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서울미래학교 수업 프론티어 교사단 좌담회

미래학교의 경계를 탐색하다

미래학교와 미래교육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시대. ‘미래’는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뜨거운 키워드다. 이는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미래학교 수업 프론티어 교사단 선생님들과의 좌담을 통해 현재 우리의 미래교육에 대해 되짚어보고, 앞으로 미래교육의 방향과 미래학교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정리. 윤상혁(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장학사) / 사진. 이승준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윤상혁 서울미래학교는 2014년 2월 4일 발표된 서울시교육청의 ‘서울미래학교 설립 추진 계획’에 따라 같은 해 5월 서울미래학교 수업 프론티어 교사단이 발족되고 준비 기간을 거쳐 이듬해 3월 창덕여자중학교가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늘 모신 분들은 서울미래학교 프론티어 교사단에서 활동하고 계신 선생님들입니다. 먼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강동우 서울공연초등학교에서 교육과정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학생중심수업 설계와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두일 한영중학교에서 과학으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사이버 폭력 예방교육 및 디지털교과서 활용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유정 창덕여자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수업환경에 관심이 많은데 지금은 학생들이 수학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을 목표로 수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은상 창덕여자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행정업무는 미래연구부장을 맡고 있고요. 현재 서울미래학교 프론티어 교사단 단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래교육은 주체로서의 학생에 초점을 맞춰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이 되어야 합니다. 과연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탐험에 동참할 마음이 되어 있는지, 아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다려줄 수 있는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 강동우

윤상혁 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드 슈바프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언급했습니다. 같은 해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4승 1패로 승리를 거둬 큰 충격을 줬죠. 사실 교육 분야에서 미래라는 말이 낯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으로 상징되는 지금의 미래교육은 기계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불안과 공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기보다는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최근의 미래교육에 대한 논의를 어떻게 보시나요?

강동우 미래교육에 대한 담론들이 테크놀로지에 치우쳐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미래교육이 어떤 정해진 결과에 대한 준비가 아니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구로서의 테크놀로지보다는 주체로서의 학생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는 과연 아이들과 함께 탐험에 동참할 마음이 되어 있는지, 아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두일 과거에는 지식의 습득이 매우 중요했었죠. 그런데 최근에 논의되는 미래교육 역시 지식의 종류만 바뀌었을 뿐 결국은 똑같은 것 같아요. 어떻게 기술을 잘 활용할 것인가보다는 누가, 어떤 기술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래교육의 종착지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복잡한 사회가 될수록 인성, 공감능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오히려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에 따라 사회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해요. 그런 과정 없이 학교에 모든 것을 맡기면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김유정 미래사회를 상상한 100년 전의 그림을 본 적이 있어요. 학생들 머리에는 헬멧이 씌어 있고 헬멧에는 전선이 연결되어 있는데 그 전선들의 끝에는 믹서기가 있는 거예요. 교사가 믹서기에 책을 갈아 넣으면 그 책 속의 지식이 전선을 통해 학생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그림이었어요. 그 당시 사람들에게 미래교육은 지식을 잘 주입할 수 있게 기계가 발달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 거죠. 어쩌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미래교육에 대한 상상도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 우리 사회의 욕망을 미래교육에 투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거죠.

이은상 미래교육에 대한 현재의 흐름. 사회의 변화, 교육의 변화, 학교의 변화, 교사의 변화,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들을 보면 늘 교육계에서는 사회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그 근원을 생각해보면 4차 산업혁명 담론이 중심에 있고 그 실체가 바로 알파고였던 거죠. 실체가 있으니 관심이 증폭된 게 아닌가 싶고요. 혁신교육과 미래교육을 비교해보자면 혁신교육은 대체로 문제의식의 방향이 내부에서 시작에서 외부로 뻗어나간다고 할 수 있죠. 반면에 미래교육은 실체가 드러난 사회의 변화가 외적 자극이 되어 내부로 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지향점은 같았다고 생각합니다.

