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교복도 개성 넘치고 편안하면 안 되나요?

성장기를 함께하는 교복 이야기

매일 아침이면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며 학부모는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6년 동안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함께하는 교복, 그리고 교복 착용에 따른 규칙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정서적 영향을 끼칠까? 남녀 중고등학생의 학부모들이 만나 교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전은영(<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신병철 / 사진. 김동율

꼭 교복을 입어야 하나요?

전은영 아마 어제 혹은 오늘도 아이들의 교복을 다림질하거나 세탁한 학부모님이 계실 텐데요. 이번 학부모들의 수다에서는 남녀 중고등학생의 부모님들과 교복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학창시절에 교복을 입었었나요? 그리고 교복을 입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윤주 저는 중학교에 입학할 때 교복이 없어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교복이 생겨서 학창시절에 한 번도 교복을 입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한 번쯤은 교복을 입어보고 싶다는, 교복에 대한 로망이 있긴 해요. 하지만 꼭 교복을 입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어요. 왜 아이들이 똑같은 옷을 입어야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박경연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교복을 입었던 교복세대예요. 6년 동안 교복을 입고 다녔는데, 교복을 입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에요. 오늘은 뭘 입어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 바쁜 아침에 시간 소비를 줄일 수 있기도 하고요. 또 교복을 입으면 스스로 자신이 컸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니가 중학생이 돼서 교복을 입은 걸 보고 중학생과 초등학생 사이의 일종의 신분의 차이를 느꼈어요. 저도 교복을 입게 됐을 때는 마치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요즘에는 아이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걸 보면서 ‘아, 이제 아이가 이만큼 자랐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은영 저도 교복을 입지 않은 세대인데요.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는 획일적으로 복장을 통일하는 것에 대해 걱정스러웠어요. 그런데 큰아이가 교복을 입고는 “아빠 양복을 입은 것 같아” 하면서 재미있어하더라고요. 초등학생 때에는 접하지 않은 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긴장과 설렘이 있는 것 같았어요. 빈부격차 노출을 줄이고 옷에 대한 고민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인 것 같아요. 하지만 교복을 입는 이유가 통일성 때문이라거나 통제의 수단 혹은 ‘학생이니까!’라는 관습적인 이유라면 동의가 잘 안 돼요.

임지연 저도 마찬가지로 교복을 한 번도 안 입어 봤어요. 교복을 입지 않았던 학창시절에 어떻게 생활했었는지 돌이켜보면, 하교 후에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 옷을 사러 다녔던 기억이 나요. 당시 여고생들에게는 그게 하나의 놀이문화이기도 했어요. 저는 미술을 전공했었는데, 친구들과 옷을 사러 돌아다니며 색상의 조합 같을 걸 생각해보면서 색을 보는 안목이 높아지기도 했고, 그런 과정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줬어요. 저는 아이들이 생활하기 편한 교복이라면, 교복을 입는 것에 찬성해요. 교복이 없다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빈부의 격차를 느끼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통일성을 원한다면 지금처럼 꼭 재킷에 셔츠, 조끼가 아니어도 티셔츠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교복은 교복일 뿐이지 그걸로 아이들의 행동이나 생활을 제약하고 틀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임지연

다양한 체형과 교육활동을 품는 교복

전은영 교복의 외형을 살펴보면 시대와 유행에 따라 조금씩 디자인에 변화는 있었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몇십 년간 변함이 없었어요. 예를 들면 남학생은 정장 스타일의 재킷, 바지, 셔츠, 조끼를 입고, 여학생 교복은 허리 길이의 상의, 치마 형태인 거죠.

이윤주 저는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 둘을 두고 있는데요. 둘 다 바지를 입고 싶어 했어요. 큰아이는 여학생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중학교에 다니기도 했고요. 그래서 두 아이 모두 교복 바지가 있고, 본인이 선택해서 입고 다녀요. 그런데 여학생들은 대부분 치마를 입어요. 전교에 바지를 입은 여학생이 한 학년에 두세 명 정도밖에 안 되니까 자연스럽게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이죠. 그러면 바지를 입고 싶어도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입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교복의 형태가 더 다양해지고 아이들이 취향껏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든 아이가 똑같은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치마를 입고 싶은 아이는 치마를, 바지를 입고 싶은 아이는 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정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해요. 또 남학생은 하얀색 셔츠, 여학생은 분홍색 블라우스, 이렇게 일방적으로 나누어져 있는 학교도 있는데요. 그러한 색깔 구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한 번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경연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남학생, 여학생 모두 같은 색의 셔츠를 입어요. 재킷 대신 후드집업을 입기도 하고요. 여학생들도 바지를 선택할 수는 있는데, 실제로 바지를 입는 여학생의 수가 적은 건 마찬가지예요. 지난겨울에 한번은 아이에게 추우니까 바지를 입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싫다고 하더라고요. 디자인이 예쁘지 않아서 ‘아빠 바지’를 입는 것 같대요.

