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자유학기제를 넘어 자유학년제로

삶이 있는 배움에서 꿈을 찾다

자유학기제 진단 좌담회

자유학기제가 우리 교육에 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순풍’일까 ‘역풍’일까? 학교 현장에서 자유학기제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이를 정책적·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담당 장학사가 한자리에서 만나 자유학기제의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위한 제안을 했다.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인한 교육 현장의 변화를 교육 구성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어본다.

정리. 변춘희(시민기자단) / 사진. 김동율

교육과정의 변화를 이끈 기폭제

변춘희 반갑습니다. 태풍 솔릭 때문에 오늘 휴교한 학교가 많은데, 다행히 태풍이 약화되어 좌담회를 무사히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올해로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3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자유학기제 운영으로 인한 학교와 교육의 변화와 정책적·행정적으로 필요한 과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이전에 자유학기제 희망학교부터 참여하신 선생님 세 분과 학생 두 분, 교육청 담당 장학사님을 모셨습니다. 먼저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성희 서울시교육청에서 2016년부터 자유학기제 업무를 맡고 있는 최성희 장학사입니다. 자유학기제는 17개 시도마다 그 모습이 다 달라요. 서울에서도 한 학년이 50명인 학교부터 500명인 학교까지 다양한 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하고 있는데, 교육이 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교육의 다양성을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입학전형은 교육감이 정하는데 서울은 중학교 1학년 성적을 고등학교 입시에 반영하지 않아서 시험을 없애고 자유학기제를 운영할 수 있어요. 자유학기제를 통해 교육과정 재구성이 이루어지고 교과 간 융합, 학생참여형 수업 확산, 수업방법 및 평가방법이 개선되고 있어요.

정애숙 중화중학교 교무부장을 맡고 있고, 자유학기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으로 자유학기제를 지원하고 있어요. 2015년 자유학기제 희망학교를 하면서 총괄업무를 맡았고, 지금은 자유학기제 TF팀에서 교육과정 분야를 맡고 있어요. 자유학기제 현장지원단에서 컨설팅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조현진 목원중학교 3학년입니다. 저는 문화예술 기획자가 되고 싶은데, 중학교 1학년 때 자유학기제 홍보대사를 하면서 기획하고 홍보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클래식 공연 같은 걸 많이 다녀서 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수학이나 과학, 음악을 접목한 문화예술 기획을 해보고 싶어요.

자유학기제를 통해 교육과정 재구성이 이루어지고 교과 간 융합, 학생참여형 수업 확산, 수업방법 및 평가방법이 개선되고 있어요. 학교의 규모나 여건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제는 교육의 다양성을 봐야 할 때입니다. - 최성희

구본희 관악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2014년과 2015년에 자유학기제 희망학교를 했고 지금은 자유학년제를 담당하고 있어요. 교과 연계 수업을 많이 하는데 제가 마을에 관심이 많아서 국어, 도덕, 역사, 미술, 사회과와 함께 마을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정동욱 문래중학교에서 2014년부터 5년 동안 자유학기제를 담당하고 있어요. 자유학기제 희망학교부터 시작해서 올해는 자유학년제와 연계학기제를 하고 있습니다.

유기태 문래중학교 1학년입니다. 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변춘희 자유학기제가 전면시행 3년째를 맞이하여 학부모와 시민들에게 용어는 많이 익숙해졌지만, 개념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유학기제가 무엇인지 어떤 취지로 시행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또 자유학년제와 연계학기제도 시행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이것도 같이 설명해주세요.

최성희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1학년 1학기 혹은 2학기, 2학년 1학기 중에 한 학기를 선택해서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 시수를 조정하여 자유학기 활동을 170시간 이상 운영하는 걸 말합니다. 주제선택 활동, 예술선택 활동,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네 가지 분야를 균형 있게 학교가 운영하고 있어요. 이런 활동을 한 학년 동안 연간 221시간 정도를 하는 걸 자유학년제라고 하고요. 연계학기는 자유학기 경험 이후 다음 학기에 51시간 정도 자유학기 활동을 하는 걸 말합니다. 자유학기제와 학년제는 평가를 지필평가 대신 서술형으로 정성평가를 하는데 연계학기에는 지필평가 및 수행평가를 모두 실시하다보니 학부모님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실 거예요.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에게 교육과정 선택권을 제공해요. 학생들의 희망에 기초하여 주제선택 활동과 예술체육 활동 과목을 개설하거든요. 지금까지는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이 없었잖아요. 교사들은 자기 교과가 아닌 평생 해보지 않은 것을 직접 운영하거나 외부 강사 초빙 등으로 진행해야 하니까 어려움이 많아요.

