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동물복지 수업의 3가지 원칙

글. 박하재홍(래퍼, 작가)

서귀포로 향하는 장거리 버스 안에서 버릇처럼 인터넷 뉴스를 검색한다. 검색 키워드는 2개다. ‘동물복지’와 ‘동물보호’. 최신 뉴스를 짧게 요약해 트위터 ‘동물복지 봇’을 업데이트한다. 매일 빼놓지 않는 일 중의 하나가 이 트위터를 발 빠르게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내가 선별하고 정리해서 올리는 내용을 기다리는 구독자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복지’라는 용어를 처음 들은 건 정확히 2001년 12월이었다. 당시 나는 운이 좋게도 RSPCA(영국 왕립 동물 학대 방지협회)에서 주최한 서울 워크숍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영국에서 온 RSPCA 활동가는 우리에게 ‘동물복지’가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동물복지라는 용어를 처음 듣자마자 매우 신기해서 머릿속에 각인됐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용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24살의 나는, 동물해방이라는 책을 읽은 직후 ‘동물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으로 살아보자 다짐하고 육류 섭취를 몽땅 끊은 터였으니까. 동물복지는 좀 비굴하게 타협하는 것 같았고 시시했다. 그 뒤로, 난 ‘동물복지’에는 관심을 끄고 동물권리를 실천하는 거리의 래퍼로 10년을 살았다. 전 지구인이 언젠가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라 상상하면서.

나는 여전히 그런 날을 상상한다. 하지만, 나의 소망이 당장 누군가에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자 한 걸음 물러섰다. 같이 록밴드 활동을 한 드러머의 부모님이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건물주의 횡포로 고생하는 치킨 가게 사장님도 있었다. 더 이상 어디서나 동물권리를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사람들 눈치를 살피며 내가 채식하는 이유를 돌려 말하게 됐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는데 갑자기 우리나라에 즐거운 사건이 터졌다. 제주도 바다에서 납치되어 서울대공원까지 팔려나간 돌고래 ‘제돌이’를 원래 살던 곳으로 조속히 돌려보낸다는 서울시의 발표였다. 동물원과 수족관 시설로는 돌고래에게 적절한 동물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갑자기 동물복지에 대해 잘 알고 싶다는 의욕이 치솟았다. 동물복지에 대한 내용을 발견하는 대로 게걸스럽게 읽어댔다. 동물복지는 인간이 사육하는 동물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하는 분야라서 흥미로웠고, 동물권리를 기반으로 하는 채식주의와 크게 충돌하지도 않았다. 육류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동물복지의 확산은 ‘동물을 보다 윤리적으로 다루고 건강과 환경에 덜 부담을 주는 양질의 고기’를 적당한 가격에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현상일 뿐이다. 동물복지 정책은 육류의 과잉생산을 ‘줄이고’ , 농가의 이득은 ‘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 경기도 성남시가 모란시장의 개 도축 및 유통업소 22곳을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상인들과 협약한 일도 동물복지 확산에서 가능했다.

동물복지는 인간을 위해 살아가거나, 우리가 소비하는 동물에게 베풀어야 할 최소한의 친절을 뜻한다. 사람에 따라 ‘복지’라는 단어가 너무 과하다고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그만큼 사람이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이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철저한 규정과 법의 개입 없이는 더 이상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공장식 축산’이라 불리는 비인도적인 밀집사육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육류업계가 ‘동물복지’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고 신상품을 출시하면 소비자 반응이 좋은 이유다.

대부분 소비자가 동물복지 인증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도 몸에 좋은 식품이라 생각하고 손을 뻗는다. 1마리당 사육 면적이 조금만 더 넉넉하다면 아파트처럼 층층이 쌓아 올린 케이지 농장의 달걀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달걀 정도는 무조건 동물복지 인증 상품을 사는 게 좋다. 동물복지 인증이 없다면 살아 있는 닭들에게 최소한의 친절조차 베풀지 않은 것이니까.

소파 방정환은 1922년 어린이날을 선포하며 어린이에게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라고 당부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가까운 올해, 서울시교육청은 동물복지 교육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드디어 어린이들이 동물을 존중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동물복지는 어때야 할까? 지난 6년 동안 전국의 수많은 학생과 대중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틈틈이 동물복지 이슈를 곁들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동물복지 수업의 3가지 원칙’을 정리해본다.

첫째,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한다. 동물복지를 가르치기 위해선 반드시 동물권리의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동물복지를 설명할 때 동물권리의 관점을 강조하면, 자칫 동물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 비윤리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가령 동물권리는 모든 돼지농장의 종말을 꿈꾸고, 동물복지는 돼지농장의 변화를 희망한다. 많은 학생의 보호자가 동물산업계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고 있으니 주의하자.

둘째, 국내의 좋은 소식을 먼저 알린다. 외국의 사례도 좋지만, 항상 국내의 동물복지 동향을 주시하고 응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의 근대과학자가 동물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할 때, 우리 선조들은 쥐 한 마리조차 함부로 생각하지 않았다. 서구에서 동물보호법이 일찍 등장하고 발전한 이유는 일찍이 끔찍한 동물학대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동물복지의 실현은 서구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가 원래 지녔던 자비로운 마음의 회복이다.

셋째, 최신 기술과 디자인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동물재활공학사’(거동이 불편한 동물을 위해 의수족·휠체어 등을 제작하는 전문가)가 탄생했고, 유기동물보호소 지원을 경영 목적으로 하는 소규모 패션디자인 회사가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동물복지는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실현된다. 축산업계가 실내에서 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으로 질 좋은 고기를 생산하고 판매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패션업계에서는 거위털과 가죽 등을 대체하는 인공보온재와 인조가죽의 활용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진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학생들의 흥미를 끄는 내용이다.

동물에게도 싸움을 피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려는 기질이 있다. 동물이 인간보다 나은 행동으로 감동을 주는 내용의 뉴스는 항상 최고의 ‘좋아요’ 수를 기록하지 않는가. 이런 뉴스를 활용해 학생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말 못하는 동물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면 동물복지 수업은 저절로 인성교육을 겸하게 된다. 만약, 유달리 감동에 인색하고 동물의 행동을 폭력적으로 해석하기 좋아하는 학생이 있다면, 교사들의 세심한 관심과 온정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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