전은영 맞아요. 여학생이 입는 바지를 여성용으로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남학생이 입는 바지를 그대로 준다고 하더라고요. 체형과 맞지 않으니 불편하죠.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상의는 치마에 맞춰 디자인된 상태에서 바지를 입게 되니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수요가 많지 않으니 교복 제작사는 구색을 갖추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도 하더라고요. 일상에서 바지 입은 여학생, 바지 정장을 입은 여성은 자연스러운데 유달리 바지 교복을 입은 여학생은 부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학생의 바지 교복을 금지하고, 여학생이 입기 편한 교복 바지 만들기에 소홀했던,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고정관념 같아요. 여학생이 교복을 바지로 선택할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아요. 여학생 교복을 만들 때 바지에도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민하고 여학생이 입기 편한 바지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임지연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아이는 동복에 넥타이를 매는데요. 셔츠 단추를 목까지 잠그고 거기에 넥타이까지 매면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고 하는데, 꼭 넥타이를 매야 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 중학생 때만 해도 아이들이 통제나 규제에서 빠져나가보려고도 하는데요. 아무래도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입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니까, 벌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너무 갇혀 지내게 돼요. 그래서 넥타이를 깜빡하면 벌점을 받지 않으려고 집으로 가서 갖춰 매고 다시 등교하는 경우도 있죠.

박경연 사실 어른도 그렇듯이 그맘때 아이들은 예쁜 걸 찾아서 입고 싶어 하잖아요. 여학생들이 치마를 줄인다고 뭐라고만 할 게 아니라고 봐요. 아이들이 원하는 디자인이 바로 그거니까요.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초등학생 때는 아이들에게 많은 선택권을 줘야 하고 자기주도적으로 사고하라고 하면서 정작 중학교에 올라오면 입학과 동시에 그런 기본적인 것부터 차단이 돼요.

전은영 여학생들은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남학생들은 바지에 셔츠, 재킷을 청소년기 6년 내내 입으면서 아이들이 고정적인 성 의식을 갖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해요. 아무래도 치마를 입으면 뛰고, 넘고 할 수는 없으니 행동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윤주 아이가 “우리도 남자아이들처럼 펑퍼짐한 셔츠를 입고 싶다”고 이야기하곤 해요. 팔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고, 조별 활동을 할 때 허리를 숙이기도 어렵다보니 아무래도 행동에 제약이 생기잖아요.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겠지만, 그렇게 6년을 지내고 나면 그 자세가 익숙해져서 나중에도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생활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돼요.

임지연 남학생 교복도 불편한 부분이 있어요. 요즘에는 기본적으로 교복 바지가 통이 좁은데, 소재에 신축성이 없으면 특히 체격이 큰 아이들은 굉장히 불편해해요. 교복 바지 사이즈를 최대한 늘려도 허물 벗듯이 힘겹게 벗어야 하니까 교복을 입고 벗는 일이 스트레스인 거죠.

교복의 형태가 더 다양해지고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든 아이가 똑같은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치마를 입고 싶은 아이는 치마를, 바지를 입고 싶은 아이는 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정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해요. - 이윤주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교복

전은영 많은 학부모가 “교복은 매일 입기 때문에 아이들이 활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현재 교복은 아이들의 다양한 체형을 고려하지 않고 있고, 책상에 가만히 앉아 업무를 보는 사무직에 종사하는 어른조차도 불편해할 만한 옷이에요. 누군가가 저에게 190일 동안 타이트한 상의와 치마만 입고 출근하라고 강제한다면, 그건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교복과 관련해 힘든 점은 없는지 진심을 들어보고 싶어요.

박경연 딸아이가 치마를 입고 학교에 가면 엄마로서 조심시킬 수밖에 없어서 힘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다리를 붙여 앉으라고 당부하곤 하는데요. 딸아이는 다리가 벌어지는데 어떻게 계속 붙이고 앉아 있냐고 해요. 그래서 여학생들은 속바지를 입기도 하는데요. 통풍이 잘 안 돼서 허벅지까지 아토피 피부염이 번지는 경우도 많아요. 겨울에는 스타킹도 두꺼운 걸 신어야 하는데 거기에 속바지까지 입어야 한다면 아이들의 건강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교복인 거예요. 엄마 마음에는 아이가 아토피 피부염이 있어도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간 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교복을 입고 나서부터는 결국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쓸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어요.

