영 방안이다. 회의에 참석한 학급 임원들은 너나없이 손을 들고 자기 생각을 말한다. 칠판 앞에서 의견을 받아적던 학생 부회장은 팔이 아픈지 연신 팔을 푸는 모습이다. 그만큼 학생들의 목소리는 다양했고, 끊임없었다. 서울송파초 학생들이 이렇게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

서울송파초에서는 2주에 한 번씩 학급회의와 전교 학생자치회의가 열린다. 먼저 학급회의에서 학급 임원이 학교생활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학급 임원은 그 다음 주 열리는 전교 학생자치회의에 학급 대표로 참석해 수렴한 학급 의견을 학생회에 전달한다. 여기까지는 어느 학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과정이지만 서울송파초에는 이후 하나가 더 있다. 바로 교장선생님과의 만남이다. 전교 학생자치회의가 끝나면 학생회 임원은 각 학급의 의견을 종합해 곧장 교장실을 찾는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교장선생님과 원탁에 함께 둘러앉아 친구들이 느끼는 학교생활의 불편한 점과 바람을 직접 전달하고,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즉각 개선안을 전한다. 즉각적인 조치가 어려운 안건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의 협의를 거쳐 반드시 학생들에게 그 결과를 이야기한다. 물론, 여건상 실현이 어려운 안건은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이렇게 자신의 의견이 학교를 변화시키고, 어느 의견이라도 귀담아듣는 경험은 학생들의 마음속에 주도성과 주인의식이 싹트게 했다. 내 목소리가 변화의 씨앗이 되고, 참여하면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학교문화, 학생들과의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는 선생님들의 노력은 학생들을 학교의 주인으로 만들었다.

학생은 어리다는 편견

서울송파초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전교 학생자치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학급 임원을 선출하는 방식 때문이다. 서울송파초는 올해부터 ‘반장 선거’를 없애고, 순서를 정해 한 달 동안 학급 임원을 맡는 윤번제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학급의 대표가 되는 것이다. 윤번제 시행을 두고 선생님들의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리더십 있는 아이가 대표를 맡아야 운영이 원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러나 이것은 학생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편견일 뿐이었다.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은 주도적으로 생각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권한이 주어져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부족한 것은 학생들의 주도성과 자치역량이 아니라 크든 작든 그 역량을 펼칠 기회와 경험이다. 서울송파초 학생들이 그랬다. 전교 학생자치회의가 다소 산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단지 토론경험이 부족해서일 뿐,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학급을 대표하는 리더로서의 책임감과 자신의 의견을 낼 기회라는 욕심에 오히려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한다. 선생님들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학생들의 의견은 현실의 여건을 고려하지 못한 허황한 것들이라거나 규칙을 무시한 조건 없는 자유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걱정 역시 기우였다. 학생들은 개인의 바람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앞에 뒀고, 스스로 학교의 규칙을 만들고 지켜나가자고 했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가져오지 못한 학생들이 우산을 쓰고 하교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쓰고 반납하는 ‘양심 우산’을 설치하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학생들이 머리를 염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먼저 내놓기도 했다.

‘초등학생은 마냥 어리기만 하다. 어려서 안 된다.’ 서울송파초의 학생들은 어른들의 편견을 깨고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만들어가는 학교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학생의 자존감과 주도성을 높이는 기회를 만들고,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 되는 곳. 서울송파초의 학생들은 학교를, 우리 사회 변화시킬 미래의 ‘시민’이다.

김길아 선생님

학생자치회를 담당하고 있는 김길아 선생님은 전교 학생자치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학생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동안의 생각은 단지 어른의 편견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학급 임원을 맡은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자기 의견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참여도도 그 전보다 높았고, 전교 학생자치회의 시간에는 의견을 하나라도 더 말하기 위해서 열성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기회가 없어서 발언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에 대해 편견이 있었던 건 아니었나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윤번제를 통해 학급 임원을 맡아보는 경험은 학생들이 자존감 높은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학급을 대표한다는 책임감과 자존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라나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평생 리더의 역할을 해보지 못하는 아이도 분명 있을 거예요. 학급의 임원이 돼보고, 학생자치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가는 이런 기회가 성장하면서 좋은 경험이 되는 거죠.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아이도 이내 목소리도 커지고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바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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