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어느 행정실 직원의 방학 단상

글. 임영남(서울원신초등학교 행정실장)

봄 향기를 맡을 새 없이 여름이 다가온 듯하다. 학교의 아이들은 새 학기의 고단함을 떨쳐내고 곧 맞이할 여름방학에 두근두근 마음 설레고 있을 이 시점, 학교 한쪽 작은 사무실에서는 공식적인 학교 휴무 기간을 활용하여 교내 이곳저곳을 고칠 공사 준비로 분주하다.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지장을 줄 수 없으니 미룰 수 있는 시설 공사는 여름방학이 다가온 시점에 설계를 맡기고, 시공업체를 선정하고 공사계약을 맺는 등 일련의 준비를 해야 하기에 여름방학이 마냥 기다려지지만은 않는다.

신록이 푸르르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방학의 교정은 나름 한가롭고 여유 있다. 학생들과 함께 쉴 수 있는 선생님들과 달리 학교 행정실 직원은 매일매일 출근도장을 찍어야 하지만 그래도 분초를 다투는 시급한 업무가 없어 나름대로 방학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두두두두’ , ‘타칵타칵’ 교정을 울려대는 공사 소음과 공사 인부들이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 중국 출신 인부들의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 소리로 어느새 교정 분위기는 공사장으로 변한다.

요즘 들어 일선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공사가 꽤 많아진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교육환경 개선, 무척 중요하다. 학생 교육활동 공간인 학교는무엇보다 시설 면에서 안전한 곳이어야 하고, 그 사각지대에 놓여서는 안 되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때로는 안전보다 학교 미관 개선, 보여주기식 공사가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안전이 중요한 만큼 위생적이고 쾌적한 공간 만들기 역시 놓칠 수 없는 것이 그 이유가 됨직하다.

다만, 시설 공사는 예산이 무척 많이 든다. 달리 표현하면 가성비가 좀 낮다. 공사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원가계산서를 살펴보면 인건비 비중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굴착기 등 기계 장비를 써야 하는 공사는 장비 대여료가 포함되고 그에 따른 기타 경비가 일괄 상승하여 공사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생들을 위해 쓰이는 교육활동 경비는 어떤가. 정성 들여 만든 교육 콘텐츠, 프로그램 하나에 선생님들의 ‘역량’과 참여하는 학생들의 ‘열정’이 보태진다면 그 비용 대비 효과는 상상 이상이지 않을까. 학교는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키워주고, 사회 일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며, 그 안에서 주체는 당연히 학생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느낀 바로는 학생들은 화단 조경 공사보다는 화장실에 걸려 있는 두툼한 휴지 하나에 만족하고, 수학여행 장기자랑, 학교축제 준비에 설레고 행복해하며, 급식에 나오는 맛있는 반찬 하나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또한 지역별, 학교급별로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직 학교생활에 필요한 경비를 납부하지 못한 학생이 적지 않다. 또 미납자에게 경비 납부를 독촉해야 하는 행정실 직원의 숨은 노고와 생활고 때문에 경비를 납부할 수 없는 학부모님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여전히 많다. 이렇듯 학생들의 교육활동과 직접 연관된 예산의 비중을 높이고, 학생들의 지적 욕구와 학교생활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예산 등을 증액하는 것도 어쩌면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목적에 가장 진정성 있고 튼튼한 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여름방학, 요란한 공사 소음이 아니라 알차게 짠 방학맞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창연한 웃음소리가 가득한 교정을 잠시 꿈꾸며, 부족한 글을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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