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학부모회, 자치역량이 성장하다

학부모의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지원 정책

학부모는 학생, 교사와 함께 엄연한 교육의 3주체 중 하나다. 학부모가 진정한 교육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를 바라보는 시선뿐 아니라 예산 등 현실적인 지원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학부모들의 수다에서는 <지금 서울교육>의 학부모 편집위원들의 생생한 수다를 통해 다양한 지원 정책이 학부모회 활성화와 자치역량 강화에 어떤 효과를 불러오고 있는지 알아본다.

인터뷰. 이수미(<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신병철 / 사진. 김동율

학부모 자치역량과 예산 지원

이수미 그동안 학부모들은 교육주체로서 그 역할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서울시 학부모회 조례 시행과 함께 학부모회의 학교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한 예산 지원도 있었고, 대부분의 자치구에서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을 시행하고 있고요. 오늘은 이처럼 다양한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학부모들이 학교와 마을에서 어떻게 교육에 참여하고, 학부모회라는 조직을 통해 자치역량을 키우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지영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신생학교여서 학부모회도 그렇고 모든 게 새롭게 꾸려졌는데요. 아무래도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학부모회라서 예산을 사용하는 데 더 많은 부담을 느꼈어요. 처음이라 체계적으로 예산 사용 계획을 세우는 데에는 분명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학부모들이 무언가를 직접 해보는 그 과정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서로 간의 의사소통부터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함께 모여 사용처 등을 논의할 예산이 없었다면 그 기회조차 없는 거잖아요. 학부모회 예산이 주어짐으로 해서 자치역량을 선물받은 기분이 들어요.

오순희 저 같은 경우는 예산 지원이 없을 때부터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학부모회가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예전에는 회의비나 다과비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없으니까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사비를 들여 간식을 마련해서 나누고는 했어요. 학부모회에 공식적으로 예산이 지원되면서부터는 학교에 참여하면서 발생하는 개인 지출은 없어졌어요. 그만큼 학부모들의 부담이 줄어든 거죠.

“학부모들이 모여 꾸준히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것만은 분명히 긍정적인 결과라고 생각해요. 예산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투명하게 알릴 수 있는 소통창구가 마련된다면 부담도 조금은 덜 수 있을 거예요.” 오순희

이수미 예전에는 리더 개인의 의지에 따라 학교 단체의 활성화 여부가 결정되곤 했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어느 한 명에 의해서 조직이 좌우되는 게 아니라 함께 모여 논의하면서 모든 학부모에게 예산이 선물같이 쓰이는 거죠. 예산이 있으니까 어떤 형태로든 활동이 이루어질 거고,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요즘에는 집에서 아이만 돌보는 게 아니라 외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엄마도 많고, 마을사업이나 봉사활동 공모 등 기회도 많아졌고요.

최선미 학부모들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거 같아요. 의지만 가지고 찾아보면 아이들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많거든요. 학부모로서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데 확실히 동기부여가 되고 있어요.

심수현 사실 이전까지는 교육현장에서 학부모를 교육주체로 여기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여전히 교장선생님 등 의사결정권자 주도였지만, 조례 제정을 통해 학부모회가 법제화되면서 학부모를 엄연한 교육의 주체로 바라보기 시작한 거죠.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로, 학부모회가 의사결정의 조직으로서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어요.

김지영 아직도 학부모회에 주어지는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있어요. 예산을 어떻게 어느 곳에 사용해야 할지 잘 몰라서 동아리별로 나누거나 체육대회, 바자회 등과 같은 학교 행사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요. 분명 학부모회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아이들을 위한 행사에 예산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오순희 실제로 다른 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에는 주어진 예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주로 학교 행사에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최선미 예전에 학부모 동아리 활동을 할 때 책을 지원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공적인 돈으로 책을 받았으니까 꼭 다 읽고 좋은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그만큼 책임감이 더 생기는 거죠. 많은 학부모회에서 예산으로 꼭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건 사실이에요.

“학부모회실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정작 학부모들은 사용 순서에서 밀리는 경우가 있어 아쉬워요. 학부모회실을 자신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공간의 용도를 명확하게 정했으면 좋겠어요.” 심수현

김지영 결국 학부모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학부모회 활동을 하는 학부모들이 금전적인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학교와 아이를 위해서 순수하게 봉사하는 사람들인데, 이런 학부모들을 위한 회의비, 다과비 지출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인식이 생겨야 해요. 학부모회를 마치 ‘그들만의 리그’처럼 일부 학부모의 활동으로만 여기니까 학부모회 예산을 다과비 위주로 사용하면 부정적으로 바라봐요. 이런 시선 때문에 더 부담 갖고, 예산을 돌려서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만들어 거기에 사용해야 한다고 느끼는 거죠.

