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화해’ 없는 ‘처벌’, ‘교육’ 없는 학교폭력예방법

글. 탁경국 (변호사)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화되면서 이에 특별히 대응할 필요에 의해 2004년 7월경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 및 운용되어오던 중 2011년 12월 20일 대구 모 중학교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2012년 2월 6일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발맞추어 2012년 3월 21일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되면서 가해 학생에 대한 엄벌주의가 강화됐으며, 이 엄벌주의 기조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일선 학교의 학교폭력 전담 교사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달프면서도 보람도 없는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갈등도 누군가가 문제로 삼으면 모두 학교폭력 사안처리 절차에 회부하여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일정한 조치를 하는 것에 앞장서야 하는데,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서 공정하게 사안 처리를 한 후에도 소송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막상 소송이 시작되면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학생을 공격해야 하는 처지가 되기에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자괴감을 느끼게 되며, 하루빨리 이 업무에서 벗어나기만을 애타게 기원하게 된다. 이렇듯 교사가 힘들어 하면 그 피해는 궁극적으로 학생에게 돌아가게 된다.

현재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으로 재직하던 시절 학교폭력에 대한 엄벌주의 기류에 반대했고, 재선에 성공한 서울시교육감도 지난 임기 동안 경미한 사안에 대한 생기부 기재 방침에 대해 재고해보자는 문제 제기를 했다. 다수의 교육감도 비슷한 입장이니, 지금이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 있는 방안을 마련할 적기다. 따라서 학교폭력예방법 자체를 손질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을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만한 심각한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소년법과 형법에 따라 처벌(보호처분 포함)했고, 경미한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학교 선도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조치했다.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만한 심각한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지금도 소년법과 형법에 따라 처벌하고 있으니 학교폭력예방법만의 독자적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경미한 폭력행위에 대한 징계조치 방안, 피해 학생 보호조치 방안, 학교폭력 사전 예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경미한 폭력행위에 대한 징계조치 방안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인데, 그 주제 중 하나가 일선학교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에 관한 것이다.

현재 사람들은 자치위원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가해 학생에 대한 적절한 징계조치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처럼 자치위원회의 사법적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비슷한 사안에 대해 단위학교마다 다른 수위의 징계조치가 내려지면 그 대상자는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일관되고 공정한 징계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일선학교의 자치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거나, 현행법상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어 있는 학부모위원들의 수를 줄여야 한다거나, 자치위원회를 단위학교마다 설치하지 말고 각 교육청 내지 교육지원청 산하에 설치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단위학교에서 발생한 학생들 간의 갈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육적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공정성보다는 일선학교의 ‘자치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에서는 자치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거나, 자치위원회에 좀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 필연적이다. 약칭도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학폭위’보다는 ‘자치위원회’가 더 어울린다.

사회 대부분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 관해서도 모두가 흔쾌히 수긍하는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사회구성원들의 기질이 다르고 경험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방안이든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므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만한 대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필자는 가해 학생에 대한 사법적 기능만 생각한다면 소년법과 형법에 따라 처벌받은 학생을 다시 학교폭력예방법에 의하여 단위학교에서 징계하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예방법이 독자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학교폭력에 대해 사법적 관점이 아니라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해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진정으로 화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해야 할 기구가 자치위원회라면, 자치위원회는 이미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을 다룰 때 당사자가 진정한 화해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룰 필요가 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동석하에 대화를 주선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친 후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조치를 하는 것이 오히려 당사자들의 진정한 화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징계조치를 하지 않을 권한까지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치위원회에서 학교폭력이라고 판단된 사안에 대해서는 무조건 가해 학생에게 징계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지금처럼 자치위원회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분리하여 시시비비를 따지고,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판단하면 무조건 징계조치를 한 후 생기부에 기재하도록 하면 가해 학생은 반성 대신 방어에 급급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징계조치에 불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과정에서 피해 학생이 진정한 사과를 받을 가능성도 축소된다. 그리고 학교는 사안처리 과정에서 힘겨워하고, 법적 분쟁 과정에서 학생과 대립하는 당사자가 되어 학교와 학생 간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치위원회에 자율권을 부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단위학교에서의 학교폭력 축소 및 은폐 시도에 대해서는 감독청 보고 시스템 강화로 대처하고, 자치위원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경주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가해 학생이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충분한 반성과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 학생이 받은 상처가 온전히 치유되는 프로세스가 안착하기를 갈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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