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처벌보다 친절한 안내부터

글. 송형호(천호중학교 교사)

1994년 ○○여중으로 발령받아 교직에서 처음으로 생활지도부 사안 담당을 맡게 됐다. 당시는 이른바 ‘일진’이라는 폭력서클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리던 시절이었고, 이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사안 조사를 거듭할수록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개념이 없어서 일으키는 사안이 90% 이상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한번은 2학년 여학생들이 신고식을 한다며 신입생을 화장실에 불러놓고 그중 한 2학년 학생이 1학년 학생들 따귀를 때려 고막을 손상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가해 학생의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백만 원이 드는 치료비를 낼 수 없어서 화장실에 함께 있던 2학생 학생의 학부모님들께 부탁을 드렸다. 그런데 정작 반성을 해야 할 당사자인 2학년 학생들은 당돌하게도 생활지도부에 와서 자신들은 때리지도 않았는데 왜 치료비를 내느냐고 따졌다. 어이가 없었지만 다시 경찰서 여청계장님께 여쭤보니 “밀폐된 공간에서 묵시적으로 가담한 행위에 해당하여 상대방에게 공포심으로 저항할 의지를 포기케 한 집단폭행이 되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는 명쾌한 해설을 보내줬다.

사건 이후 학교폭력 설문조사지에 ‘싸움이 벌어져 때리는 학생 옆에서 팔짱을 끼고 구경했다면 범죄가 될까?’라는 OX 퀴즈를 추가했다. 이렇게 하나씩 퀴즈 형식으로 모으기 시작해 어느덧 수십 개에 이르게 됐고, 이런 생활교육 방식이 입소문이 나서 모 중학교에서 교사 연수 요청을 받았다. 연수에서 선생님 한 분이 자신의 아내가 경찰서 여청계장으로 재직 중이라 청소년 법률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법률 자문을 받아 전문화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 여청계장님과 통화 후 메일로 문항을 보내드렸더니 그분이 무려 A4 네 쪽 분량으로 문항마다 상세한 법률 해설을 해주셨다.

담임을 맡았을 때는 아무리 바쁜 3월 초라도 시간을 쪼개 그 내용을 가지고 퀴즈 수업을 하려고 노력했고 이를 아이들에게 알려줬더니 사안이 놀랍게 줄어들었다. 그 후 면목고 생활지도부장 때에는 창의재량 수업 시간에 골든벨 대회로 공개수업을 하기도 했고, 천호중에 와서는 3월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육했다.

필자가 개설한 ‘돌봄치유교실’ 온라인 카페에서 ‘학교폭력예방퀴즈’로 검색하면 5회에 걸쳐 생활법 교육 문항과 해설, 강의 영상 등이 탑재되어 있다. 급별, 학년별로 다양한 사례가 있으니 알맞은 내용을 골라 교육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사안 발생 후 뒤치다꺼리에 급급한 옹색한 생활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안전하게 생활하게 하는 생활법 교육으로 자연스레 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처벌이 회복과 성찰의 수단으로 잘 설계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에 앞서 자신들 행동의 결과를 아는 것은 처벌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먼저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 코미디 프로그램 코너처럼 구호로 칼럼을 맺고자 한다. ‘개념 없다 한탄 말고 자나 깨나 개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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