자유학기제 이전에는 교과서 대신 성취 기준에 해당하는 다른 자료로 수업을 하는 방식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았어요. 자유학기제를 시작하고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다른 교재로 수업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됐어요. - 구본희

변춘희 학생들은 듣기만 하는 수업보다 현장에 나가거나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수업을 좋아할 것 같아요. 자유학기제에 참여한 소감을 좀 말해주세요. 학생과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달라진 교육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조현진 1학년 때는 자유학기제라 진로탐색 활동을 하면서 마음 편하게 학교 생활을 했어요. 2, 3학년이 되면 시험을 4번이나 봐야 하고,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수행평가도 챙겨야 하니까 진로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없어요. 1학년부터 2, 3학년과 같은 교육을 하면 힘들어서 지쳐버렸을 거예요.

유기태 저는 자유학기제 경험밖에 없는데 일단 중학교가 초등학교와 다른 점은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어요. 그리고 교실에 선생님이 없어요. 선생님이 없으니까 마음이 편해서 좋지만, 나쁜 점은 선생님이 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몰라요. 학교 생활 중에는 동아리 활동이 재밌어요. 과학탐구동아리를 하는데 초등학교 때는 실험보다는 이론 공부를 많이 했지만, 중학교에서는 도구를 이용해서 다양한 실험을 해요. 한 번에 3시간을 연결해서 길게 하니까 좋아요.

정애숙 저희는 2015년부터 자유학기제를 시작했는데 진로 집중을 조금 벗어나 수업방법 개선에 중심을 두고 했어요. 네 번의 중간·기말 시험 부담을 없애고, 수업을 학생참여형으로 바꾸고, 평가과정을 서술식으로 바꾸는 등 수업을 개선하면서 ‘공부하는 힘을 길러주는 학기’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어요. 시험이 없다는 것은 지필평가를 안 보는 거지 평가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거든요.

자유학기제에서 하는 것이 교육과정과 별개가 아니라 교육과정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자유학기제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좀 더 활성화하는 거죠. 교육은 다수결에 의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방향을 정해놓고 설득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정애숙

정동욱 자유학기제와 학년제가 대단히 획기적인 건 아니에요. 키워드로 나와 있는 교과 간 융합과 교과 통합 같은 교육과정 재구성, 그리고 학생참여형 수업으로 개선하고 체험 활동을 통해서 진로를 고민하게 하는 건 교육과정에서 원래 하게 되어 있는 거예요. 이걸 시험을 없애고 하는 이유는 이런 교육을 가로막는 것이 치열한 시험제도이기 때문이죠. 시험이 없으니까 불안해하는 학부모님들이 계시는데 학생들이 교실에서 어떻게 수업을 듣는지, 5분 이상 앉아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교사의 수업내용을 따라오면서 자기 생각을 덧붙이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세요. 학생들에게 쉼과 몰입이 필요해요.

변춘희 예전에도 이런 시도를 했는데 자유학기제가 기폭제가 된 거군요. 교과 간의 융합이라든가 통합, 학생참여형 수업을 더 많이 시도해보는 계기가 됐군요. 3시간이나 하는 실험수업이 재밌다니 수업을 길게 한다고 힘든 게 아니네요. 3시간 동안 한 가지 수업을 하는 건 교육과정 재구성으로 가능할 것 같은데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좀 들려주세요.

정애숙 자유학기 교육과정을 위해 교과수업 시수를 조정하거든요. 예를 들어 국어교과는 1주일에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조정이 되니까 성취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기존의 수업을 재구성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수학을 가르치는데 수학은 순서를 바꿀 일도 없고 교과서가 교육과정이려니 생각했는데 자유학기제를 계기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시작했죠. 많은 교사에게 자유학기제가 교육과정 재구성과 융합·통합을 시도하는 계기가 되고 있어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거죠.

구본희 저는 자유학기제 전에도 교과서를 아예 안 썼어요. 성취 기준에 해당하는 다른 자료를 찾아와서 수업을 했는데 자유학기제 전에는 이런 방식을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았죠. 자유학기제를 시작하고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다른 교재로 수업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됐어요.

1학년 때는 자유학기제라 진로탐색 활동을 하면서 마음 편하게 학교생활을 했어요. 2, 3학년이 되면서는 시험도 4번이나 봐야 하고, 진로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없어요. 1학년부터 2, 3학년과 같은 교육을 하면 힘들어서 지쳐버렸을 거예요. - 조현진

즐겁게 배우고 쉼이 있는 학교

변춘희 자유학기활동 170시간 동안에는 어떤 수업을 하나요?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수업은 어떤 것이 있나요?

