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공적 돌봄은 누구의 몫일까?

돌봄의 기능과 운영 주체

워킹맘들은 출산 후와 초등학교 입학 후 두 번의 큰 경력단절 위기를 겪는다. 특히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고민은 더 커진다. 아이의 돌봄 때문이다. 근 들려오는 공적 돌봄의 영역 확대는 워킹맘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기능과 운영 주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학부모들의 솔직한 수다를 통해 ‘돌봄’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인터뷰. 최선미(<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신병철 / 사진. 이승준

입학과 함께 찾아오는 고민

최선미 돌봄을 개인의 일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한다’며 공적 돌봄으로 전환되는 것은 엄마로서 환영할 일인데요. 이 돌봄의 주체가 학교에만 기울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돌봄을 교육의 영역으로 봐야 할지, 보육의 영역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생각도 다양하고요. 출산 후 경력단절의 위기를 잘 넘긴 워킹맘들도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사표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김윤정 첫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당시에 전업이 아닌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하고 있었는데요.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는 아예 일을 그만뒀어요. 엄마가 나서서 전적으로 돌보지 않으면 아이가 학교에도 적응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거든요. 첫아이의 경우 처음에는 돌봄교실에 보냈지만, 아이가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해서 결국에는 사교육기관에 보냈어요.

송주현 저도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었어요. 특히 남자아이의 경우에는 집에서 엄마가 직접 돌보는 게 좋다고 해서 학교 입학과 동시에 일을 그만뒀어요. 작년 4월에 다시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가 왔었는데, 학기 도중에는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낼 수가 없어서 제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올해 1월부터 다시 일하게 돼서 지금은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내고 있어요.

최영주 저는 1학년 때부터 돌봄교실에 보냈어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요. 학교에 입학할 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시간에 많이 얽매이지 않는 일이라서 일을 그만두지 않고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어요. 워킹맘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돌봄교실은 교육보다는 보육에 더 무게가 쏠려 있어요. 일을 하지 않는 엄마들은 아이가 학교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저도 오랜 시간을 돌봄교실에서 보내게 하는 건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가능하면 돌봄교실에서는 시간을 조금만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사교육기관에 맡기고 있어요.

채은혜 저는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어서 아이가 하교한 후에 출근을 해요. 그래도 돌봄교실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가까이 계시는 친정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돌봄교실에는 보내지 않았어요. 다툼이 생겨도 선생님이 중재하거나 부모에게 전화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 등 돌봄교실에서 적극적으로 돌봄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그저 아이들을 지켜보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만약 친정 부모님이 멀리 계시거나 대신 돌봐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어쩔 수 없이 돌봄교실에 아이를 보냈을 것 같기는 해요.

조하영 저는 학부모이기도 하지만, 돌봄교실에서 대체교사로 일하고 있어요. 아이가 있는 곳에서 일하게 되면 서로 불편한 점이 생길 수도 있고, 저학년일 때 다양한 예체능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사교육기관에 보내고 있어요.

“돌봄교실에 아이를 데리러 가면 교실에서 뛰어놀지는 못하니까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봤어요. 날씨가 좋지 못하거나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한다면 실내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으면 좋겠어요.” 김윤정

최선미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내거나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어렵게나마 직장생활을 하고 계신데요. 만약 육아휴직과 복직 혹은 단축근무가 보장돼서 경력이 단절되지는 않지만, 수입이 줄어든다고 하면 휴직이나 단축근무를 선택하고 아이를 돌볼 의향이 있으신가요?

김윤정 저는 실제로 현재 그렇게 하고 있어요. 일을 더 하고 싶지만, 남편이 늦는 경우가 많아서 저까지 종일 근무를 하게 되면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못하니까 아이들이 저학년일 때는 시간제로 일하려고 해요.

최영주 한번은 종일 근무 제의가 와서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의 손길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래도 곁에 엄마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저도 제의를 포기했어요. 돈을 많이 벌면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지겠지만, 직장생활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나 피곤함이 아이에게까지 전달될 것 같았어요. 비록 수입이 줄어도 아이가 저학년일수록 아이에게 나를 맞추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많은 엄마가 복직이나 단축근무가 보장되면 수입이 줄어든다고 해도 직접 아이를 돌보려고 할 거예요.

