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도란도란, 너희들에게 말을 걸다

글. 민윤경(서울신도림초등학교 사서교사)

“얘들아, 오늘은 글 좀 써봤니?” , “진이야, 글을 한 쪽 더 써오면 좋겠구나” , “해인아, 주제에 어울리는 사진을 찍어오면 어떨까?” 오늘도 아이들의 글쓰기 공책을 거두면서 안부를 물으며 수업을 시작한다.

사서교사로 11년을 근무하며 다양한 활동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도서관에 대한 수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아이들과 교감이나 독서활동에 목이 말라 있었다. 그래서 에세이 글을 써서 책으로 출판까지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도란도란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으로 ‘도란도란’이라는 이름을 붙인 독서 동아리에 5학년 여학생 12명이 모였다.

글쓰기를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첫 순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해지자. 선생님도 사서교사로 재직하며 많은 도서관 이야기를 흘려버리지 않고 솔직하게 쓰고 있어. 너희들도 자기 이야기를 일기처럼 솔직하게 써보는 건 어떨까?” 아이들은 주저했다. “너무 어려워요.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맞아, 선생님도 그랬어. 글 쓰는 건 쉽지 않은 거야. 그래서 작가들도 한 문장, 한 단어에 고민도 많이 하고 여러 번 고쳐서 책을 내거든. 우리 조금이라도 써보자.” 어른들도 힘들어 하는 글쓰기이니 아이들이 접근하기 얼마나 난해하고 어려울지 이해가 됐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마음 열기를 시작했다. 동아리 아이들과 서로 터놓고 이야기도 했다. 글을 써야 할 시간인 6교시쯤 되면 아이들이 수업으로 많이 지쳐 있기에 제일 좋아하는 유행곡도 틀어주었다. 도서관에서 조금 벗어나 아이들과 식물 사진도 찍고 책에 넣을 사진 몇 장을 남겼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며 웃고 있는 사진, 책을 읽고 있는 모습 등을 담았다. 그런 다음 쓰기 활동을 시작했다.

“자, 오늘은 첫날이니 너희들의 소개를 들어보자. 좋아하는 친구, 음식, 연예인도 좋아. 가족도 소개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너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써보면 좋겠어.” 학생들은 글쓰기 공책 한 권을 마련하여 매주 목요일 동아리 활동 시간에 주제별로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글 말고 말하듯이 친구에게 하는 것처럼 솔직하게 쓰자. 어른들을 흉내 내는 말투보다 너희들이 쓰는 어휘를 사용하면 좋아.” 힘들지만 꾸준하게 글을 쓰는 아이들을 격려했다.

글쓰기를 지도해보니 길게 쓰지 못하겠다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 글의 내용보다 양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이다. 시를 예로 보여주며 짧은 한 토막의 글이라도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이면 괜찮다고 토닥여줬다. 3월은 나의 이야기, 4월은 과학스팀축제, 5월은 가족, 6월은 동네탐방, 7·8월은 여름방학 이야기 등 월별로 큰 틀의 주제를 정해주고 자유 글쓰기와 사진 찍기를 진행해나갔다. 아이들은 사진과 글에 마음을 담고 나타냈다. J 이야기, M 이야기라고 이름을 붙여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지면을 할애해줬다. 아파트에 정전이 돼서 동생과 경험했던 기억, 강아지 카페에 간 일 등 일상생활에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한두 쪽씩 글을 쓰게 했다. 기본적인 띄어쓰기와 불명확한 단어를 고쳐주는 일 외에는 아이들의 언어를 고치지 않았다. 그게 진짜 아이들 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말에 우리들만의 책이 나왔다. 일 년간의 글쓰기를 보상받는 날이기도 했다. 따끈따끈한 책을 아이들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ISBN이 등록된 우리들만의 책을 함께 만들어서 너무 좋다. 초등학교 사서교사로서 버거운 일이 있거나 힘든 일들로 지칠 때도 있지만, 아이들과의 이런 경험이 나에게도 많은 회복이 됐다. 얘들아, 앞으로도 지금처럼 글을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