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지혜롭고 슬기로운 갈등 해결

갈등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갈등을 겪지 않을 수는 없다. 갈등은 성숙의 거름이라는 말처럼, 문제는 갈등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하는 데 있다.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있는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터뷰. 심수현(<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신병철 / 사진. 이승준

즐겁고 신나는 학교

심수현 안녕하세요. 이번 학부모들의 수다 주제는 ‘평화로운 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입니다. 학교 안에서는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생활하는 만큼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이런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평화로운 학교란 어떤 학교라고 생각하시나요?

오윤희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학교가 평화로운 학교라고 생각해요. 큰 아이는 육상부 활동을 하고, 작은 아이는 방송부 활동을 하는데요. 큰 아이는 자기가 육상부라는 데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아침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학교에 가는데, 그게 그렇게 신나고 재밌대요. 일찍 학교에 가도 보안관 아저씨가 막지 않으니까 자신이 남들과 다르고 특별하다고 느껴서인지 학교에 가는 걸 즐거워해요. 방송반 활동을 하는 작은 아이도 학교의 여러 행사를 직접 준비하면서 남들이 하지 않는 대단한 일을 자기가 한다고 생각해요.

이복임 저도 역시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갈 수 있는 학교가 평화로운 학교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아이는 지난해 학교에 가는 걸 전혀 즐거워하지 않았어요. 매일같이 ‘엄마, 나 오늘 꼭 학교에 가야 해? 전학시켜줘’라고 이야기하며 학교에 갔죠. 아이들 간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한 선생님 때문이었어요. 쉬는 시간에도 마음대로 쉬지 못하게 하거나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 생활이 이어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퍼지게 됐고, 결국 반 대표를 맡고 있었던 제가 부대표 어머니와 함께 선생님을 찾아가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지도방식을 바꿔달라’고 말씀드렸어요. 2학기 들어서는 그런 일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선생님만의 기본적인 가치관이 있으니까 완전히 바뀌지는 않더라고요.
반 대표라는 위치에 있기도 해서 앞장서기는 했지만, 제 아이만 유독 혼이 났다거나 피해를 받은 건 아니었어요. 예민한 편이라 그런 교실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제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니까 주위 사람들은 유달리 제 아이가 선생님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저에게는 아이가 혼이 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였어요. 아이들이 웃으며 학교에 갈 수 있게 하고 싶었던 거죠.

박영미 흔히 아이의 학교생활은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하잖아요. 저도 새 학기가 시작하고 아이가 담임 선생님과 첫 만남을 갖고 나면 항상 아이에게 ‘선생님 인상은 어땠어? 선생님 첫 느낌은 어땠어?’라고 물어요. 또 일주일이 지나면 ‘처음 느꼈던 인상과 똑같니? 지금은 어떤 거 같아?’라고 묻죠. 아마 한 달 동안은 담임 선생님에 대해서만 물어보는 거 같아요. 사실 많은 학부모가 선생님이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는 보지도 않고 아이가 하는 말만 듣고 선생님에 대해 평가하곤 해요. 아이도 제각각 성향이 다르고 이런 아이 저런 아이가 있듯이 선생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좋은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선생님도 아이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거죠. 저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하나의 사회고, 모든 게 학교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에 나가면 직장 상사를 자기가 고를 수 없는 것처럼 매년 바뀌는 담임 선생님이 자신과 성향이 꼭 들어맞을 수는 없는 거죠.
오히려 고학년이 될수록 선생님과의 관계보다는 아이들 간의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아요. 저학년일 때는 소위 문제아라고 불리는 아이와 같은 반이 돼도 생활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5~6학년쯤 되니까 이제 자기만의 생각이 생겨서인지 ‘누구 때문에 반 전체가 피해를 본다’라는 식의 생각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김수경 학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평화로운 학교 문화는 학교의 여러 주체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형성된다고 생각해요. 교실 안에서는 선생님과 아이 사이의 갈등이나 아이들 간의 갈등이 있을 수 있고, 교실 밖 교사 사회에서는 지위에 따라 관리자와 평교사 간의 갈등도 생기잖아요. 특히 요즘에는 학부모회가 법제화되면서 학부모들이 학교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지만, 학교나 교사의 문제까지도 학부모가 해결하려고 나서면서 학교의 평화로움이 깨지는 경우를 봤어요.
저는 교육주체로서 자신의 영역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학교에서 생기는 갈등을 교사와 학생의 문제로만 여길 게 아니라 학부모도 함께 노력해야 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까지 모든 교육주체가 학교에 가는 게 즐거울 수 있도록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때 평화로운 학교가 될 수 있어요.

