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

사진으로 아름다움을 채우니 내가 더 잘 보이네

인사동 프로젝트

사진이라는 예술과 인문학의 만남을 통해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인사동 프로젝트’.
지난해 오류중학교, 천왕중학교, 가재울중학교의 학생들은 인사동 프로젝트 활동을 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 안팎을 오가며 앵글에 자신을 담았던 학생들은 무엇을 느끼고 배우며 얼마만큼 성장했을까?

글·사진제공. 홍진선(프리랜서 사진가, 사진감성학연구소장)

인문학과 사진의 만남

사진의 진심은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카메라 뷰파인더로 본 아름다움은 그 사람의 마음에 새겨지게 되어 있다. 많은 사람이 사진 찍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 생각된다. 예쁜 꽃을 찍기 위해 꽃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울창한 숲을 촬영하기 위해 그 숲속을 거닐고, 또 친구의 모습을 담기 위해 그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이렇게 사진은 사물을 마주하게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친근하게 지내게 한다. 그래서 사진 속 아름다움의 진심은 삶의 지혜를 깨우치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인사동 프로젝트’는 인문학과 사진을 융합한 동아리 활동이다. 삶의 본질을 인문과 예술적 의미에서 탐색하여 찾아가는 데 그 목적을 둔 활동이다. 단지 사진 찍는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촬영한 사진을 통해 자신과 자기 주변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사물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을 들여다보게 하고, 사람이 자신을 위해 함께하는 것을 들여다보게 하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잠시 멈추어 들여다보는 활동을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표현하게 한다.

‘인사동 프로젝트’는 2010년 전남 완도군의 청산도 섬에 있는 청산중학교의 방과 후 사진 활동에서 기인한다. 당시 전체 학생 수는 37명, 그중 8명이 사진반을 신청하여 자신이 사는 청산도를 카메라와 글로 담아 사진전 <청산도 보다 더 아름답다>를 열었다. 그 이후 학부모도 참여하여 사진전 <파도가 쓴 시를 보라>를 공동으로 열었고, 국회의원회관에서 초대전을 갖기도 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니 학부모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청산 포토 팩토리’ 단체도 구성하고, 상설 전시장도 마련하게 됐다. 매년 청산도 슬로 걷기 축제 때마다 새로운 주제로 사진전을 열고 있다.

삶의 지혜를 깨우치는 과정

“청산 포토 팩토리에서 아름다운 사진을 보면서 영감을 얻어갑니다. 청산중 사진 동아리의 아름다운 도전, 청산도 주민들의 아름다운 사진가의 삶을 알고 갑니다. 사진이 학생과 주민들의 삶을 아름답게 하고, 연결시켜주는 것임을 다시금 알고 갑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이 2016년 청산도에 남긴 글이다. 이 아름다운 인연으로 2017년 오류중학교, 천왕중학교, 가재울중학교에서 ‘인사동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Wee 클래스 전문상담사와 사진가가 연계하여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결과물인 사진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치유 활동인 ‘대안교실’, 사진 예술에 대한 기본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고 DSLR 혹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지역사회의 특정 장소에서 사진 작업 활동을 하며 사진에 담긴 자신의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 ‘사진 동아리 활동’, 간단한 사진 작업 과정을 배워 모둠별 주제 토론·촬영 계획·사진 발표를 통해 자신의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 ‘자유학기 주제 선택 활동’. 이렇게 학교마다 3개의 과정으로 진행했다.

특히 오류중과 가재울중은 대안교실과 사진동아리 중심으로 사진전과 책자 발간을 목표로 하여 여름 방학 때 사진캠프도 진행했다. 오류중은 공주의 공산성과 김구 선생님의 자취를 따라 마곡사에서, 가재울중은 서촌 옛 거리와 서울로 7017 그리고 경복궁에서 활동을 진행했다. 청산도 아이들은 섬이라는 환경을 답답하게 여기고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자 했고, 서울이라는 도시 속 아이들은 쉴 틈 없는 공부 스케줄 때문인지 무언가에 얽매여 있었다. 공교롭게 두 학교는 자연 친화적인 장소와 도심 속 옛 역사의 현장이라는 서로 다른 곳에서 활동이 진행되어 청산도 아이들의 모습과 도시 아이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자연을 사진으로 담다 보면 기대보다 더 멋지게 나오는 것에 놀란다. 오류중학교 아이들 역시 눈으로 본 것보다 더 잘 나온 사진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태양의 뜨거움과 벌레는 싫지만, 강에 비친 아름다운 색깔과 숲속의 시원한 장면은 또다시 담고 싶다고 한다. 도심에서 가재울중 아이들은 과거 역사를 체험하는 즐거움에 빠졌다. 역사를 통해 오늘 자신들의 부끄러움도 알게 되고, 고마움과 존경심을 담기도 했다. 태양은 자연이나 도심을 차별하지 않고 아침과 저녁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아이들 역시 섬이나 도심에서 그 아름다움에 황홀해한다.

물론 사진 예술이 가진 특정한 시간을 일반 수업 시간에 활용할 수 없었으나, 아이들은 이른 아침에 그리고 학원에서 집으로 가면서 하늘에 펼쳐진 빛의 마법에 마음이 끌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촬영한 사진에 ‘나는 누구인가? 사진 속에서 나는 어떻게 보이는가? 사진 속 내게 건넬 말은 무엇인가?’라는 내용으로 글을 쓸 때 “내가 사진반에 온 건지, 글쓰기반에 온 건지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했으나 전시된 사진과 글을 보며 “사진으로 여러 일을 헤쳐나간 것처럼 힘든 일들을 이겨내고 행복할 것”이라고 회상했다.

‘인사동 프로젝트’는 ‘사진 속의 나, 지금의 나’를 주제로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 1층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필름에 한 컷이 담길 때 마음에도 한 컷이 새겨지듯이, 필름 한 컷은 액자에 담고 마음의 한 컷은 글로 새겨 아이들은 사진 속의 자신을 보고 만났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기 감성의 바다에, 저 하늘에, 이 땅 그리고 사람을 감싸 안았다. 사진으로 인해 살아갈 지혜와 능력인 감성도 채워갔다. 앞으로 그들은 거대한 흰수염고래가 깊은 바닷속을 헤치듯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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