창덕여중에서 4년을 지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교사와 학생들에게 허용된 높은 자유도였어요. 수업과 평가의 혁신은 자율성과 이를 부여하는 학교의 문화가 없으면 불가능해요. 이 부분이 미래교육의 방향 설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 김유정

미래교육의 본질과 방향

윤상혁 인공지능이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면 미래교육은 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서울미래학교 프론티어 교사단이 만들어진 것이 2014년, 창덕여중이 서울미래학교 연구학교로 지정된 것이 2015년이니 어떻게 보면 최근의 미래교육 논의보다는 한발 앞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고, 고민의 깊이나 실천의 성과도 더 깊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미래학교와 프론티어 교사단이 어떤 고민 속에서 만들어졌고 그동안 어떤 실천이 진행되어왔는지 설명해주세요.

김유정 저에게 있어서 창덕여중에서의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수업과 평가의 혁신이었어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학교 문화의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수업과 평가의 혁신은 자율성이 없으면 불가능해요. 창덕여중에서의 4년은 의미 있는 수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평가 방식 탐색의 기간이었어요. 4년 동안 한 번도 똑같은 평가를 해본 적이 없어요. 지식의 습득보다는 지식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수업을 고민해왔어요. 그런데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교사들에게 엄청난 자율성을 부여한 학교의 문화 때문이었거든요. 이 부분이 미래교육의 방향 설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이은상 창덕여중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교육과정 혁신, 학교문화 혁신, 학습환경 혁신이에요. 미래학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세 가지 혁신 외에도 열 차례가 넘게 진행된 교사 주도의 토크 콘서트와 4년간 약 60 과정을 개설한 학생참여 중심 수업방법 연수를 통해 미래학교의 성과를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누적 인원 천 명이 넘는 국내외 방문단에게 학교를 공개하고 서울미래학교의 성과를 알린 것도 미래교육의 확산을 위한 작지 않은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강동우 사실 프론티어 교사단은 스마트교육 추진 과정에서 형성됐는데 창덕여중이 서울미래학교로 지정되면서 초등학교 프론티어 교사단은 역할이 좀 어색해졌죠. 하지만 수업혁신과 평가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해온 것 같아요. 또 초등교사와 중등교사가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프론티어 교사단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만약에 초등 서울미래학교가 설립될 수 있다면 초등 프론티어 교사단의 역할도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김두일 프론티어 교사단의 연원은 2014년 서울미래학교 설립 준비 TF로 거슬러 올라가요. 지금 생각해보면 TF 위원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율성이 보장된 가운데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프론티어 교사단이 발족되고 서울미래학교에서 사용될 교수학습자료 개발과 같이 위로부터 하달받는 방식으로 일하게 되면서 열정이 많이 수그러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초창기의 열정을 다시 북돋울 수 있도록 초기 멤버들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미래학교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에요. 학생들의 가능성만큼 다양한 미래가 존재합니다. 학교가 해야 할 역할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상상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 이은상

윤상혁 학생중심수업이 학생의 자발성에 기초해야만 성공할 수 있듯이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교사학습공동체가 학교자율 운영체제의 중심이 될 때 미래학교도 올바른 궤도에 올라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학교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든 학교는 미래학교의 요소를 지니고 있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들께서 생각하시는 ‘미래학교는 ○○이다’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서 서울시교육청의 미래교육 방향에 대하여 제안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두일 미래학교는 ‘행복’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으니까요. 학교는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미래학교는 디지털 민주시민을 키워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상 미래학교는 ‘과정’이다. 미래학교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가능성만큼 다양한 미래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학교가 해야 할 역할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상상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합니다.

강동우 미래학교는 ‘토양’이다. 미래학교는 학생들의 희망의 씨앗, 가능성의 씨앗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기름진 토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너는 이런 씨앗이 되어야 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되겠죠. 학생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씨앗이 존재할 거고, 그 희망의 씨앗들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바람이 되어주고 햇빛이 되어주고 빗물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유정 미래학교는 ‘자유와 믿음’이다. 창덕여중에서 4년을 지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허용된 높은 자유도였어요. 물론 이 자유는 함께 공유된 약속과 신뢰 속에서 얻은 자유예요. 저는 이것이 미래학교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기술을 잘 활용할 것인가 보다는 누가, 어떤 기술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미래교육의 종착지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복잡한 사회가 될수록 인성, 공감능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오히려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 김두일

윤상혁 오늘 자리해주신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 보니 미래교육의 방향이 어떠해야 할지 감이 좀 잡히는 것 같습니다. 미래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확실한 것은 희망도 용기와 열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학교가 교사와 학생들에게 용기와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모두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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