학부모는 교사를 내 아이만을 위한 담임 선생님이 아니라 학교의 한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선생님들도 학부모를 누구의 엄마가 아닌 교육의 주체로 바라볼 때 진정한 평화로운 학교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 김수경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심수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학교를 평화로운 학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주체들이 내는 목소리가 각각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에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우리는 갈등은 늘 부정적이라고만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학폭위 심의가 많은 학교는 ‘문제학교’라고만 생각하잖아요. 그러니까 학폭위를 열지 않고 쉬쉬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갈등 자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복임 한번은 조카가 학교폭력에 연루된 적이 있었는데요. 학폭위가 열리기 전에 이미 가해자, 피해자로 구분해서 당사자끼리 만나지도 못하게 하고, 피해자 엄마가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볼 기회도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의 회복이 우선이 아니라 그 피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모든 과정에서 아이들은 배제되어 있어요.
특히 요즘에는 사소한 말싸움만으로도 학폭위가 소집되면서 학폭위가 너무 남발되는 거 같아요.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하지 않고, 무조건 제도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거죠.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겪으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맞닥뜨려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모든 문제에 부모나 선생님이 개입하죠. 아이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과정 자체가 없어요. 그런 기회도 주지 않고요.

박영미 학폭위 심의가 진행되기 전에 아이들끼리는 서로 화해하는 경우도 분명 있어요. 오히려 부모들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갈등 해결 과정에서 아이들이 배제되는 거죠. 무조건 학폭위를 열기보다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자체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나 단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먼저 선생님을 중심으로 아이들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보고, 그래도 당사자나 당사자 부모가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면 그때 학폭위로 넘기는 식으로요.

선생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장점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조심스럽게 평가해야 해요.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게 달라지고, 그 선생님에 대해서 선입견까지 생길 수도 있잖아요. - 오윤희

이복임 사전 장치가 마련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누군가는 선생님이 어느 한쪽 편만 든다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당사자가 봤을 때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을 거라고 판단되는 중립적인 제삼자가 갈등 해결 과정에 개입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김수경 저도 학폭위는 최후의 단계라고 생각해요. 주변의 모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학폭위를 주관하는 선생님을 찾아와도 일단 교실로 다시 돌려보낸다고 하더라고요. 쉬쉬하는 게 아니라 먼저 담임 선생님이 중재해서 학폭위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거죠. 그런데도 학폭위로 넘어가는 사안은 부모들의 감정싸움 때문인 경우가 대다수라고 해요.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도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체가 돼서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보면 좋겠어요.

심수현 아이들에게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꼭 교육이 아니라도 가능한데,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전문가가 그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 활동 속에서 또래끼리 갈등을 해결할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요?

김수경 그동안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서 그렇지, 정작 기회를 주면 어른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학교 축제만 봐도 아이들에게 맡겨놓으면 스스로 기획도 하고 잘 진행하잖아요. 학교에 또래상담을 하는 동아리가 있는데, 그런 활동을 몇몇 아이들만 할 게 아니라 모든 아이가 다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윤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전 학년이 반별로 반티를 맞춘 적이 있었어요. 단체활동이 있는 날이면 아이들이 반별로 같은 색의 반티를 입는데, 아이가 그게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저도 그렇고요. 학교에서 아이들이 공동체성을 키우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이복임 그런 문화를 만드는 데에는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해요. 첫째 아이의 옆 반 담임 선생님은 비가 오는 날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에 나가서 양말을 벗고 젖은 흙을 밟으며 걷게 하고 교실로 돌아와 어떤 느낌이었는지 시를 쓰게 하거나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갔다 오기도 한다고 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괜스레 부럽더라고요.

박영미 교사의 자질이나 역량을 계량적으로 측정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들이 진로적성검사 때 성격 유형이나 적성을 파악하는 것처럼 선생님도 아이들과 관계 맺는 방법이나 교실 안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보편적인 통계자료나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겪으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맞닥뜨려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모든 문제에 부모나 선생님이 개입하죠. 아이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이 없어서 아쉬워요. - 이복임

