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나 자신을 돌아보는 생활 속의 인권

효문고등학교의 인권동아리

학교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일상의 작은 행동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권도 그렇다. 효문고등학교의 인권동아리 ‘효문 앰네스티’는 학생들이 일상에서의 자기반성을 통해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인권의식을 함양하고 있다.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생활 속 인권존중을 실천하는 효문고 인권동아리를 소개한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 사진제공. 효문고등학교

자신을 돌아보고 다름을 인정하는 기회

최근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많은 이들이 관심 갖기 시작한 이슈, 인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권리, 인권은 어디에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동안 그 중요성에 비해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인권이라는 개념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인권은 추상적이고 거창한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생활 그 자체다. 나의 말과 행동을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 한번쯤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도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된다. 인권 문제는 특정한 개인에게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모두가 마땅히 알고 인식해야 하는 우리의 문제가 바로 인권이다.

효문고등학교(교장 김진호)의 인권동아리 ‘효문 앰네스티’는 학생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권에 대해 배우고 인식하면서 인권 존중을 실천해나가고 있다. 동아리의 이름은 전 세계의 인권 문제를 다루고 인권 침해 중단에 앞장서는 국제기구인 ‘국제 앰네스티’에서 따왔다. 효문 앰네스티는 학교와 마을의 인권 문제를 다룬다. 학생들은 일상의 영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생활 속 인권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마을의 다문화가정센터나 아동센터 등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인권에 대해 알리는 ‘인권 나눔’ 활동을 한다. 효문 앰네스티는 학생 동아리라고 해서 학생인권만을 다루지 않는다. 학생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 다양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효문 앰네스티의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김유진 선생님은 동아리 활동의 의의를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라고 설명한다. 진정한 평화로운 학교는 갈등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고 침묵하는 곳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주장하고, 그 권리가 보장되는 곳이라는 것이다.

“학교라는 공간에 인권감수성이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창한 게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돌이켜보고 어떻게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지 고민하는 거죠. 일상생활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다름을 인정하는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인권감수성

효문고의 복도 한쪽 편에는 작은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 작은 소녀상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진행한 ‘작은 소녀상 건립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 세워진 것이다. 효문 앰네스티는 작은 소녀상 건립을 위해 여론을 모으고 취지를 알리며 모금 활동을 진행하는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학생들은 작은 소녀상 건립을 올바른 역사 인식뿐만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도 접근했다. 전쟁범죄와 전쟁 중 여성이 겪은 인권 침해를 기억하고, 앞으로 이러한 일이 없길 바란다는 의미로 캠페인을 진행하며 인권 문제로 접근하는 작은 소녀상 건립 취지를 알렸다. 효문 앰네스티 학생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작은 소녀상 건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한 동아리의 활동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공감하는 학교 전체의 활동으로 확대됐다. 특히, 학교 차원에서 작은 소녀상 건립위원회를 발족하여 더욱 많은 학생이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댄스 동아리는 제막식에서 직접 창작 안무를 만들어 축하공연을 열었다.

효문 앰네스티의 활동은 학교 내 인권감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일들도 인권의 눈으로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인권을 떠올린다. 특히 다양한 캠페인과 ‘인권 나눔’을 통해서 동아리의 틀을 벗어나 학교와 지역사회까지도 인권감수성을 깨우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효문 앰네스티는 단순히 인권을 재미로 배우는 동아리가 아니다. 인권을 재밌게 배우되, 자신의 인권과 타인의 인권을 소리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진지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되돌아보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학생들과 학교. 학생 한 명 한 명이 마치 ‘인권 운동가’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주변의 인권 문제에 앞장서 변화를 끌어내는 이곳, 효문고야말로 진정 평화로운 학교가 아닐까. 효문 앰네스티의 활동은 누구 하나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학교, 나아가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3학년 김민주 학생

지난해 효문 앰네스티의 부장으로서 인권 관련 캠페인과 함께 작은 소녀상 건립 활동을 경험했던 김민주 학생은 이를 통해 역사 선생님의 꿈을 꾸게 됐다. 또한 막연하게 시작했던 동아리 활동은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동아리에 막 들어왔을 때만 해도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고, 크게 관심이 있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활동을 하면서 인권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갈수록 더 넓은 시각을 갖출 수 있었어요. 누구나 다 차별받을 수 있고, 각자에게 주어진 권리를 지키고 누리기 위해서는 한 개인뿐만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3학년이 된 현재는 예전만큼 동아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못하지만, 효문 앰네스티와 동아리원들을 생각하는 각별한 마음은 누구 못지 않다. 자신부터가 인권동아리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고, 후배들 또한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일 테다.

“동아리에서 강의를 듣거나 친구들과 인권 관련 책을 읽고 토론을 하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인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공부한 적도 많았어요. 후배들도 그저 동아리 활동 시간에만 와서 활동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인권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하나라도 더 깨닫고 알아가는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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