조현진 소설과 문학을 연결하는 수업과 영화 제작 수업이 좋았어요. 제작한 영화를 학교에서 상영해서 친구들과 같이 봤어요. 동아리 활동은 오케스트라와 자율동아리로 영어토론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유기태 학교 근처에 텃밭이 있는데 거기서 재배한 농작물로 전을 만들어 먹었어요. 예술체험 활동으로는 배드민턴을 하고 있고요. 두 시간 동안 배드민턴을 치고 나면 힘들어서 학원을 못 갈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1학기 예술 활동으로는 난타를 했는데 같이 하는 학생들이 잘 못해서 공연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정애숙 요리 활동, 스마트폰으로 애플리케이션 만들기, 영화 수업, 토론 같은 게 인기 가 있어요. 주제선택 활동은 두 시간 연강인데 좋아하는 공부를 두 시간 연속으로 집중 해서 하니까 학생들이 좋아해요. 저희 학교 어떤 선생님은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처음 8회(16차시)까지는 서울에서 가고 싶은 곳을 조사하여 발표하고 투표로 가고 싶은 곳을 정해서 인사동을 다녀오더라구요. 다음 8회에는 경기도와 강원도로 넓혀서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여행계획을 세워 발표하고 투표해서 주말에 선생님 세 분과 함께 다녀왔어요.

정동욱 주제선택 활동이랑 예술체육 활동에서 마을과 연계를 굉장히 많이 해요. 연계학기까지 해서 36개 과목을 개설했는데 이 중에 학교 교사 단독으로 하는 과목이 하나도 없어요. 저는 농사를 지었는데 잠깐씩 다녀가신 분까지 하면 세 분의 외부교사와 함께 했어요. 아이들과 수확해서 전을 한번 부쳐 먹으려면 온 마을이 동원되어야 하거든요.

구본희 저는 국어 교사인데 학생들이 과학시간이나 사회시간에 뭘 배우는지 잘 모르잖아요. 초기에는 다른 과목 교과서를 보고 이런 걸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면서 융합 수업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엑셀’로 교과 내용을 공유하고 있어요. 1학년을 맡다가 3학년을 가르치게 됐는데 융합 수업에 한번 맛을 들이니까 함께 3학년을 가르치게 된 역사 선생님과 융합 수업을 시도하게 되더라고요. 저희는 경험이 있는 교사잖아요. 시대와 문학이라는 6개월짜리 프로젝트로 역사시간에 배운 시대와 관련해서 문학작품으로 시대를 해석하는 수업을 진행했어요. 자유학기제에서 경험한 선생님들이 다른 학년을 맡아서 시험이 있어도 이런 시도를 자꾸 해보시더라고요.

학교생활 중에는 동아리 활동이 재밌어요. 과학탐구동아리를 하는데 초등학생 때는 실험보다는 이론 공부를 많이 했지만, 중학교에서는 도구를 이용해서 다양한 실험을 해요. 한 번에 3시간을 연결해서 길게 하니까 좋아요. - 유기태

변춘희 자유학기제 운영에 선생님들이 헌신적인 열정을 쏟고 계시는군요. 자유학기제를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정책적 혹은 행정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나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제안해주세요.

구본희 교사들에게 본질적인 것 이외의 작업이 너무 많아요. 7월부터 지금까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NEIS)’에 데이터를 입력하느라 다른 일을 못하고 있는데, 나이스를 복잡하게 만들어놓은 건 교사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교사를 믿고 업무 간소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또, 교육을 위한 환경 지원도 필요해요. 학교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이 학교의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어서 개인적으로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학생들만 수업을 들을 수 있어요.

정동욱 교사를 더 뽑아서 수업 시수를 줄이거나 행정업무 담당자를 늘려서 행정업무를 줄여야 합니다. 쉼이 있어야 창의적으로 되거든요. 다른 하나는 지금 경쟁이 심해서 문제라고 하는 의견과 경쟁을 더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 두 가지가 교육에 섞여 있어요. 어느 쪽으로든 사회적 합의를 해서 결론이 나야 교육이 일관성을 가질 수 있어요. 배제와 선발을 전제로 한 공정함에서 벗어나야 하고요.

정애숙 자유학기제에서 하는 것이 교육과정과 별개가 아니라 교육과정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자유학기제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좀 더 활성화하는 거죠. 교육은 다수결에 의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방향을 정해놓고 설득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니까 학교의 변화를 믿고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조현진 한 학기만 자유학기제를 하는 건 너무 짧다고 생각했는데 자유학년제를 한다고 하니 반가워요. 직접 기획하고 찾아가서 했던 활동들이 기억에 남아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변춘희 자유학기제가 교육의 변화를 거세게 몰고 있군요. 자유학년제와 연계학기제가 희망운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시도가 배움의 기쁨을 알고 행복한 교육을 여는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시험이 없으니까 불안해하는 학부모님들이 계시는데 학생들이 교실에서 어떻게 수업을 듣는지, 교사의 수업내용을 따라오면서 자기 생각을 덧붙이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세요. 학생들에게 쉼과 몰입이 필요해요. - 정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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