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서로를 존중하는 화목한 교육공동체

서울남산초등학교의 학부모회 활동

서울남산초등학교 도서관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아이들이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 오늘 아이들 앞에 앉은 선생님은 다름 아닌 학부모. 서울남산초에서는 학부모도 교사가 된다. 학부모가 교육의 한 주체로서 자신의 역할을 확장해나가는 곳, 서울남산초를 찾아 다양한 학부모회 활동과 더불어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학교 문화를 살펴봤다.

글. 신병철 / 사진. 김동율

소통하고 공감하는 교육공동체

흔히 교육의 3주체로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를 꼽는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교육의 주체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특히 학부모의 경우 더욱 그렇다. 최근 학부모회 구성 운영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그동안 자생적으로 운영되던 학부모회의 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공식적인 지원을 통해 활동이 전보다 활발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부모가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참여권을 보장하고 그 기회를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각각의 주체들이 모여 하나의 교육공동체를 이루도록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분위기와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서울남산초등학교(교장 이문수)는 교육주체들을 하나로 묶는 소통과 존중의 문화를 바탕으로 학부모회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학부모 동아리를 비롯한 다양한 학부모회 활동을 통해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다른 주체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서울남산초 교육공동체의 한 축을 형성한다.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살펴볼 수 있는 모습 중 하나는 다양한 학부모 동아리다. 서울남산초에는 다문화·지속발전가능 동아리, 인권·평화 동아리, 오카리나 동아리, 독서 동아리 등 여러 분야에 걸친 학부모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독서 동아리 ‘서혜당’은 학부모들이 전문가에게 연수를 받고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활동을 하며, ‘별빛가족 책 읽어주기’라는 이름으로 매년 축제까지 기획 및 진행한다.

이 밖에 2년째 학부모들과 학생들에 의해 운영되는 바자회는 자발적인 학부모회 활동의 결정체다. 아나바다장터와 체험존, 놀이존, 가족백화점 등으로 구성되는 바자회는 학부모들의 재능기부까지 더해져 ‘작은 행복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다. 학부모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학습준비물실도 서울남산초의 자랑 중 하나다. 이곳에서 명예교사 학부모들은 학습준비물과 학습자료 제작을 지원하고, 학생들이 깜박 잊고 필기구 등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도 언제든 지원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를 준비해놓는다. 또 하나 눈여겨볼 만한 점은 사회적 협동조합에 학부모가 조합원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학생복지증진사업, 학생교육지원사업, 교육경제공동체를 목적으로 지난해 5월 설립된 사회적 협동조합은 교육의 주체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자주적, 자립적, 자치적인 조합활동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학교의 문턱을 낮추는 존중의 문화

서울남산초에서 꾸준하게 학부모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학부모는 30~40명가량. 전교생이 180여 명인 학교 규모를 감안한다면, 그 비율과 숫자는 상당하다. 이렇듯 많은 학부모가 활발하게 학부모회 활동을 이어가는데 바탕이 되는 것은 학교에 녹아 있는 존중의 문화다. 이문수 교장선생님은 학부모는 학교를 찾는 ‘손님’이나 ‘봉사자’가 아닌 ‘교사’라고 설명한다. “학부모야말로 아이를 함께 키우는 제1의 교사입니다. 가정에서의 교육활동을 바탕으로 학교에서도 교육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두 ‘교사’가 서로 만나 교육을 협의하고 논의해야 하며, 이렇게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비로소 교육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학부모가 느끼는 학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환경을 만들고 활동을 장려한다고 해서 모든 게 원활하게만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때로는 서로 간의 역할에 대한 경계의 모호함으로 인해 크고 작은 충돌과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서울남산초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은 소통. 수시로 만나 수시로 이야기하는 진심을 담은 소통으로 학교와 학부모는 신뢰를 쌓아간다. 학부모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더욱 많이 마련하기 위해 이문수 교장선생님은 매일 아침 교문맞이에 나선다. 일상에서의 만남을 통한 자연스러운 소통이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나 갈등은 교장, 교감, 담당 부장 선생님이 먼저 나서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자청한다.

기회와 문화. 서울남산초의 학부모회 활동의 핵심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다. 교육주체 간의 더욱 많은 만남을 위해 장려되는 다양한 기회, 학부모가 부담 없이 학교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존중의 문화. 서울남산초에서는 이 두 가지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악기가 되어 다양한 교육주체가 한데 어우러지는 교육공동체라는 환상의 화음을 만들어낸다.

김은섭 학부모회장

서울남산초등학교의 학부모회장을 맡고 있는 김은섭 학부모는 다양한 학부모회 활동이 교육주체 간의 자연스러운 만남과 소통의 기회가 된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학부모가 교육현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학부모회 활동은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선생님 역할을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해요. 어느 샌가부터 아이들이 저희와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선생님’이라고 인사를 건네요. 학부모도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단순한 학부모의 역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또 다른 역할을 부여받게 됩니다.”

활발한 학부모회 활동은 교사 그리고 학교와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세 주체가 함께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더 많은 교육주체가 함께하기 위한 작은 바람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학부모의 참여가 필요해요. 학부모들의 참여를 끌어내려면 학부모회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학부모들이 학부모회 활동에 더 큰 관심을 갖고 함께할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자리를 마련해 준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맨위로