이윤주 사실 6교시, 7교시까지 계속 다리를 붙이고 앉아 있는 건 굉장히 힘들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리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어떤 학교에서는 수업하시는 선생님이 시선 처리가 불편하니까 많은 예산을 들여서 책상에 가림막을 설치했다고 하더라고요. 과연 그렇게 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아이들이 생활하기 편한 교복을 입는 게 맞는지, 이제는 생각해볼 때가 됐어요.

임지연 책상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피부 연고를 상비하고, 속바지가 달린 치마가 나오고, 무릎담요를 가방에 넣어서 다녀야 하고, 치마 교복 하나 고집하느라 이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거네요.

전은영 요즘에는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도 많고, 실제로 교복 코트를 점퍼로 바꾼 학교도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아이들이 입고 싶어 하는 교복은 어떤 교복이고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임지연 아무래도 아이들의 시각이 가장 중요하죠. 얼마 전에 아이의 학교에서 전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어요.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가격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묻는 일종의 교복 만족도 조사였죠.

이윤주 실제 많은 학교에서 설문조사를 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설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교복의 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설문이 아니라 예를 들면 ‘빨간색 치마가 좋니? 파란색 치마가 좋니?’를 묻고 색상을 선택하는 데서 그치는 거예요. 조금 더 원론적인 설문조사는 거의 하지 않아요.

박경연 진로체험을 굳이 학교 밖에 나가서만 할 게 아니라 패션 분야에 꿈을 가진 아이들도 있으니까 교실에서 자신이 입을 교복을 직접 디자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거창해야지만 진로체험, 진로교육은 아니잖아요. 아이들과 함께 디자인 공모를 해보는 방법도 떠오르네요.

예쁘고 편한 걸 원하는 아이들의 바람에 맞춰서 교복도 변해야 해요. 시대가 이렇게나 변했어도 규칙은 여전히 아이들의 정서를 배려하지 못하고 있네요. 아이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 박경연

이윤주 작년에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토론회가 있었는데요. 학생들이 원하는 정책이 뭔지 물었을 때 교복선정위원회에 학생이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현재는 학부모와 선생님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신들이 직접 참여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죠. 이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게 당연하니까 교복선정위원회에도 학생들이 들어오는 게 맞다고 봐요. 사실 교복은 통제의 수단이 되기도 해요. 인근 중학교의 경우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를 단속하다가 도저히 안 돼서 모든 학생이 바지를 입게 한 학교가 있어요. 엄마들은 대부분 찬성했지만, 아이들에게 그 학교는 가기 싫은 학교가 됐어요. 치마 교복을 입고 싶어 하는 여학생들도 분명 있는데, 선택의 여지 없이 그 아이들의 소망은 다 날아가버린 거죠.

임지연 일정 시간 동안 시범기간을 두고 아이들이 어떤 옷을 더 많이 입고 등교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아이들의 선택을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박경연 변화가 필요해요. 예쁘고 편한 걸 원하는 아이들의 바람에 맞춰서 교복도 변해야 해요. 아이들에게 물어봤는데, 교복이 편한 티셔츠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교복을 입는 이유 중 하나가 소속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거라면 같은 색의 티셔츠를 입어도 되잖아요. 그러면 아이들도 활동하기 더 편할 거고요.

전은영 최근 들어서는 많은 학교에서 생활복을 도입하고 있는데, 어떤가요?

임지연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하복이 반팔티와 반바지예요. 생활복이 여름 교복이 된 거죠. 하복과 생활복을 병행할 때 학생 대부분이 셔츠 대신 생활복을 입고 다녔고, 여름철에는 체육복 반바지를 입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허용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여름용 교복 셔츠와 긴바지를 없애고 반팔티와 반바지로 바꾼 거죠.

이윤주 저희는 하복은 생활복과 교복이 따로 있고 생활복만 입고 싶다고 하면 꼭 교복을 사지 않아도 돼요. 근데 대부분 교복과 생활복 둘 다 사요. 교복의 단정함을 좋아하고, 그런 모습으로 아이가 학교에 가는 걸 뿌듯해하는 엄마들도 있거든요. 반대로 엄마는 편한 생활복을 입기를 바라는데 아이가 단정한 교복을 입는 걸 원하는 경우도 물론 있어요.