오순희 사실 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필요한 예산은 회의비와 다과비예요. 하지만 회의비나 다과비 금액은 적고 오히려 다른 곳에 쓰이는 금액이 더 커요. 현실에 맞게 금액을 확대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어요.

심수현 학부모들의 힘만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기는 어려워요. 학부모들이 개인 시간을 투자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이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 교육청 차원에서 학부모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자율경비에 한해서는 학교 나름대로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봐요.

최선미 학부모들이 예산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데도 도움을 받거나 참고할 만한 매뉴얼이 없어 아쉬워요. 여전히 일부 시선들은 너무나 부정적이고, 예산도 그다지 친절하게 지원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오순희 그런데도 학부모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해보자고 꾸준히 의논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 긍정적 결과라고 생각해요.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면 효과적일지 학부모 대상 컨설팅도 이루어지고 있고요. 예산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투명하게 알릴 수 있는 소통창구가 마련된다면 부담도 조금은 덜 수 있을 거예요.

“순수하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학부모회 활동을 하는 건데, 공적인 활동인 만큼 회의 시 다과비 등이 지출되는 건 당연하다는 인식이 생겨야 해요.” 김지영

학교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지원

이수미 예전에는 별도로 예산을 준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모범답안처럼 계획을 짜놓고 학부모들은 그대로 따라오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예산을 직접 기획하는 등 학부모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할 기회가 더 많아진 것 같네요. 이처럼 예산 지원뿐만 아니라 학교에 학부모회실이 만들어지는 등 공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잖아요.

최선미 교육주체라고 말은 하지만 이전까지는 제대로 된 공간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제는 많은 학교에 학부모회실이 생겨나면서 더 많은 학부모가 전보다 편하게 학교를 찾을 수 있게 됐어요. 하나의 조직이 활동하는 데 있어 공간이 마련되는 건 굉장히 중요해요.

오순희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서 전전긍긍했던 경험이 다들 있으실 거예요. 예전에는 선생님께 전화해서 동아리실이나 도서실 등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예약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별도의 공간이 생겨서 활동하기가 더 편해졌죠.

최선미 하지만 일부 학교의 경우에는 학부모회실의 열쇠를 임원이 관리하고 있어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해요. 다른 학부모들도 아이를 기다리거나 회의를 마치고 잠깐 쉴 수 있도록 모든 학부모가 사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인식도 생겨야 해요.

심수현 학부모회실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여러 용도로 사용되면서 정작 학부모들은 사용 순서에서 밀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쉬워요. 본인들을 위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활동을 한다고 하면 학부모들은 쉽게 거절하지 못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신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인식하지도 못하고요. 학부모들을 위한 공간으로 인정하고, 되도록 이중 삼중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공간의 용도를 명확하게 정했으면 좋겠어요.

 “학교가 예산 사용 계획을 미리 짜놓고 학부모들은 그대로 따라가기만 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학부모들이 직접 예산을 기획하는 등 주체적으로 활동할 기회가 많아져 학부모의 자치역량 강화에 많은 도움이 돼요.” 이수미

이수미 이 밖에도 일부 자치구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대부분 자치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을 통해서도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도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오순희 지역 내 학부모사업 네트워크 회의에 참여해보면, 학부모들이 회의하고 소통하는 데 다소 서툴기도 하고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함께 의논하면서 어떻게든 긍정적인 것들을 만들어내요. 이렇게 마을에서 학부모들이 스스로 기획한 것들이 다시 개별 학교의 학부모회 활동과 연결되기도 하고요.

최선미 각기 다른 학교의 학부모회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건 결국 전체 학부모회의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돼요. 마을에서의 만남을 통해 다른 학부모회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모니터링하면서 좋은 활동은 벤치마킹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심수현 제가 사는 지역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놀이강사 양성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교육을 통해서 놀이강사가 된 아빠들이 휴일 하루를 비워서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전통놀이를 했어요. 사실 아빠들은 아이의 학교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잖아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굉장히 즐거워하더라고요.

최선미 비록 대학에서 해당 과목을 전공하고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더라도 학부모야말로 최고의 마을강사라고 생각해요. 누구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학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잖아요. 학교가 열린 마음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학부모를 마을강사로 초청하고, 마을강사도 이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우를 받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서로 다른 학교의 학부모회가 지역 내에서 만나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면 서로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벤치마킹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전체 학부모회의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돼요.” 최선미

이수미 예산이나 공간 등 현실적인 지원을 통해 학부모들의 교육 참여가 더욱 활발해졌지만, 아직은 몇 가지 개선점도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는 오늘의 자리였습니다. 처음이라 서툴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분명한 만큼 더 많은 지원과 자율권 부여를 통해 학부모가 교육주체로 더욱 당당히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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