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아이들의 웃음이 곧 우리의 미래

모든 아이가 마음껏 노는 세상을 위해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

공부와 시험, 입시와 경쟁에 지친 우리 아이들. 이렇게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은 여가와 놀이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받을 권리만큼이나 쉴 권리, 놀 권리도 중요하며,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대화의 장,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을 찾았다.

글. 신병철 / 사진. 이승준

아이들의 놀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어린이가 놀면서 자라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에게 공부할 권리를 찾아주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아도 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찾아주자고 말하는 사람은 아쉽게도 그리 많지 않다.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면 쉬고 놀아야 할 권리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지 살펴보자. 공부에 공부, 시험 또 시험, 학교를 마치고도 학원에 가서 공부하지 않으면 불안함을 호소하는 아이들. 이런 우리 아이들에게 놀 권리는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 걸까?

우리 아이들의 놀 권리 증진을 위해 지난 5월 4일 동덕여자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 놀 권리, 지역에 뿌리내리기’가 열렸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놀이와 여가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의 놀 권리를 바로 세우고, 놀 권리에 대한 가치를 알리기 위한 이 자리에 세계 곳곳의 놀이활동가가 참여했다. 특히 이번 포럼은 참여 연사들의 발표와 열린 토론 등 본 세션 이외에도 포럼이 열리는 행사장 바깥에 특별전시가 마련되어 부대행사도 알차게 준비됐다. 이 특별전시에는 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의 ‘내가 만든 놀이터, 내가 꿈꾼 놀이터’ 드로잉전,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의 ‘놀이터에서 만난 세상의 아이들’ 사진전, 박보영 만화가의 ‘솔이와 원이와 함께 떠난 놀이터 여행’ 만화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지구촌 별별 놀이’ 사진전이 열려 포럼을 풍성한 ‘놀이잔치’로 만들었다.

놀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이번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에서는 국내외 놀이전문가는 물론,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는 놀이활동가, 학부모 등 60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워 그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럼의 본 세션은 좌장을 맡은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정선아 교수의 진행으로 참여 연사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그 첫 번째로 영국의 작가이자 학자이면서 놀이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팀 길이 ‘한국 어린이의 놀 권리 바로 세우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발표에 앞서 청중들에게 어린 시절 주로 어디에서 놀았는지 떠올려볼 것을 제안했다. 그러고는 가장 놀기 좋았던 장소가 바깥이었는지, 그곳은 어른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지 물었다. 대다수 청중이 그렇다며 손을 들었다. 팀 길은 대답이 비슷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장소에서 놀면서 자유를 맛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팀 길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어른들의 통제와 간섭 때문에 전 세계 어린이의 자유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오늘날 우리는 어린이가 자유를 맛보고 책임감을 기르면서 성장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린이가 자유롭게 놀기 위해서는 함께 놀 수 있는 친구, 놀이 공간, 놀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어른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놀이공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일상에서의 자유’를 위한 기반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며, “어린이를 위한 도시는 곧 모든 사람을 위한 도시다. 다양한 연령의 어린이가 어른 없이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일본의 모험 놀이터 전문가 아마노 히데아키는 “아이들은 놀지 못하면 마음이 죽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놀이가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눈을 피해서 놀 수 없다”며, “아무리 매력적인 공간이라도 어른들의 지시와 설계에 따라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면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놀이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에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협력, 집중력, 위험 감지 능력을 몸에 익힙니다.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걱정은 어른들의 가치관일 뿐, 놀이에 있어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는 국내에서 진행된 다양한 놀이 정책과 직접 참여했던 기적의 놀이터 조성 과정 및 개장 이후의 모습을 소개했다. 발표를 맡은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는 2015년 제1호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의 총괄 기획을 시작으로 서울시교육청 놀이터재구성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으며 전국 각지에서 ‘아이들이 놀고 싶은 놀이터’를 만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는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대로 놀면서 위험을 직접 맞닥뜨려본 아이들은 살다가 어려운 일을 만나도 이겨내고 감당할 수 있게 된다”고 놀이를 통한 회복탄력성을 강조하며, 너무나 안전해 오히려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놀이터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다양한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의 저서 제목처럼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곧 ‘밥’이다. 아이들의 삶 속에서 놀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놀 권리가 굳게 뿌리내려야 할 때다. 국내외 수많은 놀이활동가, 학부모 등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도 놀이가 아이들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양분이 된다는 데 동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아이들의 놀 권리에 관심을 두고, 모든 아이가 마음껏 놀 수 있는 세상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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