박경연 여자아이들은 교복을 입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제 아이도 여름 생활복이 쿨링 소재의 반바지라서 시원하고 생활하기에도 편한데 굳이 치마를 입으려고 해요. 편한 것도 좋지만 예뻐야 한다는 거죠.

이윤주 오늘 여기 오기 전에 아이에게 교복이 좋냐고 물어봤어요. 두 아이 모두 아침에 고민 없이 입고 나갈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사실 불편하다고 해요. 교복을 입고 다니는 건 좋지만 학교 생활하기가 조금 더 편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둘째 아이는 여름 내내 생활복을 입는데요. 상의가 상아색이어서 조금 비치거든요. 시원하려고 생활복을 입는 건데 속옷이 비치니까 티셔츠를 안에 하나 더 껴입어요. 결국에는 시원하지 않은 생활복이 되는 거죠. 또 생활복을 입었는데도 체육시간에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생활복과 체육복의 차이는 단지 색상의 차이밖에 없다는 거예요.

박경연 체육시간에 체육복 대신 생활복을 입으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벌점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현재 교복은 다양한 체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책상에 가만히 앉아 업무를 보는 어른조차도 불편해할 만한 옷이에요. 누군가가 저에게 190일 동안 치마만 입고 출근하라고 한다면, 그건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 전은영

‘교복’에 ‘학생’이 없다

전은영 교복의 형태만큼이나 교복을 운영하는 규칙, 비용 등도 중요할 텐데요.

박경연 인근의 모 학교는 교복 바지가 청바지인데, 색상만 맞으면 개인적으로 사서 원하는 청바지를 입어도 된다고 해요. 그래서 교복값이 굉장히 저렴하고요. 이런 것이 생각의 전환이라고 생각해요.

임지연 작년 겨울에 교복이 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교복 위에 입은 파카를 벗고 교문을 들어가야 했던 일이 떠오르네요. 큰아이의 경우 교복에 파카가 포함되어 있는데, 공동구매로 사니까 아주 비싸지도 않고 부모님들도 만족해했어요. 우리 지역에서 교복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아이들의 의견도 반영하고 품질도 좋은 교복을 저렴하게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었는데, 실현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이윤주 수학여행을 갈 때 휴게소에서 예쁘게 보여야 한다, 어느 학교의 아이들인지 표시가 나야 한다고 해서 교복을 입고 가도록 했어요. 아이들은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에 간다고 하면 엄청나게 들뜨기 마련이잖아요. 당연히 아이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죠. 그나마 갈 때는 잘 다려서 입고 갔으니 단정하고 깔끔했는데 올 때는 꼬깃꼬깃 구겨진 교복을 입고 왔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어른들 보기 좋으라고 만든 규칙이 너무 많다고 느꼈어요.

임지연 경찰을 예로 들면 행사를 할 때 입는 정복이 따로 있고 근무할 때 입는 근무복이 따로 있는데 야유회에 가면서 보기 좋아야 한다는 이유로 정복을 입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였군요.

이윤주 고등학교의 경우 학생자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도 많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선생님이 그 아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와 직결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기만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박경연 우리 학창시절에도 수학여행을 갈 때 교복을 입고 갔는데, 시대가 이렇게나 변했어도 규칙은 여전히 아이들의 정서를 배려하지 못하고 있네요. 아이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임지연 교복은 의복의 기능만으로 그쳤으면 좋겠어요. 교복은 교복일 뿐이지 그걸로 아이들의 행동이나 생활을 제약하고 틀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은영 사실 교복을 운영하는 규칙 정도만이라도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면 아이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죠. 교복에 대한 불편을 소통으로 극복하는 학교의 사례도 있는데요. 한 주에 하루를 교복 입는 날로 정하고 나머지 날에는 복장을 자율화한 학교도 있고,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아이마다 추위나 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니까 교복, 생활복, 체육복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입고 등교할 수 있도록 했어요. 두 경우 모두 학생, 교사, 학부모 3주체가 만나서 협의한 결과예요. 학생들과 협의를 하면 학생에게 유리한 입장만 내세우거나, 너무 가벼운 규칙들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염려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성숙한 약속을 만들어내더라고요. 복장과 관련한 약속을 학생 스스로 만들고 지켜내는 학교도 많이 있고요.

이윤주 교복은 아이들이 입는 옷인 만큼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소통로를 넓혀서 아이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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