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봄비 내리는 날 아침 단상(斷想)

글. 안광용 교장선생님(서울당산초등학교)

「지난 토요일 아랫녘은 정말 연두연두하고 좋더군요. 분홍분홍 겹벚꽃도, 은하수도 좋은 하루였습니다.」

바람 불며 봄비 내리는 월요일 아침. 우리 아이들의 등굣길을 걱정하며 학교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니 사진촬영 취미를 가진 교육과정부장 선생님이 순천 낙안읍성, 각인사의 풍경 사진과 함께 보내온 메시지 중 일부다. ‘연두연두’, ‘분홍분홍’이라는 표현에 미소 지으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따라 했더니 창밖으로 보이는 느티나무 잎들이 “연두연두”라고 말하며 걱정하는 나를 다독이는 듯 다가왔다.

요즘 학교는 날씨 상황에 매우 민감하다. 우리 학교에서도 4월 첫 주말, 20여 가족에게 분양한 가족텃밭 연수 및 작업 일정을 잡았다가 하루 전 오후 5시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는 바람에 부랴부랴 일정을 일주일 연기한다는 내용을 안내했다. 그런데 저녁 9시경 경보가 주의보로 바뀌고 밤 11시가 넘어서는 해제되는 상황이 발생해 담당 선생님을 어이없게 만들더니, 이후 연기한 주말에도 비 예보가 있어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선생님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유연하게 해결 방안을 마련해 무사히 행사를 마무리한 일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겨울 2018 학교교육과정 수립을 위한 협의회에서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1학기에 진행하는 현장체험학습, 운동회 등을 실시할 것인지, 실시한다면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장시간 고민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물론 아이들의 입장을 중심에 두고 생각을 모아 현장체험학습은 대체 프로그램을 미리 준비했고, 운동회는 4월 말에서 5월 중하순으로 미루어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지금도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하는 마음으로 하늘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불안감은 감출 수 없다.

사실 지난해 3월 발령 이후 1년여 동안을 돌아보니 학교시설 및 안전관리와 관련해 크고 작은 염려를 벗은 날이 없었던 것 같다. 냉난방 실외기가 과부하가 걸려 작동을 멈추지는 않는지, 빗물이 새는 교실은 없는지, 비바람에 피해 입은 시설은 없는지, 화장실 보일러와 지하에 매설된 수도관은 괜찮은지, 하수관 근처에 갑자기 싱크홀이 생겨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비나 눈이 많이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도 여러 가지 걱정은 많지만, 오히려 이런 염려가 우리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기관장의 당연한 업무임에 감사함으로 두 손을 모으게 된다. 더불어 오늘도 교무실, 행정실, 급식실 등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를 묵묵히 성실하게 수행함으로써 아이들의 행복에 일조하고 있는 우리 학교 식구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할 뿐이다.

행복은 매일 몸과 마음으로 익혀야 할 습관이라고 한다.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감사함을 발견하고 함께 나누면서 더불어 행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겠다. 봄비 내리는 오늘도 벅차게 다가오는 우리 아이들의 큰 웃음에 위로와 희망을 발견하며, 매사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다가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카피라이트로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정철 카피라이터의 글이 크게 가슴을 두드리는 아침이다.

「짝사랑하는 그 사람을 내 곁에 딱 붙이고 싶다면 가위를 들어. 허접한 연애론 찾아 들지 말고 가위부터 들어. 그리고 잘라. 얼굴에 붙은 가면, 머리에 붙은 계산, 발끝에 붙은 망설임까지 모두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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