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교육

평화공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다시 시작해보자

평화와 번영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교육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시대를 여는 이정표가 됐다. 그러나 최근 북한 사회의 변화 모습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청소년들은 북한에 대한 편견과 혐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청소년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할 때다. 한반도 평화공존시대에 평화공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다시 내세우자.

글·사진제공. 한만길(흥사단교육운동본부 상임대표)

평양 창광유치원의 수업 모습

평양 창광유치원의 수업 모습

드디어 한반도 평화공존시대는 오는가?

남북한 정상은 지난 4월 27일 온 국민과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군사분계선을 넘었으며, 새로운 평화시대를 열어갈 판문점선언을 발표하였다. 두 정상이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손을 잡고 정답게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새삼스럽게 서로가 동족임을 실감했다. 형제처럼 정담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평화와 통일의 길은 머지않았음을 느꼈다. 또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은 철옹성처럼 버텨온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보수층은 북한에 대한 극단적인 부정과 불신에 뿌리를 두고 북한과 화해와 협력에 부정적이다. 이런 냉전적 인식은 북한을 우리 ‘동포’로서보다는 ‘적’으로 규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북한을 ‘화해협력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압박붕괴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나아가 북한은 경제침체와 세습독재, 그리고 주민들의 불만으로 인하여 붕괴할 것이라는 가정으로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준비론을 예단했다. 여전히 대북경계심과 적대감을 기반으로 남한의 우월성을 키우는 데 통일안보교육의 중점을 두었다.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어갈 역사적인 전환점은 이미 촛불시민혁명으로부터 시작했다. 촛불시민혁명은 근원적으로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정의와 복지,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시민 정신이 그 저력을 발휘한 것이다. 시민정신은 촛불시위를 계기로 대통령 선거, 6·13 지방선거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편재한 부정한 권력, 권위주의를 고발하고 있다. 세계 언론이 한국의 평화로운 집회 장면을 지켜보면서 민주적인 역량에 놀랐듯이 이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한국 시민들의 노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될 것이다. 바로 우리 교육은 평화공존시대를 열어가는 시민의 민주역량을 기르는 데 기여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이 이미 동서냉전의 결정판으로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에 말한 것처럼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설 것인지, 아니면 군사력을 앞세워 대결의 길을 계속 갈 것인지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평화학자 요한 갈퉁은 ‘평화란 갈등이 없는 상태라기보다는 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 했다. 우리 교육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을 통찰하고 그런 위기 국면을 해결하려는 평화역량을 길러야 한다.

백두산에서 만난 북한 대학생들 백두산에서 만난 북한 대학생들

평화공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다시 내세우자

지난 1998년 필자는 이미 평화공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기초로 평화공존교육을 제안했으며, 이는 종래의 통일안보교육을 새롭게 전환한 것이다. 물론 남북의 평화공존을 지향하고 교육내용은 체제이념 중심에서 탈피하여 생활문화를 소재로 제시했으며, 교육방법은 강의홍보식이 아닌 토론참여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관협력을 강조했다. 이런 방향으로 교과서 집필, 교원연수, 자료개발, 협력체제를 가동해나갔다.

그런데 보수적인 정부가 등장하면서 평화공존교육을 중단하고 다시 통일안보교육으로 회귀했다. 그래서 현행 중학교 도덕교과서를 보면 일인 독재, 3대 세습체제, 낙후한 경제, 인권탄압,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에 대한 부정적 내용으로 가득하다. 반면에 남북한 화해협력을 실천하고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 2007년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언급조차 없으며, 1972년의 7·4 남북공동선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같은 당국 간 회담과 합의 사례도 찾기 어렵다. 이산가족 상봉, 체육교류는 간단히 소개하고 있을 뿐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은 외면하고 있다. 우리 역대 정부의 통일방안인 화해협력, 국가연합, 통일국가를 지향하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언급조차 없다. 남북한 교류협력의 역사적 경험은 생략한 채, 통일미래상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으니 통일에 대한 비약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막연한 통일 환상을 심어줄 뿐이다.

중고등학생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통일에 관심이 없고 원치 않는다. 그 이유는 ‘북한을 도와줘야 하니까 우리도 더 못 살게 될 것이다’ , ‘통일하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심지어 ‘어쨌든 빨갱이는 싫다’ , ‘그냥 이대로 우리끼리 사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이런 북한혐오감, 통일기피증은 통일안보교육을 강조한 결과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다시 평화공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한다. 남북한은 평화적인 공존을 통하여 상호 이익을 추구하고 번영을 누리는 것이 목표이다. 이런 방향으로 청소년 세대가 북한을 친근하게 생각하고 평화통일을 발랄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장마당, 평양냉면, 곡예단, 풍부한 지하자원, 금강산·백두산 관광 등 북한 사회의 실상을 흥미 있는 교육소재로 삼을 수 있다. 우리 교육으로 한반도 평화를 상상하자, 남북의 공동번영을 꿈꾸자, 남북한 어린이들과 함께 놀이하고 공부할 수 있는 평화를 만들어보자, 남북으로 헤어진 부모·형제가 얼싸안고 춤추는 세상을 만들자.

현행 통일 관련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17년부터 적용하기 시작하여 2019년에 전 학년에 걸쳐 사용할 예정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수시 개정을 착수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통일 관련 내용을 부분 수정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 정부 들어서 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수정하여 개정 과정을 거치는 데 반해서, 통일 관련 내용(도덕과)은 지난 박근혜 정부의 교과서 집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여 집필한 내용이다. 당장 보충자료라도 이른 시일 안으로 보급해야 한다. 정말로 한반도 평화공존시대에 평화공존교육으로 다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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