존중과 배려의 학교 문화

심수현 오늘 수다에 참석하신 분들이 모두 학부모라서 아무래도 교사나 학교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요.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학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오윤희 2학기가 끝나면 엄마들은 내년에는 어떤 선생님이 아이의 담임이 될지를 가장 궁금해해요. 그래서 엄마들끼리 서로의 담임 선생님에 대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선생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장점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조심스럽게 평가해야 해요. 선생님에게 바라는 게 많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단점을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되거든요.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게 달라지고, 그 선생님에 대해서 선입견까지 생길 수도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말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엄마가 선생님에 대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아이도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요. 한번은 공개수업을 간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저는 그저 그랬지만 아이에게는 선생님의 수업이 너무 재밌었다고 이야기해줬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그걸 일기에 썼고, 선생님이 그 일기를 보고는 너무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김수경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을 안 듣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엄마가 사소하게 말하는 것까지 다 듣고 기억해요. 아이가 선생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가도 어른들의 판단과 이야기에 의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선생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더 조심해야 해요.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관계 맺기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부터 부모가 아이와 관계를 잘 맺으면 아이가 학교에 가서도 남을 배려하고 존중할 거예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실수했을 때 미안하다는 말을 잘 안 하잖아요. 이런 경험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아이가 ‘미안하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구나.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만 미안하다고 말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먼저 사과하고 남을 존중하는 모습을 가정에서부터 부모가 보여주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와 관계를 맺을 때도 사과를 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느낄 거예요.

이복임 아이 문제 때문에 학교에 갔을 때 사실 그렇게 하지 않고 바로 교육청에 전화해서 항의하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생각했어요. 학교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건 아이들이잖아요. 엄마들이 학교에 몰려가서 담임 선생님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교육청에까지 전화해서 항의하면 담임 선생님까지 바꾼 드센 엄마들을 뒀다고 아이들한테는 낙인찍히고, 결국 그 피해는 아이들이 볼 것 같았어요. 그렇게 담임 선생님이 바뀌어도 아이들에게 큰 애정을 쏟기는 힘들 테니 아이들이 좋을 건 하나도 없는 거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많은 학부모가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함께 앞에 나서기는 꺼린다는 점이었어요. 앞에 나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손가락질받을까 봐 뒤로 물러나서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라는 거죠.

박영미 대표가 돼서 앞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그렇게 앞에 나서는 학부모들이 오히려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가 됐으면 더 잘해야지’ 하면서 뒤에서 수군대고 불만을 갖죠. 학부모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해요.

소수의 의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의사소통 방식이나 문화를 개선하고, 아이들이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사 표현 방식을 배울 기회가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 박영미

이복임 학부모들이 학교에 대한 아주 작은 관심이라도 하나쯤은 가졌으면 좋겠어요. 찾아보면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조금씩만 관심을 기울이면 학교를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데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아요. ‘내 아이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니기만 하는데 내가 왜 굳이 시간을 들여 학교에 가서 뭔가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인 거죠. 자기 아이의 이익만 생각할 게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우리 아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학교에서도 엄마들이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그 마음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지 않을까요?

오윤희 저 같은 경우는 학교활동을 그렇게까지 활발히 하지는 않는 편인데요. 예전에 학교에서 어떤 활동들이 이루어지는지 잘 몰랐을 때는 도대체 엄마들이 학교에 모여서 뭘 하는 건지 궁금해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까 학부모들이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 참 많고, 시간도 정말 많이 투자하더라고요. 아직도 잘 모르는 엄마들은 학부모들이 학교에 모여서 그저 놀기만 한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학교에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더 많이 홍보하고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도 있어요.

박영미 사실 우리 사회의 문화나 분위기가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면 싫은 마음이 있어도 표현하지 않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잖아요. 리더가 뭔가를 하자고 했을 때 다수가 그 의견에 따르면 쉽게 내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뒤에 가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거죠. 어른들부터 그런 분위기에 젖어 있으니까 아이들도 그 모습을 은연중에 보고 배우는 게 아닐까 싶어요. 소수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의사소통 방식이나 문화를 개선하고, 아이들이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사 표현 방식을 배울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김수경 마지막으로 각각의 주체가 선을 지키면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어요. 앞에 나서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이 처음에는 고맙다는 말을 듣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비난을 받게 되는데, 그게 바로 자신의 위치를 하나의 권력으로 여길 때예요.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서 학교에서 대우받으려고 하는 거죠.
예전에 한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시험문제를 왜 이렇게 냈냐는 항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학부모들이 사사건건 간섭하고 시시콜콜한 일까지 일일이 전화로 항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왜 선생님들이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걸 꺼리는지 이해가 됐어요. 학부모가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죠. 학부모는 교사를 내 아이만을 위한 담임 선생님이 아니라 학교의 한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선생님들도 학부모를 누구의 엄마가 아닌 교육의 주체로 바라볼 때 진정한 평화로운 학교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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