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반짝반짝 빛나는 마을 속 ‘보물찾기’

가재울고등학교의 진로체험 활동

가재울고등학교 몇몇 학생들이 마을의 한 미용실을 찾았다. 꿈으로 향하는 길을 찾기 위해서다. 가재울고의 진로체험 동아리는 마을의 다양한 직업인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책으로 엮어 학생들과 공유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생생한 진로 체험 기회를 주려 했던 학교의 고민은 바로 마을에 해답이 있었다. 가재울고 학생들의 마을 속 ‘보물찾기’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마을에서 길을 묻다

“저는 커서 대통령이 될 거예요”, “저는 과학자가 꿈이에요.” 각자가 가진 끼와 적성이 다 다르듯, 꿈도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초, 중학교 시절을 뒤로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학생들은 자신의 꿈에 대해 더욱 현실적이고 깊이 있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또한, 진로를 미리 체험해보고, 진로와 관련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갖고 싶어 한다. 특히 관심 있는 직업 세계에 대해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특성화고가 아닌 일반고 학생들은 특성상 진로와 관련된 직·간접 체험을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아쉬움을 갖고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가재울고등학교(교장 성철)는 마을과 연계한 진로체험 동아리 ‘보물찾기’를 운영, 직업과 직업인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보물찾기’의 학생들은 마을 곳곳을 누비며 ‘길’을 물었다. 그 길은 학생들이 꿈에 다다르는, 꿈을 찾아나가는 길이다. 학생들은 마을에 사는 아주머니, 아저씨, 언니, 오빠들에게 쑥스럽고 어색하지만, 용감하게 다가갔다. 마을의 작은 빵 가게, 약국, 부동산, 식당, 카페, 경찰서 등 마을 주민들이 삶을 꾸려나가는 일터를 찾아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물었다. 자신이 사는 마을의 꿈 많은 학생이 던지는 진지한 질문에 마을 주민들은 환한 미소로 답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궁금해하는 학생들을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혹은 유쾌하게, 때로는 현실적으로 자신 삶의 일부를 들려줬다.

학생들은 오고 가는 질문과 웃음 속에서 자신의 방향으로 정해놓은 나침반을 수정하며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학생들에게 조금씩 길이 생기기 시작했다. 직접 찾은 길을 다른 친구들과도 나누기 위해 매년 <똑똑, 꿈 마을>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엮어 공유한다. 학생들이 만든 책은 단순한 인터뷰 모음집이 아니다. 마을주민과 소통하며 갖게 된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긴 성장의 결과물이다. 책은 아직 학교의 학생들에게만 배부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마을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도 함께 나누고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정보를 전시 및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예정이다.

“마을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계세요. 각자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그 일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만드는 거죠. 각자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시는 분들을 만나며 ‘직업인을 만나 인터뷰한다는 것’을 넘어 단순한 직업의 정보가 아닌 진심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

가재울고의 진로체험 동아리 ‘보물찾기’는 지난 2015년 상설동아리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미 진로를 정한 학생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학생은 막연한 상태였다. 학생들은 관심 분야별로 분임을 나누어 공동 과제를 정해 직업 탐색 및 연구 활동을 하고, 그 결과물을 다른 학생, 지역사회와 공유하기로 했다. 탐색 직업은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심 있는 직업군에 대한 설문조사를 거쳐 선정한다. 선정 직업은 간호사, 경찰, 소방관, 디자이너 등 기존의 인기 직업부터 타투이스트, 앱 개발자, 웹툰 작가 등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생겨난 특이 직업까지, 학생들의 재능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렇게 설문조사에서 선호도가 높은 직업을 추려 그 직업과 직업인을 조사하고, 직접 일터를 찾아가 집중 인터뷰를 한다. 인터뷰 섭외와 질문지 작성 등 전 과정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다. 직접 섭외가 어려운 특정 직업군은 마을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직업인과 학생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가재울고 ‘보물찾기’의 활동은 단순 진로체험을 넘어 학교와 마을이 서로의 자원을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마을과 함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조직해 학교와 마을의 연계 구조를 학생 중심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교와 마을 교육 생태계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자신이 사는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는 계기가 된다. 학생들이 3년 동안 마을을 중심으로 직업인을 탐구하며 축적한 경험은 후배들에게 전승되어 학교와 마을의 지속가능한 연계를 구축했고, 학생들에게는 졸업 후에도 마을과 더불어 삶을 설계하는 기회가 됐다.

오늘도 가재울고 ‘보물찾기’ 학생들은 교문을 나서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학생들은 마을 곳곳을 찾아 직업인을 만나 꿈을 담은 질문을 던졌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가재울고 학생들이 꿈에 확신을 더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바란다.

2학년 박선우 학생

“중학생 때부터 수학 선생님을 진로로 정해놓고는 있었지만, 한 가지 꿈만 바라보며 공부하기에는 지치기도 했고 다른 직업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어요. 실제로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다른 직업에 관심이 생겼고, 그쪽 분야의 진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직업인을 만나 직접 인터뷰를 하면 이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등 그 직업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2학년 박시연 학생

“동아리 활동을 통해 여러 직업인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제 적성도 알게 됐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진로를 정해야 할지 알게 됐어요. 예전에 소방관을 인터뷰하러 소방서를 갔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출동이 잦은 줄 몰랐어요. 단순히 강연을 듣는 게 아니라 직접 일터를 방문했던 경험을 통해서 그동안 직업에 대해 갖고 있던 막연한 편견도 버릴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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