돌봄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내용

최선미 현재 많은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돌봄교실을 더 늘려나간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 1, 2학년 교실을 겸용교실로 사용하고 있어서 교실에 더 남아 있고 싶어도 서둘러 교실을 비워줘야 하는 게 현실이에요. 교실을 돌봄의 공간으로 사용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교실에 계속 갇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고요.

채은혜 예전에 복지관에서 강사로 일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보니까 지역아동센터라고 해서 아이들의 돌봄을 맡는 곳이 있더라고요. 돌봄교실과 비슷하지만, 아이의 숙제를 봐주거나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잘 마련돼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주변 멀지 않은 곳에도 그런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하영 예전에 면접을 보러 학교에 갔을 때 한 교장선생님이 ‘교육이 먼저냐, 안전이 먼저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저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안전이 보장돼야 교육도, 보육도 이루어지는 거잖아요. 특히 요즘에는 학교 안에서도 무서운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학교 밖에서 돌봄이 이루어지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아이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많은 위험이 존재하거든요. 장소를 제한하는 이유가 바로 안전 때문이죠. 그럴 수밖에 없는 여건이기도 하고요.

송주현 저도 학교가 다른 곳보다는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학교 밖에서 돌봄이 이루어진다고 하면, 오고 가는 문제도 있고 아이 하나하나 세심하게 돌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될 것 같아요. 아이가 2시간 정도 돌봄교실을 이용하는데 오랫동안 있는 게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더 있다 가면 안 되겠느냐고’ 할 때가 많아요. 만약 저녁까지 먹고 늦게까지 있어야 한다고 하면 한 장소에 오랫동안 있어야 하니까 아이가 답답해할 수도 있으니 마을에 있는 아동센터 같은 곳에 보낼 수도 있겠지만, 학교가 가장 안전하다고 봐요.

최영주 그동안 돌봄교실이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선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보이고 있어요. 마을의 돌봄시설이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학교에서는 같은 반 친구나 평소 어울리는 친구와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아이들에게도 더 좋을 것 같아요.

“학부모들은 학교 안에서 안전하게 돌봄이 이루어지길 원하지만, 선생님 한 명이 돌봐야 하는 아이는 많고 공간도 마땅치 않아서 불편이 커요. 아이들도 학교에서 오랜 시간 있다 보니 지치기도 하고 참여도가 높지 않고요.” 조하영

최선미 엄마들은 아이가 어릴수록 밖에서 뛰어놀고 창의예술할동을 하길 원하는데, 아직 돌봄교실은 보호하는 역할에만 그치는 것 같아요. 현재 돌봄 활동의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장시간 아이를 돌봄교실에 맡기지 않고, 사교육기관에 보내는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윤정 예전에 기초영어 프로그램 참여수업을 간 적이 있었는데, 한 교실에서 1, 2학년이 함께 수업을 듣고 있더라고요. 인원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아이들끼리 수준이 전혀 맞지 않아 보였어요. 특히 1학년 아이들은 발표도 거의 못하고, 선생님만 쳐다보고 앉아 있는 게 전부였죠. 여태까지 그런 수업을 들으면서 아이가 알파벳이나 제대로 배웠을까 싶더라고요. 결국에는 그 수업은 그만 듣고 아이를 학원에 보냈어요.

조하영 실제로 알림장을 확인하거나 숙제를 도와주는 등 돌봄교실 선생님들은 담임 선생님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대부분 돌봄교실이 한 반에 25명이 넘어요. 많은 곳은 40명인 곳도 있고요. 밖에 나가서 체육활동을 하기도 하는데, 더 많이 데리고 나가고 싶어도 아이들에게 일일이 간식을 나눠주고 다시 수거하고 설거지 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려요. 외부에서 강사가 와서 전래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아침부터 오랜 시간을 학교에서만 지내다 보니 지치기도 하고 참여도가 높지 않아요.

