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성장 스토리

신도고등학교의 영화제작반

“레디~ 액션!” 신도고등학교의 영화제작반 ‘SD SLATE’의 촬영이 한창이다. 이번에는 학생들 손에서 어떤 작품이 탄생할까? ‘SD SLATE’의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건 그 안에 학생들의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함께 모여 영화를 제작하며 소통과 배려, 협동의 가치를 배운다. 학생들의 성장스토리가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지는 곳, 신도고를 찾았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창의성을 함양하고 협동심을 키우는 예술활동

하루가 멀다하고 상상을 뛰어넘는 기술이 등장하는 테크놀로지 시대. ‘과학’과 ‘기술’이라는 키워드에 시대의 흐름이 함축된 오늘날, 기술만능주의에 대한 경계는 인간성과 인간관계의 회복에 대해 돌아보게 했다. 이러한 현대 사회는 창의성, 그리고 무엇보다 바른 인성을 지닌 인재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어느 때보다 문화, 예술, 체육 분야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학생들이 감성적 능력과 창의성, 소통과 공감, 협력적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이 중학교 협력종합예술활동을 실시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신도고등학교(교장 송의열)에서는 학생들이 영화영상 제작을 통해 창의성을 함양하고 협동의 가치를 배우는 영화제작반 ‘SD SLATE'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처음 출발한 이래 현재 1, 2, 3학년 20명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SD SLATE’는 학생들이 시나리오 작성, 연출, 연기, 촬영, 특수효과, 음향, 미술, 편집 등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작업을 도맡아 진행한다. 매년 광고, 캠페인, 뮤직비디오 등과 함께 단편영화를 2~3편씩 제작하고 있으며, 이 작품들을 8월 학교축제와 2월 상영회에서 상영하고 있다.

영화제작은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첫 단계부터 마무리인 편집까지 모든 과정에 협동과 의견교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협동심을 키우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함께 노력해 마침내 자신들만의 작품을 완성했다는 성취감을 얻게 된다. 이러한 성취의 기쁨은 학습 부진이나 학교 부적응 등을 겪으며 무기력함에 빠진 학생들에게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심어주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두루두루 경험하면서 아직 마땅히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찾고 진로를 개척하는 기회가 된다. 실제로 몇몇 학생은 영화제작 스터디를 조직하여 스스로 영화이론에 대해 공부하고 함께 나누며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영화 관련 학과에 진학하기도 했다.

소통하고 배려하며 성장하는 아이들

영화제작반으로서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이 또한 ‘SD SLATE’의 목표 중 하나다. 그러나 신도고의 영화제작반 활동을 그 어떤 작품보다 빛나게 하는 건 영화제작 과정에서의 배움과 성장하는 학생들이다. ‘SD SLATE’의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김보미 선생님은 학생들이 느끼는 성취감이야말로 동아리 활동의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한다.

“작품의 완성도가 영화제작반 활동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한번은 영화상영회를 마치고 나서 한 학생이 한껏 상기된 얼굴로 저에게 와서는 ‘선생님, 어떤 감정인지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 느껴봤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동안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성취감이었던 거죠. 제작하는 과정이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결국 다 함께 힘을 모아서 작품을 완성하고, 다른 친구들이 그 영상을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벅찬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며 아이들이 성장하는 거 같아요.”

이렇듯 학생들은 한 편의 성장영화처럼 영화제작반 활동을 통해 매일 성장을 거듭한다. 시나리오를 고치고 다시 쓰는 과정을 거치며 글쓰기 실력이 향상됐고, 어떤 이야기를 영상에 담을지 주제를 논의하면서 창의적 사고와 상상의 범위를 넓혔으며, 영화이론과 기술적 문제뿐만 아니라 주제에 대해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토론하면서 생각하는 힘을 길렀다.

“요즘 아이들에게 특히 부족한 게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이에요. 때로는 작품을 제작하며 크게 싸울 때도 있지만, 결국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아이들이 훌쩍 성장해 있더라고요. 말투부터 ‘여기 서봐. 이렇게 연기해봐’라는 식에서 ‘여기 좀 서줄래? 내가 실수했어. 미안해. 우리 다시 해보자’라는 식으로 달라져요. 어떻게 관계를 조율하고 소통하면서 협동해야 하는지 배우는 거죠.”

신도고 영화제작반 ‘SD SLATE’의 작품에는 학생들 자신의 학교생활, 또래의 고민이 담겨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연출, 연기, 음향, 조명, 편집 그 이면에 학생들의 성장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작품이 하나씩 완성될수록 학생들은 한 뼘씩 성장한다. 학생들이 한 뼘씩 성장할수록 작품은 그 어느 거장의 작품보다 가치 있는 명작이 된다.

3학년 박수빈 학생

신도고등학교 영화제작반 ‘SD SLATE’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수빈 학생은 자신이 ‘SD SLATE’에서 활동하게 된 건 ‘신의 한 수’와도 같다고 말한다. 단순한 재미와 호기심에서 시작한 동아리 활동이 진로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영화제작반에 들어올 당시에는 영상 제작 분야의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진로는 정하지 못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영화 연출을 진로로 확신하게 됐고, 영화 관련 학과에도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친구들과 협동해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그렇게 함께 만든 영화를 상영할 때 느껴지는 기분이 정말 좋았거든요.”

박수빈 학생이 ‘SD SLATE’ 활동을 통해서 얻은 건 진로에 대한 확신뿐만이 아니다. 함께 어울려 영화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에서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며 배려하는 소통의 방법을 배웠다.

“연출을 맡으면 누군가에게 지시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촬영이 길어지면 힘들고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어떻게 말해야 친구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더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걸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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