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교육

여자는 왜 자전거를 타면 안 되나요?

사우디아라비아 영화 <와즈다>

<와즈다>는 여성 인권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여성은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율법에 따라 자전거를 좋아함에도 타지 못하는 15살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는 먼 나라의 별난 토픽이 아닌,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부조리와도 맞닿은 부분이 있다.

글. 이중기 / 사진제공. 프레인글로벌

억압이 일상화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

사우디아라비아의 열다섯 살 소녀 와즈다의 꿈은 자전거를 갖는 것. 그러나 와즈다에게 주어진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전거는 800리얄(우리 돈 약 22만 원)이나 하고, 여성은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율법까지 있는 상황. 보통의 아이들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받아들일 만한데, 와즈다는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친구 압둘라의 자전거를 빌려 몰래 연습하고, 800리얄이나 되는 거금은 팔찌를 만들어 팔거나 상급생의 편지를 몰래 전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차근차근 모아나간다.

하지만 와즈다가 마주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실은 더 냉혹했다. 이곳에서 여성은 자전거만 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 성인이 되면 ‘아바야’라는 눈을 제외한 신체 모두를 가리는 옷을 입어야 하고, 남성과는 눈을 마주치는 것도 목소리를 내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러한 율법을 강제하고 주입하는 이들은 모두 여성이다. 가정에서는 엄마가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그렇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렇게 와즈다를 억압하는 여성들 또한 이러한 율법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한 장면들이 적지 않게 나온다는 점이다. 와즈다의 엄마는 아들을 갖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빠가 새로 장가를 들려 하고 있으며, 선생님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는 걸 들켜서 크게 곤혹을 치르고 있다.

변화는 여성 스스로가 만드는 것

자전거 구입은 역시 어려웠다. 그러던 와즈다의 시야에 걸린 대회가 있었으니, 바로 코란 퀴즈 대회. 이슬람 율법이 빼곡히 적힌 코란을 달달 외워 경문을 막힘없이 읽고, 단답형 퀴즈에 대답하면 되는 대회다. 타고난 자유주의자 와즈다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대회이지만, 대회 상금이 1,000리얄이나 된다는 소식에 와즈다는 참가를 결심하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대회에서 우승하지만, 상금은 주어지지 않았다. 상금을 어디다 쓰고 싶냐는 선생님의 말에 ‘자전거를 갖고 싶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그것보다는 팔레스타인 동포들에게 기부하는 편이 훨씬 더 좋을 것이라며 와즈다의 상금을 빼앗고 만다. 와즈다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사라진 걸까? 와즈다의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영화를 직접 보길 권한다.

와즈다가 코란 퀴즈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건 무척 역설적이다. 율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자전거를 타기 위해 율법을 공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통과 현실이 부딪히는 문제를 은유하는 장면 중 하나다. 그리고 그러한 역설을 이겨내고 상금을 받을 정당한 대가를 치렀음에도 와즈다에게 어떠한 것도 주어지지 않는 장면은 기존의 제도권하에서는 어떠한 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나타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감독은 와즈다를 통해 희망을 그리고자 했다. 그리고 그 희망은 다른 어느 곳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닌 억압받는 여성 스스로가 만들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옥상에서 압둘라의 자전거를 가지고 연습을 하는 장면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압둘라는 자전거를 처음 타는 와즈다를 위해 자신의 자전거에 보조바퀴를 달아 온다. 이걸 보고 와즈다는 화를 낸다. 나는 저런 것 없이도 잘 탈 수 있다고. 압둘라는 그제야 와즈다의 생각을 깨닫고 보조바퀴를 떼어낸다. 둘 사이 우정이 더욱더 돈독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와즈다>는 여성이 처한 현실의 변화는 여성이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삶을 만끽하며 사는 것. <와즈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처럼 명확하다.

변화는 우리도 만들 수 있다

저 먼 중동의 유별난 국가의 일이라고만 생각해선 곤란하다. 우리나라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성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억압이 상당했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상당 부분 억압이 해소되었음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생채기를 겪고 있다. 여전히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부분들이 많기에 상처는 아직 가봉 단계다. 여러 갈등과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와즈다>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문화가 여성에게 주어지는 체육의 기회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정도만 다를 뿐이지 큰 틀에선 차이가 없다.

여성은 체육활동이 철저하게 지양된다. 남성과 다른 종목을 배우고 같은 종목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더 낮은 성취를 요구한다. 여성은 나약하고 보호받을 존재로서, 신체의 내적인 어떠한 발전도 사회가 그리는 미덕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성의 신체는 외적으로만 존재한다. 예쁜 얼굴과 예쁜 몸매는 온 사회가 선망하고, 이는 마치 그것이 선(善)처럼 소비된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은 정당하게 자신들의 신체를 발전시키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기회를 잃게 되는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하고 있는 여학생 체육교육 장려 프로젝트인 ‘여신프로젝트’ , 그중에서도 자전거 장려 활동인 ‘여자만세(여학생 자전거로 만드는 밝은 세상)’는 <와즈다>와도 맞닿아 있다. 우리의 사회문화 역시 여성들에게 활동적인 신체활동을 알게 모르게 억압해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강권하거나 절대적인 힘으로 누르는 것이 아닌 여학생 스스로 체육활동에 즐거움을 찾고, 자신의 신체를 건강하게 가꾸는 것에 대한 의지가 깃들어야 한다. ‘여신프로젝트’ 또한 그러한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다.

<와즈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사회에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여성은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실은 억압이자 폭력이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이제는 여성도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사회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여신 프로젝트’ 또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힘을 가졌다. 그 힘은 오롯이 여학생에게서 나온다. 스스로가 체육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이는 누군가가 강제로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학생도 제한 없이 주어지는 모든 것을 누리고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길. 와즈다가 걸어갔던 그 길을 우리 사회도 걷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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