송주현 돌봄교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올 때 시간을 적고 사인을 하게 돼 있잖아요. 전에 아이를 데리러 돌봄교실에 갔을 때 사인을 하면서 다른 아이들이 나간 시간을 보니까 다 제각각이더라고요. 이렇게 아이들이 돌봄교실을 나가는 시간이 들쑥날쑥한 상황에서는 프로그램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워 보였어요. 창의예술활동까지 바라는 건 욕심인 것 같고, 잘 돌봐주시기만 해도 감사한 거죠. 오늘도 돌봄교실에 갔었는데, 봄방학 프로그램이라서 그런지 종이접기나 일일수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최영주 돌봄교실의 활동 내용은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3년 동안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내면서 한 해 한 해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하지만 한 반에 많은 아이가 몰려 있고, 프로그램 진행 도중에 하나둘씩 빠져나가면 수업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으니 엄마들이 원하는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만한 여건은 아닌 것 같아요.

채은혜 주변의 얘기만 듣고 거부감이 들어서 돌봄교실에 아이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다른 분들의 말씀처럼 아이들이 마냥 떠들고 놀면서 서로 다투거나 하지 않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돌봄교실에 아이를 보낼 의향이 있어요. 저도 강사로 일하면서 학생이 7명 이상이 되면 정상적으로 수업을 운영하기가 힘들다는 걸 느껴요. 선생님이 확충되고 프로그램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한 반의 인원수도 적정하게 제한된다면, 경쟁률이 높더라도 돌봄교실에 보내려는 엄마들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조하영 결국 학부모들은 질 높고 좋은 교육과 이왕이면 학교 안에서 안전하게 돌봄이 이루어지길 원하지만, 선생님 한 명이 돌봐야 하는 아이는 많고 공간도 마땅치 않아서 아이, 선생님 모두 불편이 커요. 공간이 부족하면 시설을 확충하고, 인원이 모자라면 충원하고, 아이가 많으면 나누면 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원이 부족하니까 쉽지 않은 거죠. 어떻게든 그 안에서 해보려고 하고는 있지만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그동안 돌봄교실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선되는 모습이 보여요. 마을의 돌봄시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학교에서는 평소 어울리는 친구와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아이들에게도 더 좋을 것 같아요.” 최영주

학교와 마을, 돌봄의 주체는?

최선미 멀지 않은 곳에 학교와 연계해서 돌봄이 이루어지는 곳이 있다면 학부모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도 학교가 돌봄교실을 통해서 어느 정도 돌봄을 맡고 있지만, 교육을 하는 공간인 학교에서 돌봄까지 담당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채은혜 마을에 돌봄시설이 생겨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면 그곳에 아이를 보낼 거예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는 건 한계가 있거든요. 특히 학년이 높아질수록 돌봄은 가능해도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실제로도 ‘우리 때 수학과는 너무 다르다’고 하세요.

김윤정 돌봄교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딱 1, 2학년 때뿐인 것 같아요. 3학년만 되어도 돌봄교실에 가지 않으려고 해요. 집에서도 쉴 수는 있지만, 엄마가 집에 없으니까 학교에서 안전하게 잠깐 쉬는 거죠.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근처에도 도서관이나 공공시설이 많이 있기는 한데, 돌봄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서 아쉬워요.

송주현 아직은 제도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까 그나마 국가의 손길이 닿는 학교에서 우선적으로 돌봄이 이루어지는 거죠. 마을이나 지역사회로 범위가 점점 넓어지면 학교는 교육만 담당하는 게 맞다고 봐요.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어디에서 교육을 맡고, 어디에서 돌봄을 맡아야 하는지 선을 긋고 나누기가 어려워 보여요.

최영주 저도 마을에 돌봄시설이 더 많아지고 보편화되면 학교는 교육만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도 잘 찾아보면 마을에서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있어요. 그런데 집 가까이에 있는 것도 아니고, 홍보도 잘되어 있지 않아서 이용하는 사람이 적죠. 저도 들어본 적이 별로 없어요. 가끔 오가며 홍보물을 본 적은 있는데, 위치도 멀고 제가 직접 아이를 데리고 왔다 갔다 하기도 어려우니까 굳이 거기까지 보낼 것 없이 그냥 집에서 제가 돌봐야겠다 싶더라고요.

김윤정 마을에서 운영하는 돌봄 프로그램은 엄마를 대신해서 누군가가 아이의 이동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서 더 보내기 힘들어요. 찾아보면 무료나 저렴한 돌봄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하니까 워킹맘들은 이용하기 어렵죠. 그래서 오히려 일을 하지 않는 엄마들이 더 많이 이용해요.

