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서울교육의 미래를 위한 만남

일등주의를 넘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서울교육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데니스 홍 교수의 대담

지난 4년간의 혁신에 이어 다시 4년 동안 서울교육의 미래를 열어갈 혁신미래교육을 위한 만남. 지난 6월 26일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의 대담회가 열렸다.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서울교육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대담을 나눴던 그 현장을 소개한다.

정리. 신병철 / 사진. 이승준

질문이 있는 교실 만들기

김지영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대담회의 사회를 맞은 김지영입니다. 오늘은 혁신미래교육 2기를 이끌어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님과 함께 한 분을 더 모셨는데요. 최고의 두뇌,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미국 UCLA 교수이자 로봇 메커니즘 연구소 ‘로멜라(RoMeLa)’의 소장인 데니스 홍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에서 서울형 메이커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최영태 장학사님도 함께 자리하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교육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상상력과 실천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희연 반갑습니다. 데니스 홍 교수님과의 이번 대담을 통해 서울교육을 진정한 창의교육으로 혁신해나가기 위한 지혜와 영감을 얻고자 합니다. 먼저,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데니스 홍 우선 재선을 축하드립니다. 혁신미래교육의 가치를 활짝 꽃피우는 4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분이 저를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요. 요즘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말고도 인공심장 개발 등 사회를 이롭게 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꿈꾸고 도전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고요.

조희연 책을 추천한 분들은 교수님을 창의적 로봇공학자, 혁신적 엔지니어, 긍정과 도전의 아이콘, 꿈꾸는 휴머니스트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창의적 상상을 하는 과학자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과학자, 이 두 가지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이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는 한국 교육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데니스 홍 미국에서 한국 유학생들은 ‘인간 계산기’로 통합니다. 수학 문제를 기가 막히게 빨리 풀어내는 걸 보며 미국 학생들은 놀라워하죠. 그런데 답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문제나 답이 여러 개인 개방형 문제를 내면 아무것도 못하고 막혀버립니다. 특히 프로젝트 수업을 할 때면, 토론이나 그룹을 구성해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습니다.

조희연 예전에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를 방문했을 때 핀란드는 협력과 평등의 교육을 지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협력 문화가 여전히 미흡한 편입니다. 홀로 고립되어 남들보다 더 많은 양의 지식을 축적하고, 그렇게 쌓은 지식으로 친구를 이기려 하는 경쟁적인 문화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데니스 홍 학교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하다 보면 한국 유학생과 팀을 이룬 미국 학생들이 조심스럽게 저를 찾아와 ‘팀원 중 누군가가 소통도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는다’며 걱정합니다. 그러다가 기말고사 때 팀 발표 시간이 되면 신기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한국 유학생이 혼자 앞에 나가 팀원들도 몰랐던 결과물을 설명하는 거죠. 한국 유학생이 아무것도 안 하는 줄로만 알았던 다른 팀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황당해합니다. 일등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일등주의에 젖어 심지어 협력해야 하는 팀 프로젝트를 할 때도 팀원들을 누르고 그 위로 올라가려고, 준비하고 있었으면서도 일부러 조용히 있다가 마지막에 혼자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겁니다.

조희연 특히 로봇을 개발하는 건 어떤 분야보다 더 협력하는 과정이 필요할 텐데요.

데니스 홍 맞습니다. 로봇은 전기, 전자, 기계, 컴퓨터, 재료공학까지 수많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죠. 그래서 협력이 중요합니다. 똑똑하고 지식이 많고 창의적인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협력하는 자세를 배우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꼭 남을 누를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열심히 해서 높은 곳에 올라가 손을 내밀어 아래에 있는 친구를 끌어 올려줘도 자신의 위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조희연 말씀하신 한국 유학생들의 모습에서 우리 교육이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안타까운 점은 정답이 틀리거나 없을 수도 있는데, 지금 우리의 교육은 항상 정답이 정해져 있다고만 생각하고 보물찾기하듯 정답을 찾는 경직된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 머물고 있습니다.

데니스 홍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은 정답이 있는 경우가 드뭅니다. 답이 여러 개일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죠.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조희연 한국 학생들이 토론에 익숙하지 않다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데니스 홍 토론 참여의 적극성은 이전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질문을 하는 게 모든 것의 시작인데 오히려 질문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어떤 질문을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며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도 있고요. 질문을 할 줄 모르는 건지, 질문을 하기 두려워하는 건지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이 앞으로 ‘질문이 있는 교실’ 정책을 도입하려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산업화 시대를 겪으면서 1등이 가진 지식을 빨리, 더 많이 머릿속에 넣으려고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경제 선진국 대열에 빠르게 합류할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제는 과감히 버릴 때가 됐습니다. 미래 사회에는 ‘협력형 괴짜’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질문하는 것을 장려하는 교실 풍경, 엉뚱한 ‘괴짜형’ 질문이 존중받는 교실 문화를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한 따뜻한 교육

조희연 인공지능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불리는 미래 시대를 앞두고 아이들이 더욱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새로운 창의교육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우리 교육을 어떻게 혁신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데니스 홍 저희 연구소에서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에 그 힌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로봇을 고장 내보라고 합니다. 로봇이 고장 나야 문제를 발견하고 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조희연 기존의 작동원리 전체에 의문을 갖게 되는 거네요.

