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소망이와 소망이

글. 이지영 선생님(서울정진학교 특수교사)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통합교육으로 만난 친구 소망이. 매점 가는 길에 우연히 복도에서 눈을 마주친 후, 어색하게 웃으며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 후부터 소망이는 식당에서도 운동장에서도 날 보면 “예쁘다” , “사랑한다”며 난데없이 고백을 하고서는 저 멀리 뛰어가거나, 쪽지를 건네주고는 쏜살같이 도망갔다. 일반적인 친구들과 외모도 행동도 말투도 달랐기에 ‘어, 조금 다르네. 도대체 쟤는 누구지? 왜 저럴까’ 하는 마음으로 눈여겨보게 됐다.

계속되는 호의에 민망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여 “너, 도대체 왜 나한테 사랑한다고 해”라고 물었더니 “자신을 놀리고 따돌리거나 무시했던 친구들과는 달리 웃으며 자신을 대해주었기 때문”이라고. 그저 웃으며 대한 것뿐인데, 이렇게 한 사람의 관심 대상이 되다니! 차별이 익숙했던 그 친구에게는 한 번의 미소가 따뜻함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소망이를 보면서 점차 다른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됐고, 장애, 비장애 할 것 없이 다를 바 없는 ‘친구’로 생각하게 됐다. 이후 대학 입시를 위한 진로상담을 하며 S 선생님으로부터 특수교육과를 추천받게 됐고, 특수교사라는 꿈을 확정 지었다.

첫 발령을 받아 담임을 맡았고, 그중 이름부터 눈길을 끌었던 학생은 소망이. 내 친구 소망이와는 성별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제자 소망이다. 그렇지만 두 소망이는 특수교사라는 내 꿈을 더욱 확고하게 해주었고, 예상하지 못한 돌발행동으로 나를 놀라게 한다. 우리 반 학생들은 학교 텃밭에서 수확한 상추와 깻잎을 그날 급식으로 나오는 간장불고기에 곁들여 쌈을 싸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씨를 뿌리고 텃밭에 물을 주는 작은 일에도 크게 기뻐하는데, 가끔은 물을 줄 때 자신의 발에도 물을 주면서 함박웃음을 짓는다. 등교 지도를 위해 마중 나와 있는 수많은 선생님 중에서 담임인 나를 귀신같이 찾아오는 학생이 있는 반면, 먼저 말을 걸지도 않고 주위를 맴돌며 눈에 띄기를 기다렸다가 내가 “아니! 이게 누구지” 하고 너스레를 떨면 그제야 내게 달려오는 학생도 있다. 매일같이 티 없이 맑은 학생들을 만나며 특수교사가 되길 잘했다는 보람을 느낀다.

과거의 소망이 덕에 내가 왜 특수교사가 되어야 하는지를 물었다면, 현재의 소망이는 내가 특수교사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특수교사는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때 독립성을 가지고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수한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장애에 초점을 두기보다 그 학생이 가진 강점을 발견하여 성장시켜주고, 학생이 자신의 강점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장애의 정도나 특성을 구분하여 학생을 배제하지 않고, 모든 학생을 상대로 각각의 특성에 적합한 교육서비스를 고안하고 제공하는 것. 통합교육이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를 살리며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사회를 변화시켜가는 것. 이 모든 것은 그저 ‘착함’만으로 해낼 수 없다. 철저한 책임감과 사명감, 실천이 필요하다. ‘장애인은 우리와 다르다’라는 장애인 혐오 인식으로 인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받는 차별과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들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는 실천이 필요하다.

교사가 되고 나서 맞이한 스승의 날, 나에게 특수교육을 권해주신 S 선생님을 찾아뵙고 안부를 물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저에게 특수교육과가 아닌 다른 방향을 추천해주셨다면 저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여전히 배울 점이 많은 그분처럼 나도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친구 소망이에서 시작됐고, 새로운 출발점에서 또 다른 소망이를 만났다. 이제는 우리 교육으로 인해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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