채은혜 아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선생님들이 오로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해요. 학원에서도 수업이 끝났는데 잠깐만 아이를 돌봐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러면 수업을 하다가도 그 아이가 걱정돼서 왔다 갔다 해야 해요. 저도 집중하기 어렵고 수업을 듣는 아이들에게도 피해가 가는 거죠. 선생님들은 전적으로 교육에만 집중하고, 다음 날을 위해 충분히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해요. 학교 돌봄교실의 프로그램 질을 높이거나 마을에서도 아이들이 질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조하영 어쨌든 공교육이 우선시돼야 해요.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학교가 돌봄의 감독기관이 되고, 선생님들은 질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담임 선생님과의 연계는 아이의 돌봄에도 큰 도움이 돼요. 실제로 아이에게 정서적으로나 학습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 학생에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돌봄방식을 담임 선생님이 직접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요. 교육과 돌봄이 완전히 분리되면 이러한 연계가 이루어지지 못할 거에요.

“마을이나 지역사회로 돌봄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면 학교는 교육만 담당하는 게 맞다고 봐요.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어디에서 교육을 맡고, 어디에서 돌봄을 맡아야 하는지 선을 긋고 나누기가 어려워 보여요.” 송주현

최선미 현재 마을의 돌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아 보이네요. 만약 학교에서도 부모들이 원하는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면, 돌봄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송주현 학원밖에 없죠. 예를 들면, 태권도 학원이 끝나면 같은 건물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가고, 셔틀버스를 타고 영어학원에 갔다가 엄마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집에 오는 식으로요.

최영주 실제로 한 건물에 여러 학원이 몰려 있는 곳을 알아본 적도 있어요. 셔틀버스를 한 번만 타고 가도 한곳에서 태권도, 미술, 피아노를 다 배우고, 다시 셔틀버스 타고 아이가 집에 올 때면 제가 일을 마치고 집에 와 있는 거죠.

최선미 그런 경우라면 교육의 목적으로 사교육을 시키는 게 아니라 보육의 목적이 되는 거네요?

최영주 학교에서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저도, 친정 부모님도 다 일을 해야만 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정부 차원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려고도 했지만,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그마저도 이용자가 많아서 두세 달은 대기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최선미 지금의 돌봄은 부모의 어려움에만 집중한 돌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어른의 편의가 아니라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한 돌봄이란 무엇일까요?

조하영 아이들은 뛰어놀게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이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담 선생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특히 남자아이들은 운동을 하며 몸을 움직이면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을 것 같고요. 선생님들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어 하지만, 학교의 다른 활동과 겹쳐서 공간이 부족하거나 미세먼지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워요.

최영주 제 아이도 그렇고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더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 해요. 저도 엄마로서 아이가 밖에 나가서 놀기를 바라지만, 환경이나 안전, 공간에 한계가 있죠. 하다못해 동네 한 바퀴를 돈다든지 바깥 활동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송주현 저도 아이들이 교실 안에만 있으면 답답해할 것 같아요. 수업이 끝나고 돌봄을 위해 다른 교실로 이동하기보다 밖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해요.

김윤정 돌봄교실에 아이를 데리러 가면 교실에서 뛰어놀지는 못하니까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봤어요. 날씨가 좋지 못하거나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한다면 실내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으면 좋겠어요.

채은혜 학원 옆에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에듀케어센터가 있는데요. 비용이 비싼 편이지만, 엄마들이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곳에 다니는 아이들과 이야기해보면 거기서도 보드게임을 하거나 선생님이 숙제를 봐주는 등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어느 날 퇴근하다가 학원 건물 앞에서 줄넘기를 하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어요. 멀리 나갈 것도 없이 작은 공간만 있다면 아이들은 이렇게 나름의 방식으로 뛰어놀거든요. 돌봄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최소한의 관심만 가져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밖에서 햇볕을 받으며 놀 수 있는 공간이 더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마냥 떠들고 노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돌봄교실에 아이를 보낼 의향이 있어요. 선생님이 확충되고, 한 반의 인원수도 적정해지면, 경쟁률이 높더라도 엄마들은 돌봄교실에 아이들을 더 많이 보낼 거예요.” 채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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