데니스 홍 실패가 두려워 안전한 길로만 가면 혁신을 할 수 없습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도전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실패를 겪다가도 마침내 로봇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결국 해냈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혁신적인 지식과 기술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조희연 창의력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데니스 홍 그동안 제작한 로봇 중에 다리가 3개 달린 ‘스트라이더’라는 로봇이 있습니다. 이 로봇은 어렸을 때 어떤 아주머니가 딸의 머리를 땋아주는 모습을 보고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관계없는 것들을 연결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중요한 요소는 ‘재미’입니다. 놀이공원보다 더 재미있는 곳이 저희 연구소입니다. 1년 365일 밤낮 없이 연구소는 학생들로 북적거립니다. 누가 시킨 게 아니라 재미있으니까 스스로 연구소를 찾는 거죠. 재미가 있으면 열정이 생기고, 열정이 생기면 탐구정신과 창의력이 따라옵니다.

김지영 많은 학부모가 이제는 아이가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한다기보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행복한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현실은 내 꿈이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고, 가치 있는 꿈을 꾸기 어려운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꿈이 가득한 서울교육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데니스 홍 저는 꿈을 찾고, 그 꿈을 좇아서 이루는 것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학생들은 꿈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혼란스러워합니다. 한국에서는 꿈과 직업을 같은 의미로 여기곤 합니다. 꿈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입니다. 꿈과 직업은 다릅니다. 꿈이 직업과 같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아이들, 특히 부모님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조희연 전 세계가 입을 모아 그 필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창의교육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간주하던 지능적 측면을 갖게 될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 또 하나는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최영태 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한 걸음 더 미래지향적인 서울교육을 만들기 위해 메이커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울형 메이커 교육을 통해 미래교육을 선도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5년간의 중장기 계획에 따라 메이커 교육 및 창작활동 공간을 조성하고, 3D 프린터 등 기자재 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찾아가는 메이커 교육’을 위해 디지털 기자재를 실은 ‘메이크 버스’ 운영과 더불어 오는 9월 메이커 스페이스 홈페이지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10월에는 가칭 ‘서울 학생 메이커 괴짜 축제’를 개최하여 학생들이 기획한 다양한 제품을 여러 도구를 이용해 직접 제작해보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데니스 홍 저희 연구소에서는 ‘Hands on, Minds on’이라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직접 만들고, 마음으로 느끼며 배우는 거죠. 로봇을 제작할 때도 직접 만들어보지 않으면 제대로 설계할 수 없습니다. 이는 메이커 교육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렸을 때부터 메이커 교육을 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방향에 대해서도 크게 공감하고요. 다만, 한국에서 의무화된 코딩 교육에 대해서는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는 코딩 교육의 의무화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그 방식에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선생님이나 학부모,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많은 분이 저에게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 하냐고 물어보곤 합니다. 하지만 코딩 교육의 핵심은 코딩 문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키우는 것입니다. 저는 코딩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추리소설을 쓰게 하고, 요리를 하게 하라고 합니다. 추리소설을 쓰는 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고, 다양한 재료를 섞고 순차적인 과정을 직접 체험하며 결과물을 만드는 게 요리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코딩 교육은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컴퓨터에 입력하고, 결과를 내면 끝나는 식에 그치고 있어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조희연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는 인간의 육체적 노동력을 로봇이 대체하는 사회입니다. 새로운 변화를 통해 사회는 인간과 기계의 대립이 아니라 로봇을 가진 인간과 로봇을 갖지 못한 인간으로 나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따뜻한 심성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데니스 홍 예전에 미 해군의 지원을 받아 화재진압용 로봇을 개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로봇을 만든다는 사실에 무척 설레는데, 하루는 이 로봇이 완성되고 나면 군대에서 소화기 대신 총을 들고, 투척형 소화기 대신 수류탄을 던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결국 내가 아니라도 다른 누군가에 의해 기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사용될 수도 있으니 나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소에서는 학생들에게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도록 가르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에만 만족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먼저 고민하는 거죠.

조희연 서울교육 역시 따뜻하고 정의로운 ‘더불어숲 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창의적 혁신을 추구하되 우리 아이들이 서로를 따뜻이 감싸고, 약자를 배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창의적 활동 속에서도 데니스 홍 교수님의 휴머니즘을 높이 본받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데니스 홍 앞서 말씀드리기도 했지만,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루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한국의 모든 학생을 응원하며 마음속으로 늘 파이팅을 외치겠습니다.

김지영 교육 선진국을 향한 담대한 전진. 혁신미래교육 2기의 모토입니다. 오늘 ‘넘버 원(Number 1)’ 교육이 아닌 ‘온리 원(Only One)’ 교육을 추구하는 조희연 교육감님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을 잘 알고 계신 데니스 홍 교수님의 대담회를 진행했는데요. 이 자리를 시작으로 우리 아이들의 꿈을 상상에서 현실로 이루기 위해서 앞으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진보적이고 담대한 시도를 더욱 많이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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