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처음 “안녕”의 마음으로

글. 조미숙(휘봉고등학교 상담교사)

2015년 3월 2일, 설렘과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처음 학교에 출근했다. 첫 출근 한 주 전에 다녀온 전문상담교사 신규 연수에서 “학기 초에는 학생들이 Wee클래스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라포를 쌓아야 해서 아이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으니 열심히 홍보해야 한다”는 강사선생님의 말에 사실 살짝 안심되기도 했다. 상담교사지만 상담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하고 걱정이 되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천천히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것이다.

처음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책상을 정리하고 뭘 해야 하나 두리번거리던 중에 ‘푸우’ 같은 인상의 덩치 큰 남학생이 Wee클래스 문을 활짝 열었다. 당황하지 않은 척하려 웃으며 “안녕, 선생님은 이번에 처음으로 이 학교에 발령받은 상담선생님이야. 만나서 반가워!”라며 인사를 건넸다. 둥이는 “엇, 선생님이 바뀌셨어요? 학교 잘 다녀서 졸업하면 전에 상담선생님이 담배 한 갑 선물로 주신다고 하셨는데…”라며 당황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교 교칙이 흡연 5회 적발 시 퇴학인데, 둥이는 이미 2학년 때까지 흡연 4회에다가 출결에 어려움도 있어 학교 다니기가 위태위태한 친구였던 것이다.

담임선생님도 이미 둥이가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걸 알고 계셔서 상담에 호의적이었다. 둥이가 착하고 순한 학생이지만, 충동 조절에 어려움이 있고 친구 관계가 좋지 않아 상담을 통해 학교를 잘 졸업하길 간절히 원하셨던 것이다. 둥이는 정도 많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라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행동이 느린 학생으로 소외되는 모습이 많았다. 그래서 거의 매일같이 Wee클래스에서 둥이를 만났다. 학교에 잘 왔다는 생존 신고와 비슷했다.

둥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화가 났던 일들과 학교 밖에서 방황했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이야기해줬다. 처음에는 ‘어떻게 중간에서 중재하거나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상담시간에 오롯이 그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또한 상담시간이 끝난 뒤에 더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몇 번을 만나면서 느낀 건 둥이가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이 아닌 본인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야기하고 싶어 항상 나를 만나러 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고 난 뒤에는 ‘어떤 도움을 줘야 하지?’라는 생각보다는 둥이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됐다.

2학기 때는 “쌤, 새싹이가 상담이 더 시급한 거 같아요. 새싹이랑도 상담해주세요!”라며 본인처럼 학교에서 적응을 잘 못하고 밖에서 헤매는 다른 친구까지 Wee클래스로 데리고 왔다. 이름이 익숙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학교에 적응을 잘 못해서 담임선생님도 걱정하던 친구였다. 새싹이도 둥이와 함께 Wee클래스에 오니 조금은 안심이 됐던 것 같다. 그해 두 친구 모두 무사히 졸업장을 받았다. 둥이에게는 담배보다는 유익할 것 같은 선물을 생각하다가 아르바이트하느라 튼 손이 떠올라 핸드크림과 짧은 편지를 졸업식 때 줬다. 그때 밝게 웃으며 인사하던 둥이가 눈앞에 선하다.

교직생활 첫해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까요?”라는 나의 질문에 “처음이 가장 열심히 할 때야”라고 대답해준 선배 선생님의 말씀이 자꾸 생각난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내가 올해 실수한 것을 기억해서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학교에 발을 디딘 첫해가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지냈던 때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순수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아이들과 “안녕”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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